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에 집중하기
종종 주말에 회사 일이 떠올라 한참을 고민하곤 한다. 어차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월요일이 되어야 뭐라도 할 수 있음을 잘 안다. 그러나 한 번 고민, 걱정이 슬슬 피어오르면 아무리 떨쳐내려 해도 떨쳐지지가 않는다.
이런 걱정에 사로잡혀 있을 때는 핸드폰을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리고, 자동차 키를 놓아둔 자리고 금세 까먹는다. 처음에는 나이가 들어 건망증이 새긴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상황을 곰곰이 되돌아보고 '걱정'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월요일에 해야 할 일, 다음 주 회의 준비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을 인식하지 못한다. 주로 이런 때 청소기를 돌리다 잠시 놓아두고 몇 시간 동안 잊어버리고, 물건을 쉽사리 잃어버렸다. 일단 이 점을 깨닫고 현재 일에만 집중하려고 애써보았다. 건망증이라고 생각했던 증상이 금세 좋아졌다.
박웅현의 책 <여덟 단어>에서는 서양 철학의 정수 중 하나가 "카르페 디엠 (Carpe Diem)"이라고 했다. 카르페 디엠은 "현재를 잡아라"라는 뜻의 라틴어이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저축하지 않는 자세, 현재의 즐기는 미학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생각하며 현재에 몰입해야 한다. 어차피 우리가 행동하고 바꿀 수 있는 시간은 현재뿐이다.
얼마 전 딸아이가 기말고사를 앞두고 "시험을 못 보면 어쩌지?"하고 머리를 쥐어싸고 있었다. 그때 함께 <카프레 디엠의 정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금 시험 결과를 떠올려 봐야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지금은 그냥 당장 할 수 있는 암기를 하고, 문제를 푸는 거야.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다 보면 미래는 원하는 대로 되는 법이야."
이렇게 조언을 했지만 정작 나는 주말에도 회사 일 걱정, 팀에 대한 걱정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피트니스 센터 러닝 머신 위를 걸을 때, 샤워를 할 때, 청소를 할 때도 손이 멈춘다. '다음 주에 있을 CEO 보고가 잘 못되면 어떡하나...' 머릿속에 잡생각 덩어리가 떠다닌다.
이럴 때 내가 자주 쓰는 방법은 <메모를 하는 것>이다. 어딘가 적어 두면 월요일의 내가 그걸 보고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메모는 생각의 짐을 꽤 많이 덜어준다. 이건 써본 사람만이 안다. 써보지 않으면, 적는 것 만으로 걱정이 줄어든다고 하며 의문을 가질 것이다. 걱정은 머릿속에서 추상적으로 존재할 때 더 커 보인다. 막상 가시화시켜 글자로 적으면 별 것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메모는 메노장을 쓰는 것과 앱을 이용하는 방법을 모두 사용한다. 모바일 메모 앱이 있는데도 메모장을 쓰는 건 무언가 쓴다는 행위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주기 때문이다. 내가 적어놓은 고민들, 챙겨야 할 것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덜 불안해진다. 메모장은 과거의 메모를 쉽게 발견하는 장점도 있다.
'지난번에도 오래 고민하던 이슈가 저절로 해결됐었네. 별로 걱정할 것 없어.'
과거의 사례를 보면서 위안을 얻는다.
메모 앱을 같이 쓰면 어제든 기록할 수 있어 좋다. 메모장은 늘 들고 다닐 수 없다. 변기에 앉아 있을 때나 러닝 머신 위를 달리고 있을 때는 메모장이 가까이에 없다. 나중에 적어야지 하고 생각했다가 잊어버린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핸드폰은 늘 들고 다닌다.
팀장은 늘 일과 사람에 대한 무게에 짓눌린다. 윗사람의 고민, 팀원들의 고민, 기혼자라면 가족과 관련된 고민까지 떠안고 있다. 적극적으로 대처 방법을 찾지 않으면 걱정에 잠식된다.
내가 팀원일 때, 어두운 표정으로 머리만 쥐어뜯고 있는 선배 팀장님들을 많이 보았다. 그분들은 자신 만의 고민 타파 방법을 찾았을까? 문득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