나는 '금'이라고 하면 반짝거리는 시계나 목걸이, 결혼 예물쯤으로만 생각했다. 금은 그저 ‘예쁜 것’이었다. 그런데 누군가 “요즘 금값이 많이 올랐대”라고 말했을 때, 나는 도대체 왜 오르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금이 뭔가 생산을 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아닌데 왜 가격이 오른다는 걸까. 소소한 금 투자는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했다.
재테크를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나에게 금 투자는 너무 먼 이야기였다. 주식이나 적금은 그나마 시스템이 익숙하지만, 금은 뭔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금에 투자한다’는 말 자체가 낯설었다. 금을 사서 집에 쌓아두는 걸까. 아니면 은행처럼 어딘가에 맡겨두는 걸까.
사실 조금만 들여다보면, 금 투자는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단지 우리가 ‘투자’라는 단어에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존재할 뿐이다. 금은 수천 년 동안 인간이 ‘가치’를 저장하는 수단으로 여겨온 존재다.
예전에는 금이 곧 돈이었다. 실제로 20세기 중반까지도 세계 경제의 근간은 ‘금본위제’라는 시스템 위에 놓여 있었다. 각국의 화폐는 일정량의 금으로 교환이 가능했고, 정부가 발행하는 돈의 양은 보유한 금의 양에 따라 제한을 받았다. 즉, 금이 많을수록 부자였고, 금이 곧 신용이었다.
지금은 금본위제가 폐지됐지만, 금의 상징적 가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종이돈은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찍어낼 수 있지만, 금은 그렇지 않다. 금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양이 한정돼 있다. 금을 얻으려면 산을 뚫고, 땅을 파야 한다. 그만큼 금은 ‘한정된 자원’이고, 인류가 신뢰하는 ‘영원한 가치’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위기 때마다 금을 찾는다. 돈의 가치가 흔들릴 때, 세계가 불안할 때, 주식이 폭락할 때, 사람들은 금을 산다. 금은 어떤 나라의 정치 상황에도, 회사의 실적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인간이 만든 시스템이 무너질 때조차 금은 그 자리에 있다. 그래서 금은 ‘안전자산’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금이 안전하다고 해서 ‘수익이 나는 자산’인 것은 아니다. 금은 이자를 주지 않는다. 배당도 없다. 내가 금을 10년 동안 들고 있어도 금이 알아서 불어나는 일은 없다. 금으로 돈을 벌려면 금값이 올라야 한다. 다시 말해, 금 투자란 금값이 오를 거라는 ‘기대’에 대한 투자다.
금값은 여러 요인에 따라 움직인다. 대표적으로는 금리, 물가, 환율, 그리고 사람들의 심리가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사람들은 은행에 돈을 맡겨봤자 이자가 별로 없다고 느낀다. 그러면 ‘이자 대신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자산’을 찾게 되는데, 그게 바로 금이다.
반대로 금리가 높을 때는 금을 굳이 보유할 이유가 줄어든다. 이자 주는 예금이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르면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 예를 들어 오늘 1만 원으로 커피를 한 잔 살 수 있었는데, 내년에 커피가 1만2천 원이 된다면 그 1만 원의 가치는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금은 물가가 오를 때 오히려 가격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이 심할 때 금값이 강세를 보인다. 달러 가치도 중요하다. 금은 세계 어디서나 달러로 거래된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같은 금을 사기 위해 더 많은 달러가 필요하니 금값이 오른다. 반대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금값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심리’라는 요소가 있다. 세상에 불안이 커질수록 금값은 오른다. 전쟁이 일어나거나, 금융위기가 터지면 사람들은 금을 찾는다. 믿을 만한 게 없을 때 마지막으로 의지할 수 있는 건 금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금값이 오르는 이유는 경제적 요인과 심리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금은 실제로 지하에서 나온다. 세계 곳곳의 금광에서 채굴되고, 정제 과정을 거쳐 시장에 나온다. 금광 회사들이 탐사, 개발, 채굴, 정제 과정을 거쳐 금괴 형태로 만든다. 이 금괴는 국제 거래소나 중앙은행, 혹은 금 거래소(KRX금시장 등)로 흘러간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아는 ‘실물 금’의 세계다. 그런데 금이 ‘투자 자산’으로서 주식처럼 거래될 수 있게 된 이유는, 금이라는 실물 자산이 금융 시스템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실물 금이 주식처럼 거래될 수 있을까? 금은 기본적으로 ‘상품(Commodity)’이다. 석유, 밀, 구리처럼 실물로 존재하지만, 그 가치를 금융시장 안에서 표준화하고 거래할 수 있게 만든 게 바로 상품거래소다.
예를 들어, 국제 금 시세는 런던 금시장연합(LBMA)과 뉴욕 상품거래소(COMEX) 같은 곳에서 결정된다. 이곳에서는 실제 금을 인도하지 않아도 ‘금 1온스의 가격’을 기준으로 계약을 사고팔 수 있다. 즉, “나는 한 달 뒤 금값이 오를 것 같으니 지금 1온스를 미리 사겠다”는 계약이 가능하다. 이걸 금 선물(Futures)이라고 부른다. 투자자들은 금을 직접 만지지 않고도 금의 가격 움직임에 투자할 수 있다.
이후 이 선물 거래가 다시 ‘금 ETF(상장지수펀드)’나 ‘ETC(상장지수상품)’ 형태로 발전했다. 금 ETF는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ETF 운용사는 실제 금괴를 사서 보관하고, 그 보관량에 따라 ETF를 발행한다. 투자자는 ETF를 한 주 사는 순간, 그 금괴의 아주 일부분을 ‘지분 형태로’ 소유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 KRX금현물ETF를 1주 산다면, 그건 금고 속 금괴의 극히 일부를 디지털로 소유하는 것이다. 이렇게 실물 금을 기반로 한 ‘지분 증서’가 거래되는 구조 덕분에, 금은 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해졌다. 즉, 실물 금은 ‘기초자산’이고, 금 ETF는 ‘그 금을 대표하는 주식 형태의 상품’이다. 금과 주식의 간극은 바로 여기서 메워진다. 누군가는 실제 금을 보관하고, 우리는 그 금의 가치에 투자하는 시스템인 셈이다.
한국에서 금 투자를 하려면 일단 한국금거래소를 알아야 한다. 한국금거래소(구 한국금거래소쓰리엠)는 한국에서 금 유통과 금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 업체 중 하나다. 순금나라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금괴, 골드바, 금 반지 등 다양한 금 제품을 도소매하고, 금 시세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또한 이 회사는 온라인 금거래와 디지털 금 서비스에도 진출해 있는데, 자회사나 계열사를 통해 블록체인 기반 금거래 플랫폼을 운영하고 ‘센골드’ ‘금방금방’ 같은 디지털 금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앱으로 아주 작은 단위의 금을 사고팔 수 있게 해주는 게 그 쪽 디지털 사업의 일부다. 이 회사는 단순히 금을 파는 곳이 아니라, 금 가격 고시, 유가증권 형태의 금 거래, 디지털 플랫폼 운영 등의 역할을 병행하는 복합 금거래 기업이라고 보면 된다. 또한 한국금거래소는 KRX금시장에 적격금생산업자 등록을 받은 바 있다. 이 말은, 이 회사가 금괴를 생산해서 KRX금시장과 같은 합법적인 금거래 체계 안으로 공급할 수 있는 허가를 갖춘 업체라는 뜻이다.
금 ETF 운용사는 실제 금괴를 보관한다. 대부분 국제 표준 금괴를 런던이나 스위스의 금고에 두고, 회계법인 감사를 받는다. 금 보관에는 보험비용과 창고 비용이 들어가며, 이게 ETF의 ‘운용 보수’에 포함된다.
디지털 금 플랫폼(예: 카카오페이 금, 토스 금)도 마찬가지다. 앱에서 금을 사면, 실제 금은 외부 금고에 보관되고, 그 금의 소유권이 전산상으로 기록된다. 내 계좌에는 “너는 지금 0.1g의 금을 소유하고 있다”는 데이터가 찍히지만, 그 뒷면에는 ‘누군가가 실제 금을 대신 들고 있는 구조’가 있다.
결국 금 투자의 핵심은 ‘누가 내 금을 대신 들고 있느냐’의 신뢰 문제다. 이 신뢰를 제도화한 게 바로 거래소와 ETF 시스템이고, 이 구조 덕분에 개인이 금고를 가지지 않아도 금 투자가 가능해진 것이다.
금, 고점이라는데 지금 사도 될까?
뉴스를 보면 “금값 사상 최고치”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그럴 때마다 ‘지금 사면 늦은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금은 단기적 가격보다 ‘역할’을 보고 접근하는 게 맞다. 예를 들어 2020년 코로나 때 금값은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했지만, 그 후 잠시 하락했다가 2024년엔 2300달러를 넘었다.
금은 단기적으로 출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불안의 지표’에 따라 움직인다. 세계가 불안하면 금은 강세, 안정되면 금은 잠잠하다. 그래서 금은 ‘돈을 벌기 위한 자산’이라기보다 ‘돈을 지키기 위한 자산’이다. 특히 재테크 초보에게는 복잡한 분석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쉬운 투자처다. 주식은 기업의 실적을 공부해야 하고, 부동산은 세금과 대출이 얽혀 있다. 금은 그저 ‘지구상에 한정된 자원’이라는 단순한 원리로 움직인다.
금 투자는 초보자에게 나쁘지 않은 출발점이다. 금은 눈에 보이고, 가격 구조가 단순하고, 소액으로도 접근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잃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금은 ‘불리는 자산’이 아니라 ‘지키는 자산’이다. 그래서 전체 자산의 5~10% 정도만 금으로 두는 게 적당하다.
금은 주식, 채권, 현금 사이의 완충 역할을 한다. 세상이 흔들릴 때 금이 빛나고, 평온할 때는 그저 조용히 자리 잡고 있는 존재다. 금 투자를 할 때는 타이밍보다 ‘비중’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 너무 많으면 비효율적이고, 너무 없으면 불안할 때 방어력이 떨어진다. 적당한 선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쌓는 게 핵심이다.
나같은 초보자를 위한 금 투자 가이드
금에 관심이 생겼다면, 막상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금은 종류가 많고, 상품마다 구조가 달라 처음엔 헷갈린다. 그래도 방향은 단순하다. 실물 금, 금 ETF(주식형), 디지털 금 서비스 이 세 가지 안에서 선택하면 된다.
먼저 실물 금은 말 그대로 ‘손에 잡히는 금’을 갖는 방식이다. 금괴나 순금 코인처럼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형태다. 다만 금은 작아도 비싸기 때문에 도난 위험과 보관 부담이 있다. 은행 금고를 이용하면 안전하지만 수수료가 붙는다. 그래도 ‘내 금이 진짜로 있다’는 확실한 소유감을 주기 때문에, 기념용이나 상징용으로는 좋다. 돌잔치 금반지처럼 세대를 넘어 물려주는 방식으로 의미를 둘 수도 있다.
금 ETF는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금이다. 증권 계좌만 있으면 누구나 살 수 있다. ‘KRX금현물 ETF’, TIGER금선물ETF 같은 상품이 대표적이다. 이 ETF는 실제 금괴를 보관하는 운용사가 있고, 그 금의 가치가 ETF 가격에 반영된다. 투자자는 금을 직접 만지지 않지만, 금값이 오르면 ETF 가격이 똑같이 오른다. 매매가 간단하고, 1주 단위로 거래 가능하다는 점에서 초보자에게 가장 접근성이 높다. 단, ETF마다 수수료(운용보수)가 조금씩 다르니 비교해보는 게 좋다.
디지털 금 서비스는 카카오페이나 토스, NH투자증권 등에서 제공한다. 앱에서 금을 0.1g 단위로 살 수 있고, 실제 금은 전문 보관소에 보관된다. 앱 화면에는 “금 보유량 0.5g”처럼 표시되고, 언제든 원화로 바꾸거나 추가 매수가 가능하다. 실물 보관 부담이 없고, 가격 변동이 실시간으로 반영된다는 게 장점이다. 마치 은행 통장에 돈이 쌓이듯, ‘금 통장’에 금이 쌓이는 느낌이다.
이 세 가지를 비교하자면 이렇다. 실물 금은 소유감이 크지만 보관비와 수수료가 있고, ETF는 편리하지만 시장가격 변동성이 있고, 디지털 금은 접근성이 높지만 플랫폼 신뢰도가 중요하다. 초보자라면 디지털 금이나 ETF부터 시작해보는 걸 추천한다. 금을 처음부터 손에 쥐려고 하기보다, 먼저 ‘금의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체감하는 게 좋다.
금은 ‘수익’보다 ‘안정’의 자산이다. 그렇기 때문에 금에 너무 많은 돈을 넣는 건 현명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전체 자산의 5~10% 정도를 금으로 보유하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1천만 원을 투자할 수 있다면, 50만~100만 원 정도를 금에 넣는 게 적당하다. 남은 돈은 예금, ETF, 주식 등으로 나눠두면 된다. 이렇게 분산해두면 주식이 떨어질 때 금이 방어 역할을 해준다.
그리고 한 번에 목돈을 넣기보다, 적립식으로 나눠서 사는 게 좋다. 금은 매일 시세가 달라지기 때문에 일정 금액을 주기적으로 투자하면 평균단가가 안정된다. 매달 10만 원씩 1년을 투자한다고 하면, 금값이 오를 때는 적게 사고, 내릴 때는 많이 사게 된다. 이걸 ‘달러코스트평균법’이라고 부른다.
금값이 오를 때만 관심을 갖는 사람은 많지만, 진짜 투자자는 금값이 잠시 떨어질 때 조금씩 모은다. 금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누적되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단기 차익을 노리기보다는 ‘위험이 왔을 때 나를 지켜주는 보험’으로 생각하는 게 맞다.
금에 투자한다는 건, 결국 인간의 믿음에 투자하는 일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금을 귀하게 여긴다는 그 믿음이 금값을 지탱한다. 화폐는 국가가 보증하지만, 금은 인류가 보증한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금의 상징적 힘은 사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가상화폐가 등장한 이후에도, 불안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금으로 돌아왔다.
금은 빛나는 금속이지만, 그 빛의 근원은 인간의 심리다. 위기 속에서 금은 더 빛나고, 평화 속에서는 잊힌다. 하지만 세상에 불안이 완전히 사라진 적은 없다. 그래서 금은 늘 조용히 존재한다.
재테크 초보에게 금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공부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금을 통해 세상의 경제 구조를 이해하고, 물가와 환율, 금리의 흐름을 느끼게 된다. 이 작은 경험이 나중엔 더 큰 투자 판단의 기초가 된다.
+ 덧.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국제 금값이 무서운 기세로 치솟으며 또다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16일(미 동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이날 오후 4시7분 현재 전장 대비 2.6% 오른 온스당 4316.99달러를 기록했다. 한때 4318.75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운 뒤 조금 되밀렸다. 뉴욕상품거래소의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 역시 장중 4335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올해 들어 금값 상승률은 65%에 달하며, 이번 주에만 8%가 올라 2020년 이후 최대 주간 상승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골드러시의 배경은 이렇다. 각국 중앙은행의 매입,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 지정학적 및 무역 긴장, 재정 악화와 국가부채 상승,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 등. 결국 안전자산을 찾는 사람의 심리가 금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개미 투자자인 우리도 공부하고, 전망하고,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