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살았나
힘이 빠지는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아직까지 잘 살고있다. 여름에는 바다에 손을 담갔고, 가을에는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떨어진 단풍잎을 바스락 밟으며 저물어 가는 해를 감상했다.
아직까지 나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더 악화되었지만 신기하고 이상한 일을 예상할 수 없듯, 나는 살아있다.
요즘은 핸드폰을 바꿀까 고민하면서 먼땅에서 천원 남짓한 핸드폰 케이스를 시켜보기도 하고, 이틀만에 한봉지 가득 사온 귤을 끝내버리기도 했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5를 친구와 통화하며 같이 보기도 했고, 키보드가 사고 싶어서 타건하는 곳에 가서 키보드를 쳐보고 구입하기도 했다.
그동안 글을 쓰기 힘들었던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복잡하다.
나는 그다지 재능이 없는 것 같았다. 글은 많이 쓰면 쓸수록 늘지만, 나같은 사람은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오직 나의 직관에만 기대서 완벽한 결과를 원하는 사기꾼이기 때문에 우울한 감정을 글에 막 쏟아넣다가도 중간에 지쳐서 일기만도 못한 짧은 글을 발행하고는 했다.
게다가 갑자기 닥쳐온 수면부족은 나를 멍청하고, 불건강하고, 전체적으로 약하게 만들었다.
쓰고싶은 글은 많았고, 써두기도 했지만 어쩐지 하나의 완성된 글을 쓰는게 힘들었다. 이게 가장 큰 나의 문제이기도 하다.
아무튼,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지금도 내가 글을 꾸준히 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뭘까?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고민하는 사이에 ai라는 이상한게 갑자기 등장했다. 곧 작가도 대체될거라는 말이 이러쿵저러쿵 많다. 나는 아직 전문가도 아니고, 작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글을 ‘제정신을 유지하는 수단‘, ’우울함과 생각을 털어놓는 치유의 방식‘으로 보고있기는 하다.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나의 뇌는 조각조각 흩어진 영감이나 기억을 하나로 통합해서 연결성이 있는 글을 쓰는데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있다. 대학생때부터 그랬다. 논문을 읽어도 읽어도 도저히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요약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대학을 못 갈 정도의 지능이었나?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또 다른 길로 샜는데, 글쓰기가 나에게 살짝 힘든 일이라는 것을 변명한다고 보면 된다.
일년째 스페인어를 듀오링고를 통해 배우는 중이다. 재밌다. rosalía의 lux 앨범을 들으며 이 글을 쓰는 중이다. 노래를 듣는 취향은 많이 바뀌지 않았는데, 고전이 왜 고전인지 그 이유를 찾고있기는 하다. 왜 데이비드 보위의 음악이 위대한지, 핑크플로이드가 어떤 영감을 줬던건지. 비틀즈는 다 들어봤다.
아, 이제 제목에 썼던 브런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내가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는 medium이라는 미국 블로그 사이트를 잘 몰랐다. 브런치는 여러모로 미디엄을 벤치마킹한 것 같기는 하다. 미디엄도 유료구독을 하고 싶게 만드는 좋은 글이 많이 올라온다.
참, 어떻게 그런 글들로 먹고살 수 있는지? 사람들은 대단하다. 글 구상부터, 자료수집, 정리, 그걸 글에 담기고, 수정하기까지 나에게는 너무나도 고도화된 작업으로 느껴진다.
아무튼! 브런치도 변화했으니, 나도 글을 좀 쓰고싶다. 우울한 글 말고 다른 글을 쓰고싶다. 이 마음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쓰겠노라 다짐만 하고 메모장에 대충 끄적거린 것만이라도 다 소진시키고 싶다. 그리고 글을 쓰다보면 어느순간부터 ’책 좀 읽어야겠네;‘ 하는 마음이 든다. 얼마전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아직 활자중독 수준의 독서가는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글을 쓰는게 나의 습관으로 자리잡았으면 한다. 아 그리고 내 글은 ai 수집에 제외되었으면 한다. 나의 글을 수집해서 뭐할건데..? 싶지만 허락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하고, 신뢰를 쌓는 일이다. 또 글이 산으로 가려한다.
아무튼
얼른 다음글을 쓰러 가야겠다. 이러다가는 또 다른길로 세서 아무것도 못하고 하루가 끝날 것이다.
별거 아닐 글이지만, 나에게는 나름의 즐거움을 선사함으로,
오랜만의 글을 여기서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