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관리 기법 (3) - 파레토 시간관리
파레토 법칙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일명 80:20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파레토 법칙은 매우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20%의 핵심 제품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20% 핵심 인재가 조직 성과의 80%를 창출한다. 이 법칙은 조직이 아니라 개인에게도 통용된다. 우리가 하는 일에서도 가장 중요한 20%에서 80%의 성과가 발생한다. 이런 식으로 어디에든 갖다 붙일 수 있다.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파레토 법칙이지만 실천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중요한 20%의 일에 집중하지 않는다. 거의 모든 일을 똑같은 시간과 똑같은 비중으로 처리한다. 파레토 법칙이 사람들의 직관에 반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일이 가각 똑같이 중요하다고 생가해 버리는 습성을 가졌다. 일부러 분석하고 분류하지 않으면 각각의 제품, 일, 매출이 똑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해 버리기 쉽다.
내가 만난 리더 중에서는 파레토 법칙을 신봉하는 사람이 많았다. 한 CEO는 진정한 핵심 인재를 골라낼 수만 있다면 지금 인력의 20%만 있어도 매출의 80%는 유지될 거라고 말하곤 했다. 실제로는 20%의 핵심 인재를 골라낼 수 없다는 점을 늘 한탄하곤 했다.
파레토 법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시간관리에도 동일한 원칙이 통한다고 믿는다. 20%의 시간에 집중해서 전체 업무의 80%를 처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약 이렇게 할 수 있다면 적은 시간에 더 많을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의 하루가 아주 여유로워질 것만 같다.
하지만 20% 밖에 안 되는 시간에 어떻게 더 많은 일을 처리하라는 건가, 의문이 들 것이다. 모든 일이 동일한 중요도를 가진다고 생각하면 불가능해 보인다. 열쇠는 각각의 일이 똑같은 중요도를 가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일을 중요도와 성과 연관성에 따라 분류해보면 진짜 성과가 나는 중요한 일은 따로 있다.
우리의 일은 비핵심 업무, 즉 중요하지 않은 일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난이도가 낮은 일,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일, 성과는 작지만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일이 그렇다. 대표적으로 단순 전화 문의에 답변하는 일을 들 수 있다. 분명히 필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답변을 잘해도 크게 성과가 나지 않는다. 챗봇이나 FAQ 페이지를 도입해 반복적이고 중요하지 않은 문의는 제거하는 편이 성과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방법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중요하지 않지만 반복되는 일상적인 일 때문에 하루의 80%를 낭비한다. 이런 허드렛일 때문에 정작 성과를 내는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이 부족해진다. 따라서 허드렛일을 최대한 빨리 해치워 버려야 한다. 그렇게 80%의 중요하지 않은 일을 치워버리고 나면 가뿐한 마음이 든다. 마음껏 집중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된다. 이후부터는 20%의 핵심 업무에 집중한다.
출근을 하면 일상적인 일을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해 버린다. 집중한다면 허드렛일을 끝내고도 충분한 시간이 남는다.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잡무들은 모두 사라진 상태이므로 집중하기 쉬워진다. 아울러 이미 해 놓은 일의 양을 보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20%의 핵심 업무를 먼저 하지 않고, 80%의 비핵심업무를 먼저 처리한다. 만일 20%를 먼저 손대려고 한다면 마음속에 남은 80의 자질구레한 일이 우리를 괴롭힐 수 있다.
공부나 일 모두 몰입이 중요하다. 몰입 상태에서는 본래의 실력보다 몇 배의 성과가 난다. 평소 나의 실력을 일시적으로 높여주는 방법이 바로 몰입이다. 다만 몰입은 뇌에 상당한 인지적 부담을 준다. 뇌가 몰입을 굉장히 하기 힘든 일로 느낀다는 말이다. 뇌는 몰입하기를 회피하려는 성향이 있다. 중노동을 시킬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 선뜻 일을 떠맡을 사람이 있겠는가. 이렇게 뇌가 몰입에 들어가기까지는 진입 장벽이 있다.
의욕이 넘치면 제일 중요한 일을 먼저 하려고 한다. 준비 운동도 하지 않고 마라톤을 뛰는 셈이다. 갑자기 중요일 일을 하려면 시작하기조차 싫고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뇌는 딴청을 피우고 자꾸 딴생각을 한다. 갑자기 커피가 마시고 싶다. 좀 전까지 괜찮았는데 갑자기 배가 아프고 화장실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몰입 상태에 들어가기 전에 자리를 정리하느라 한참 시간을 버리는 사람도 있다.
난이도가 낮은 일은 상대적으로 시작하기가 쉽다. 마라톤 전에 짧은 구간을 뛰면서 워밍-업을 하는 셈이다. 쉬운 일 먼저하기가 유리한 이유는 실제 어느 정도 구간을 뛰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일을 완수해 놓은 상태이므로 마라톤의 일정 구간을 앞서가서 시작하는 셈이다. 파레토 시간관리를 추천하는 전문가들은 쉬운 일을 먼저 하기를 권한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단순 업무를 다 처리해 놓고도 중요한 업무를 시작하지 못할 때가 있다. 오늘 해야 할 쉬운 일은 다 끝났는데 다른 쉬운 일을 찾는다.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가 이미 국어, 영어 공부는 다 끝났는대도 수학이 싫어 국어를 공부를 더 하는 셈이다. 어떤 마음인지는 충분히 공감이 가지만 이렇게 해서는 성과가 좋을 리 없다.
당신의 일이 진짜 20%의 핵심 업무와 80%의 비핵심 업무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되면 파레토 시간관리를 시도해 보자. 적어도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 일이나 해치우는 것보다는 훨씬 성과가 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