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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화 Jun 04. 2023

해리포터

특별에 대한 오만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유년시절에 해리포터를 한 편이라도 본 적 없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해리포터 시리즈 속 마법 세계에 매료되었던 경험이 있죠. 어릴 때는 그랬습니다. 동물의 사육제가 만드는 신비롭고 어딘가 스산한 분위기 속에, 마법으로 이루어진 세상은 매력적이었습니다. 호그와트 입학 허가서가 집 우편함으로 배달되기를 소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제 기억 속 해리포터는 기껏해야 불의 잔까지 정도였습니다. 불사조 기사단과 혼혈왕자는 그래도 책으로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지만, 마지막 편은 아예 본 적도 없었죠. 문득 그게 아쉬웠습니다. 가장 성공한 시리즈 중 하나인 해리포터를 끝가지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본 해리포터는 어릴 때처럼 마냥 마법세계에 대한 동경을 심어주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눈에 들어온 것은 전혀 다른, 굉장히 현실적인 부분이었습니다. 그건 다름 아닌 차별에 대한 것이었죠.


해리포터 세계관 속에는 머글들에 대한 차별이 존재합니다. 차별의 피해자로 대표되는 것이 바로 우등생 헤르미온느죠. 그녀는 부모님 둘 모두 머글 출신입니다. 적어도 한쪽 부모님은 마법사 출신이 일반적인데 반해, 둘 모두 머글인 헤르미온느는 쉽게 혈통에 대한 집착이 있는 사람들의 표적이 됩니다.


벨라트릭스가 그녀의 팔에 머드블러드라는 글자를 세긴 사건이 대표적인데, 학교에서 간혹 겪는 동급생들의 혈통에 대한 놀림과는 비교할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이었죠. 머드 블러드는 마법사의 피가 섞이지 못한 그녀의 피를 비하하는 단어였습니다. 피부를 베어 글자를 세기는 고통과 함께 이 행위가 주는 모욕은 그동안 혈통에 대한 차별을 의연하게 견디던 헤르미온느도 참아내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비단 헤르미온느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해리포터 세계에 머글에 대한 차별과 순혈에 대한 집착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볼드모트와 그를 추종하는 어둠을 먹는 자들도 모두 기본적으로 그들의 사상 기저에 순혈에 대한 집착을 가지고 있죠.


그렇다면 이런 차별은 어째서 생겨나게 된 것일까요? 저는 그 근간에 마법사가 되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리포터 세계관에서 마법사가 되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입니다. 타고나는 것이죠. 태어날 때 마법사의 기질을 가지고 태어나지 못하면 머글로 살아가야 합니다. 아무리 마법사가 되고 싶다고 한들, 태어날 때 정해진 운명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태생적 차이가 마법사의 피를 가진 자들에게 우월감을 심어주었을 것입니다.


인간의 특정 집단을 지나치게 우월하게 여기며, 동시에 다른 집단을 혐오하며 차별하는 것은 볼드모트와 어둠을 먹는 자들처럼 세계의 안위를 위협하는 집단의 탄생을 초래했습니다. 차별과 혐오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불러오는지는 우리 모두 역사를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슬프게도 해리포터 속 차별은 마법처럼 현실과는 동 떨어진 것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인 것입니다.


인간은 그 자체로 모두 특별합니다. 인간의 특별에는 차등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동등하게 인간이기에 특별한 것이죠.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특별하다는 것은 가장 보편적인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월이 만드는 차별과 혐오는 파괴와 고통 외에 어떤 것도 가져올 수 없습니다. 동등하게 서로를 사랑할 때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는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되며, 차별과 혐오를 품을 때 가장 추악한 존재로 망가지고 맙니다.


해리포터 세계 속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던 악당 볼드모트는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그보다 더 두려울 수 있는 차별도 과연 사라졌을 것인가,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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