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을 내지 못한 이유
브런치에 글을 10개쯤 올렸을 무렵, 나도 작가가 될 수 있겠다는 자만에 빠졌다. 20년 가까이 인사, 교육 업무를 했으니 나도 전문가 반열에 든 게 아닐까 생각했다. 논문을 뒤지고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사례를 인용하며 나름 전문성(?)이 묻어난다고 생각하며 글을 썼다. 내 전문성을 책으로 알리겠다는 욕심에 빠져 있었다.
약 100여 페이지의 원고를 써서 출판사 60군데에 투고를 했다. 서점에 가서 책 뒷 표지를 들추고 출판사 투고 메일 주소를 몇 시간씩 받아 적던 기억이 생생하다. 꽤 오래 어떤 출판사에서도 연락이 오질 않았다.
그러다 한 출판사의 전화를 받았다.
"잠깐 만나 뵙고 얘기를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내심 출간 계약이 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소개팅을 나가는 설레는 마음으로 편집장님을 만났다. 카페에서 만나 명함을 건넨 편집장님은 다짜고짜 이런 말을 던졌다.
"참 열정적으로 글을 쓰셨던데, 안타까운 마음에 조언을 좀 드리고자 연락했습니다."
이런 쉣, 이게 먼일? 출간 계약서에 서명하는 게 아니란 말인가?
"선생님께서는 교수님들을 흉내 내는 글을 쓰시더군요. 과연 그런 글을 직장인 독자들이 공감해 줄까요?"
"네....?"
"물론, 반대도 마찬가집니다. 직장인에게 공감을 주려는 교수님들의 글도 독자들은 읽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교수님들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조금 콧대 높은 글을 쓰고, 직장인은 다른 직장인들의 가슴을 울리는 글을 써야 먹힙니다."
"아, 네..."
"선생님의 미래를 기대하며 조언을 좀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당시에 나는 더 이상 그분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뒤돌아 서버렸다. 어차피 계약을 해주지 않을 거라면, 조언 따위를 위해 만나자고 하다니 어이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편집장의 말이 가슴에 후벼 팠다. 특히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펼치는 순간마다.
맞는 말이다. 직장인의 글은 겸손해야 한다. 교수님이나 CEO 출신 유명인의 글과는 분명 달라야 한다. 거만한 직장 선배의 잔소리를 듣고 싶은 독자는 없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최종 발행을 하기 전에 항상 그 점을 고려한다.
"내 글은 직장인으로서 겸손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