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비결 - 예술과 자연
매년 겨울이면 불편한 나의 친구 편두통이 찾아온다. 겨울이니 당연히 외부는 춥다. 이럴 때 체온이 올라가는 활동을 하면 머리가 깨질듯한 편두통이 생긴다. 체온이 올라가는 활동이란 술을 마시거나 운동을 하거나,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할 때 등이다. 그렇다고 겨울 내내 저녁 약속을 잡지 않고, 야외 활동도 하지 않고 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동안 진통제로 통증을 누르며 버텨왔다. 다행히 겨울 끝무렵에는 편두통이 사라지고 다른 계절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최근에는 반복되는 편두통이 큰 병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큰 병이 될지도 모른다며 부추겼다.) 그래서 병원 진료를 받아보기로 하였다. 아무래도 통증의학과라면 통증을 더 잘 잡을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회사 근처 통증의학과를 찾아갔다.
나이가 많이 드신 의사 선생님은 편두통의 원인이 스트레스라고 했다.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목과 뒷머리 부위에 피로 물질이 쌓인다. 그 피로 물질 때문에 혈액 순환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혈관이 수축된다. 그러다 체온이 올라가는 활동을 하면 수축됐던 혈관이 급속히 팽창하면서 편두통이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결국 스트레스 물질 제거를 위해 주사와 물리치료를 받기로 하였다.
물리치료를 받을 때마다 의사 선생님은 여러 가지 인생 조언을 해 주셨다. 처음에는 잔소리 같아 듣는 둥 마는 둥 했는데 점점 꽤 훌륭한 조언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병원을 나와서는 그 조언에 담긴 인생의 팁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진단을 위해 어떤 때 편두통이 생기는지를 꼼꼼히 물으셨다. 내 경우에는 체온이 올라가면 편두통이 생긴다. 단시간에 몸이 달아오르는 것은 대부분을 술을 마시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술을 마시고 편두통이 생긴 때가 많았다.
"특히 술을 마실 때 편두통이 심해집니다."
"가급적 술을 줄이려고 노력해 보세요. 제가 나이가 지긋해지니 지인들 중에 연세 드신 분들이 많습니다. 술을 좋아하신 분들은 나중에 크게 후회를 하곤 하지요. 술에 취해 버린 시간과 술 때문에 소모된 에너지가 정말 아깝다고요. 그 시간과 에너지를 더 소중한 곳에 썼다면 인생이 지금보다 몇 배는 행복해졌을 거라고요. 다들 그렇게 후회를 하세요. 아직 젊으시니 환자분에게는 기회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나는 몸에서 술이 잘 받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고단할 현실을 잊기 위해서 술을 마시곤 했다. 그걸 마시는 순간은 잠시 모든 시름을 잊는 것처럼 느꼈다. 물론 술이 깬 뒤에는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 시간과 나쁜 컨디션 때문에 후회를 한다. 선생님의 말이 딱 맞았다. 인생에서 술에 취해 있는 시간만큼 아까운 게 없다.
두 번째 주사 치료를 위해 방문했을 때는 스트레스에 대한 말씀이 많았다. 결국 나의 병은 스트레스에서 시작된 것이다. 의사들은 병의 이유로 으레 스트레스를 갖다 붙이니 식상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결국은 스트레스와 싸우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선생님께 스트레스에 대해 여쭤 보았다.
"선생님,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하니 막막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피할 수가 없잖아요.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고요. 스트레스를 아예 받지 않을 수는 없으니 결국은 병에 걸리고 치료를 받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제 환자분들의 통증의 80% 스트레스 때문입니다. 치료 방법을 고민하다가 스트레스를 잊고 행복해지는 법에 연구했습니다. 책도 많이 보고 여러 사람들의 말도 들어 보았지요. 그리고는 결국 인간의 쉽게 행복해지는 데는 2가지 지름길이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2가지 지름길이요? 그게 뭡니까?"
"바로 예술과 자연입니다. 예술 활동을 하거나 예술을 즐기면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까운 자연을 찾는 것도 가장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지요. 다른 것들은 사람마다 행복을 느끼느냐가 각자 다릅니다. 하지만 예술과 자연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음의 위안을 얻지요. 혹시 이 두 가지와 관련되어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아직 하지 않고 있다면 빨리 시도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언제가 책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인간의 무언가 예술적인 활동, 창조적인 활동을 할 때 원초적인 즐거움을 느낀다. 그렇다고 예술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브런치에 생각을 남기는 것도 예술이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과거로부터 가장 위대한 예술 장르 중 하나였다. 과거 문학가는 위대한 예술가로 인기와 존경을 받았다.
심심풀이로 그림을 그리는 것도 예술 활동이다. 우리 팀에는 회의 시간마다 다이어리에 인물을 그리는 친구가 있다. 아주 잘 그리는 그림은 아니지만 스스로 재밌어한다. 팀장님 모르게 자신의 그림을 보면 피식 웃기도 한다. 난 그가 예술 활동에 푹 빠져 있다고 느꼈다.
야외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을 하면 환경을 마주하게 된다. 의사 선생님이 이야기한 자연을 즐기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내 주변에는 주말이면 업무의 시름을 잊기 위해 등산을 한다는 분이 많다. 산을 오르며 마주하게 되는 숲과 바위와 시냇물은 우리 영혼을 정화시켜 준다.
선생님의 말씀으로 회사 일과 휴식 외에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함이 명확해졌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일을 하지 않는 동안에는 휴식을 취한다. 나의 생활은 이렇게 단순이 2가지 영역을 왕복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는 진짜 행복을 찾는 <나만의 활동>이 빠져있다.
이러한 활동에서 느끼는 것은 경외감이다. 경외감이란 존경과 두려움을 함께 느끼는 감정이다. 자연, 예술, 우주 등 광대한 세상을 접할 때 경외감을 느낀다. 경외감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긍정적으로 유지하게 만들어준다. 여러 과학자들이 경외감의 놀라운 효과를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