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관리 기법 (2) - Time Boxing
타임 박싱(Time boxing)은 타임 박스라는 일정한 덩어리 시간을 정해두는 방법이다. 덩어리 시간 안에 일을 끝내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업무에 마감이 있으면 마감 직전에 집중력이 크게 높아지는 경험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싱어송라이터 박문치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작곡을 할 때 영감의 원천이 '마감'이라고 이야기했다. 마감에는 신기한 효과가 있다. 우리에게는 어떻게든 일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시간의 한계가 다가와 일을 끝내야 할 때가 되면 이 욕망이 고도로 집중력을 높여준다. 이 긍정적인 힘 덕분에 마감 직전에 갑자기 몇 배로 생산성이 높아진다.
타임 박싱은 대표적인 목표/계획 중심의 시간 관리 방법이다. 시간 관리 방법에는 목표/계획 중심 방법과 사후 관리 중심의 방법이 있다. 시간관리 기법을 추천하는 책들은 대부분 치밀한 목표를 세울 것을 권한다. 목표/계획 중심의 방법이 더 종류가 많고 쉽게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목표 중심의 시간관리는 일단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심리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목표는 꽤나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 뚜렷한 목표가 없으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기존의 일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나는 주말에 집안일을 할 때도 To Do List를 작성한다. 리스트를 적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비교해 본 적이 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만 하면 훨씬 적은 집안일을 했다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누구나 새해 목표를 세우고, 나만의 루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러 번 실패한 경험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목표를 세우면 도전하려는 마인드가 생기는 것은 맞지만 실천은 또 다른 문제다.
타임 박싱은 단순이 일정한 시간 내에 일을 끝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타임 박스 내에는 다른 타임 박스가 있을 수 있다. 마감일 월간, 주간, 일간으로 나눌 수 있는 것처럼 장기 목표 하에 단기 목표를 달성하는 시간대를 만들 수 있다. 더 짧은 단위로는 6시간짜리 기획안 작성 타임 박스를 업무 단계별로 쪼갤 수도 있다. 6시간 안에서 다시 아이디어 도출 2시간, 초안 작성 1시간, 데이터 수집 1시간, 문서 작성 및 퇴고 2시간... 형태로 작은 타임 박스를 만들기도 한다.
매주 활동의 결과가 바로 영업 성과로 연결되는 영업사원들은 마감 효과를 피부로 느끼는 사람이 많다. 영업을 하는 분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에 대해 물어보면 관계 유지, 소통, 복잡한 상품 설명의 어려움... 등 여러 가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마감 스트레스가 가장 크다고 하나같이 답한다. 시간의 압박은 다른 어떤 것보다 심리적으로 위축되도록 만든다. 직장 생활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가 시간에 쫓기면서 일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높은 성과를 올리는 영업인일수록 마감이 없으면 도통 영업이 되질 않는다고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일정한 기한을 마련해 두고 나태해지려는 자신을 몰아세우는 것은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다. 하지만 이만큼 쉽고 효과가 뛰어난 생산성 개선 도구가 별로 없다. 따라서 고성과자는 마감 스트레스를 잘 활용하여 자신의 한계에 도전한다.
모든 목표에는 반드시 기한이 있어야 한다. 재테크 목표도 마찬가지다. '언제 까지든 상관없이니 1억을 벌겠다.' 이렇게 마음먹으면 달성이 잘 되지 않는다. 아주 구체적인 기한을 정하고 자신을 몰아붙여야 한다. 그래야 치열한 마음이 생기고 그 마음이 우리의 실력을 한 단계 높여준다. 따라서 자기를 혁신하고 새로운 습관을 만들려는 사람들은 66일 또는 100일과 같은 마감 기한을 설정한다.
마감에 유독 생산성이 높아지는 이유는 몰입과 관계가 있다. 마감에 자신을 몰아넣으면 약간의 위기감을 느껴 몰입도가 극대화된다. 우리는 몰입할 때 가장 성과가 높아진다. 또한 이런 몰입 상태가 자주 반복되면 실력 자체가 향상된다. 높은 몰입 상태에서 일을 함으로써 높은 성과를 올리는 것을 딥-워크(Deep Work)라고 한다. 자주 딥-워크를 경험하는 사람은 일의 고수가 된다.
그렇다고 마감 때 항상 일이 잘되는 것은 아니다. 한 웹 매거진에서 원고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다. 원고를 제출해야 할 날이 다가오니 글이 잘 써지지 않았다. 마감일이라고 생각하니 마음만 급해질 뿐 정작 손이 잘 나가지 않았다. 결국은 마감 시한인 밤 12시까지 머리를 쥐어짜 수준 이하의 원고를 제출하고 말았다. 마감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일의 양을 개선시켜주지만 때로는 질을 떨어트리기도 한다.
이것은 사람에 따라 마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다르기 때문이다. 시간제한을 활용하면 내 능력보다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잘 활용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스트레스로만 생각하고 회피하려 하면 오히려 업무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 심리적인 불안감에 사로잡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타임 박슬 활용할 때는 적극적인 마음가짐을 가질 필요가 있다. 타임 박스라는 도구는 내 마음 상태에 따라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