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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희걸 Feb 16. 2022

성찰 노트를 쓴다는 것

어느 CEO의 일잘러 되는 비결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CEO의 자리에 오른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그걸 해낸 CEO가 있었다. U 사장은 직원들과 이야기할 때면 “나는 학벌도, 집안도, 인맥도 별로였다.”라고 말하곤 했다. 겸손으로 한 말만은 아니었다. 그는 진짜로 스펙으로만 보면 눈에 드러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런 점이 콤플렉스가 되어 입사 4년 차까지는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일 못 하는 사원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달라지기 시작한 건 한 선배와의 만남이 계기가 되었다. 선배 I는 누가 봐도 모범사원이었다. 상사들의 기대치에 부합하도록 일을 깔끔히 해냈다. 인간관계도 좋아서 I 선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사원인 U는 선배에게 일 잘하는 비결을 가르쳐 달라고 졸랐다.


“일을 잘하는 묘수 같은 게 있겠어? 그냥 열심히 하는 거지.”


I 선배는 특별한 방법 같은 건 없다고 했다. U는 선배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는데도 일을 잘하고 인정받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너무 불공평하지 않은가. 그때부터 I 선배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다. 그러다 이상한 점 하나를 발견했다.


선배는 매일 5시가 되면 노트에 20~30분간 무언가를 적었다. U는 떼를 써 선배의 노트를 볼 수 있었다. 그 노트에는 책에서 읽은 지식, 그날 자신이 잘한 점, 실수했던 일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신입사원 때부터 그렇게 적은 두꺼운 노트가 12권이 넘었다. I 선배는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뭐 대단한 건 아니고. 처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메모지에 메모를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더 쓸 게 늘어나더라고. 그래서 두꺼운 다이어리 노트에 적기 시작했다. 이걸 하면 매일 조금씩 스스로가 나아지는 느낌이랄까?”


그때부터 U도 선배를 따라 책을 읽고, 자신을 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을 정기적으로 노트에 기록했다. 그때부터 그의 인생이 달라졌고 무슨 일을 하든 성과를 내는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I 선배가 적은 것은 성찰 노트에 해당한다. 교육학자이자 철학자인 듀이는 ‘교육이란 경험을 재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경험을 하고 그 경험으로부터 깨달을 때 사람은 변하고 성장한다는 뜻이다. 경험을 재구성하려면, 즉 경험으로부터 깨달으려면 성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많은 연구자가 성찰은 단순히 생각으로 해도 좋지만, 글로 쓰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 지적한다.


우리는 모두 비슷한 직장생활을 반복한다. 5년, 10년 모두가 비슷한 경험을 한다. 그런데 그 경험을 통해 누군가는 일 잘하는 고수가 된다. 동시에 다른 누군가는 한탄 속에서 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그저 그런 수준에 머문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일을 통해 얻은 경험을 곱씹는 사람과 그냥 흘려보내는 사람 사이에는 실력 차가 생기는 것이다. 일주일이나 한 달 정도로는 차이가 크게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게 일 년이 되고 십 년이 되면 하늘과 땅 차이가 된다.


성찰 노트는 일을 통해 나를 단련시키는 좋은 방법이다. 다만 실행하기 어렵다는 점이 제일 큰 걸림돌이다. 다이어트는 질병을 예방해주고 자신감도 키워주지만 실천하기 어렵다. 금연은 여러모로 우리 몸에 유익하지만 정말 정말 어렵다. 자고로 우리에게 이로운 것은 대부분 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래서 현자들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고 말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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