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출입처를 받아서 나가보면 바로 드러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제 전임 혹은 그 전임, 또는 훨씬 전부터 이 출입처를 담당한 선배 혹은 후배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입니다. 전혀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고 거쳐갔는지 조차 모르는 기자들이 있습니다. 반면 가는 곳마다 그 기자와 친했고 하며 얘기가 나오는 기자가 있습니다. 전자가 90% 정도이고, 후자가 10% 정도입니다. 모든 출입처가 비슷한 빈도였습니다.
조금 무서운 이야기 입니다. 내가 이 출입처에서 듣보로 마쳤는지, 아니면 그래도 열심히 전화도 하고 마와리 돌면서 기사도 쓰고 이름도 날렸는지 바로 내 후임에게 들키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뭐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요.
저는 어떻게든 항상 출입처에 이름을 남기려 노력했습니다. 또 후임이 오면 어떻게든 인수인계를 잘 해주려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모든 기자가 이렇지는 않았습니다. 마와리를 돌다보면 무려 10년전 기자 이름을 얘기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 사이의 기자들은 도대체 뭘 한거지?
보통 기자는 기수가 깡패라지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보다 열심히 잘하는 후배가 있으면 제가 배워야 합니다. 그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합니다. 어차피 기사와 정보보고 등이 데일리한 기자의 성과를 말해줍니다.
후배보다 일을 못하면 선배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일 잘하는 후배가 일 못하는 선배의 말을 제대로 듣겠습니까? 그래도 연차로 찍어누르는게 먹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근데 이제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효율과 성과를 중시하는 MZ세대가 언론사에도 중추가 되었습니다. 이들은 철저히 일과 성과로 선배를 판단합니다. 성격 좋고 일 못하는 선배보다 까칠해도 배울게 있는 일 잘하는 선배를 선호합니다.
아무튼 14년간 기자를 해 온 저는 싸가지 없다는 말을 가끔 들었습니다. 저는 교사 부모님 밑에서 예절과 예의를 배운 사람입니다. 법 없이도 살만한 그런 훌륭한 부모님 밑에서 최소한의 기본 도리를 평생에 걸쳐 물려 받았습니다. 사람 좋고 순하다는 말만 들었던 저인데, 기자 생활 시작한 이후 갑자기 이런 평가가 나오니까 좀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아마도 선배들에게 넙죽 엎드리거나 하지 않고,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이유 같았습니다. 또 가끔 제가 볼때 선배라도 잘못된 판단을 할때에는 저는 분명히 얘기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싸가지 없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뭐 제가 진짜 실수를 했거나 할 수도 있겠지요.
웃긴건 아무도 제 면전에 대고 직접 저를 찾아와서 그렇게 말한 선배는 단 한번도 없었다는 겁니다. 그냥 돌아돌아 뒷얘기로 가끔 그런 말이 들려옵니다. 뭐 저를 별로 안 좋아한다거나, 탐탁치 않아 한다거나. 그런 류의 이야기들입니다. 제가 일을 못하거나 능력이 안된다거나 이런 얘기는 아니고 걍 다짜고짜 싸가지 없다는 겁니다.
저연차때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 잠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내가 누구한테 실수했지, 좀 아니더라도 참고 인내했어야 했나. 그러면서 괴로워했습니다. 근데 이제 별로 신경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후배 앞에서 얘기도 못하면서 뒷담화 까는 허공에 떠도는 먼지 같은 워딩을 귀 담아봤자 제 인생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조직 내 평판은 사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일개 한 언론사는 매우 작은 조직이고, 그 밖의 타사와 취재원들이 저를 평가하는 게 훨씬 더 큽니다. 그게 다 현장에서 취재하고 함께 호흡하며 제가 직접 쌓은 제 노력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현장에서 노력해본 경험이 별로 없는 이들은 조직 내 인간관계에 병적으로 집착합니다. 무슨 라인을 만들고, 인싸니 아싸니 나누면서 수군수군 험담합니다. 조직의 모든 이야기에 병적으로 숟가락을 얹고, 자신의 라인에 못든 조직원을 은근히 따돌립니다.
근데요. 그게 제 3자가 보면 참 우습기 그지없습니다. 카르텔이 생기면 그 안의 사람들은 메타인지가 떨어집니다. 본인들이 회사를 다 움직이는 거 같지만, 사실 아니고 거의 모든 대다수의 후배들은 그들의 카르텔에 제발제발 끼지 않으려, 저런 기자가 되지 않으려 목숨걸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도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고 그렇게 도태되어 가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