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관리 기법 (1) - 포모도로 기법
본인도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하셨고 자녀 둘도 잘 키워낸 임원분이 있었다. 첫째 아이는 외과 전문의가 되었고 둘째는 명문대 공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의 개발자가 되었다. 크는 동안 아이들이 알아서 공부를 척척 했다고 하니 참 부러울 따름이었다.
점심을 먹으며 아이들이 어찌 그리 자발적으로 공부를 잘했는지 물어보았다. 임원 말씀에 따르면 일이나 공부를 잘하는 최고의 비결은 <집중력>이었다. 본인은 평소 업무 집중 시간을 정해 그 시간만큼은 전화나 잡무를 피하고, 한 가지 업무에만 집중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도 놀 땐 놀되, 공부할 때는 집중의 시간을 지키도록 가르쳤다고 한다.
그분의 말에는 생산성을 높이는 아주 좋은 팁이 들어있다. 투입 시간을 늘려서 성과를 높이려는 사람이 많다. 무조건 오래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생산성에는 집중력이 더 중요하다. 오히려 집중력이 유지될 만큼만 일하고 꼬박꼬박 휴식을 갖는 편이 더 성과가 높다. 무조건 오래 일 하려고 하면 금방 지치기 쉽다. 더 큰 문제는 일이 지긋지긋해져서 다시는 손대고 싶지 않아 진다.
우리 아이에게 '공부는 재미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였더니 말도 안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직 진정한 몰입 상태를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칙센트미하이 교수의 저서, <몰입 Flow>에 따르면 우리 뇌는 집중이 최고조에 이른 몰입 상태를 즐긴다. 몰입 상태에서는 잡념이 사라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스트레스가 적다. 몰입을 완료하고 자신의 성과물을 보면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아이는 한 번도 이런 몰입을 체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공부를 괴로운 짐으로만 생각한다.
몰입을 통해 과업에 즐거움을 느낀다. 몰입 상태에서 벗어나 보면 생산성이 높아진다. 성과가 오르니 자신감이 생긴다. 앞으로 하는 일이 잘 될 거라는 자기 효능감이 생긴다. 그 과업이 더 하고 싶어 진다. 의욕적이 된다. 이런 선순환이 만들어지면 일, 공부가 재미있어질 수 있다.
쉽게 집중력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 포모도로 시간관리 기법이다. 포모도로는 일정 시간 고도로 집중하고 정해진 시간이 끝나면 확실히 쉬는 방법이다. 의욕만 지나치면 쉬지도 않고 일, 공부만 하겠다고 계획을 세운다. 이런 계획은 실천이 불가능할뿐더러 우리를 쉽게 지치게 한다. 반대로 몰입 시간 뒤에 쉬는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몰입이 잘 된다.
포모도로는 타이머를 사용해 25분간 집중하고 5분 쉬기를 반복한다. 구글 직원들이 많이 쓴다고 알려져 구글의 시간 관리 방법이라 불리기도 한다. 25분 + 5분 방식 외에 50분 + 10분 방식을 추천하는 사람도 있다.
집중을 위해 25분 동안은 SNS 확인, 전화, 화장실 가기 등 일체의 활동을 멈춰야 한다. 참을 수 있을 만큼 참으면서 25분 동안은 앉아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쇼핑몰에서 타임 타이머, 구글 타이머라고 검색하면 많은 상품이 나온다. 제품의 구조는 단순하다. 시간을 세팅하고 그 시간이 다 끝나면 알림이 울린다. 남은 시간이 눈으로 확인하기 쉽게 빨간색 영역으로 표시된다. 집중해야 할 시간을 직관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이 타이머의 개발자는 어린 딸이 시간 활용을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이런 제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나도 아이들에게 이 타이머를 선물했다. 아이들이 공부를 할 때면 타이머를 맞추고 그 시간만큼은 집중하도록 한다. 타이머를 주면서 쉬는 시간도 반드시 지키는 것이 요령이라고 강조했다.
정기적으로 쉬기 때문에 과업을 시작할 때 부담이 줄어든다. 일이든 공부든 처음 시작하는 게 힘들다. 누구나 놀고 싶지 어려운 일을 하고 싶지 않다. 막상 시작하고 몰입이 되면 그런 저항감이 없어지지만 새로 시작할 때는 어느 정도 저항감이 있기 마련이다. 이 워밍-업 시간을 단축하는 사람은 쉽게 몰입 상태에 들어간다. 워밍-업 타임을 잘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은 몇 시간씩 여기에 머무르기도 한다. 어떤 일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 몇 시간이 훌쩍 지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과업을 계속하는 시간에 끝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규칙적인 휴식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된다.
포모도로를 업무에 적용하는 데는 작은 단점도 있었다. 기획서의 초안을 잡는 것처럼 중요한 활동을 할 때는 5~6시간을 몰입해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 작업을 1시간씩 5일에 나누어한다면 제대로 초안이 구성되기 어렵다. 시간이 많이 필요한 업무는 집중 시간이 짧게 가져가면 일의 흐름이 끊긴다. 쉬는 시간을 가지며 여러 번으로 나누어서 일을 하는 게 비효율적인 경우다. 그래도 너무 장시간 일하려고 하다가 집중하지 못해 생산성이 떨어지기보다는 단시간에 집중하고 쉬기를 반복하는 편이 나을 때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 방법의 최고의 장점은 쉽다는 점이다. 집중의 시간과 휴식 시간을 구분하고 꼬박꼬박 지킨다. 이게 전부다. 아이들도 포모도로에 쉽게 적응했다. 쉽고, 간단하고, 또 Tool을 이용하는 재미가 있다. 시간 관리법에 도전하는 분들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다. 자녀가 자리에 오래 앉아있지 못하거나 집중력이 약한 스타일이라면 포모도로를 위한 타임 타이머를 선물해보자. (실패한다 해도 타이머 값이 비싸지 않아서 손해 볼 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