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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레 Oct 13. 2020

알치에서 웨딩사진을 찍다

웨딩 가족사진

알치의 아침이 밝았다. 시월의 라다크는 언제나 따스한 해가 떠오르면 마법처럼 스르르 추위가 사라진다. 매 순간 태양빛이 얼마나 중요한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해가 떠오르는 동안은 그 품에서 따뜻하게 거닐 수 있었다. 정원에 차려진 아침식사를 즐긴다. 라다크 전통 빵에 따뜻한 민트 티 우리 가족만의 식사.

민트티
당나귀에게 줄 사과 따는 달

오늘은 웨딩 가족사진을 찍기로 한 날이다 원래는 웨딩사진이지만 달이가 함께여서 웨딩 가족사진이라 부르기로 했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면 곧바로 결혼식이 치러진다. 조금 늦어진 우리의 결혼식을 기념하는 사진을 알치에서 찍어보기로 했다. 사진을 전공했지만 다들 똑같이 찍는 웨딩사진은 찍고 싶지 않아서 우리만의 수더분한 웨딩사진을 위해 한국에서부터 최소한의 옷과 소품을 배낭 한켠에 준비해 왔다. 아침을 먹고 옷을 갈아입고 숙소를 나선다. 딱히 배경을 찾으러 다닐 것도 없이 문밖을 나서자마자 곳곳의 풍경 자체가 그림이다. 숙소 밖으로 이어진 길에서 다이소에서 구입한 경량 삼각대를 놓고 타이머를 맞추고 사진을 찍었다.

알치의 모습이 너무도 예뻐서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를 뒤에 두고 사진을 찍으며 산책을 했다.

달이는 사과나무에서 딴 사과를 준비해 두었다가 길가의 당나귀에게 주었다. 사람들이 거의 없었기에 길에서 마음껏 찍어도 부끄럽지 않았다. 파란 하늘배경의 사진은 최고의 웨딩사진 더 손볼 것도 없었다.

인더스강을 배경으로 찍고자 강 언저리까지 조심조심 내려갔다. 이보다 멋진 부녀 삿이 있을 수가 없다. 너무 맘에 쏙 든다! 그래 역시 자연 배경이 최고다.

알치곰파를 지나 인더스강까지 봤다면 사실상 알치를 모두 둘러본 셈이다. 알치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알치곰파 주변엔 법기들과 기념품들을 파는 상점이 많았다. 띵샤와 종 그리고 싱잉 볼들.. 상점을 지날 때마다 이런저런 소리를 찾아들어보았다. 울려서 소리를 내는 법기들은 내 자신과 공명을 하는 소리가 있다고 한다. 알치에서는 맑게 울리는 종을 찾았다. 우리 가족의 몫인 한 개만 구입하기로 한다.

알치의 마을 사람들은 점심부터 분주했다. 알고 보니 이날 밤 어느 집에 결혼식이 있다고 했다. 사람들은 전통의상을 입고 모두 모였다. 신기하게도 온 마을 사람들이 결혼식을 축하해 주러 참석했다. 외부에서 온 차들도 많이 보였다. 우리 숙소 아주머니 아저씨도 마찬가지셨다. 전통복으로 갈아입고 일찍부터 잔치에 갈 준비를 하셨다.

전통 라다크 결혼식이 궁금하긴 했지만 밤에는 너무 추워 따뜻한 이불 밖에 나갈 엄두조차 나질 않았다. 나와 달이는 숙소에 남고 준희는 결혼식이 궁금하다며 혼자 결혼식을 보러갔다. 사람들은 결혼식을 하는 부부를 위해 의자나 가구 같은 선물을 마당 한편에 잔뜩 쌓아놓고 모두 음식을 먹으며 축하헸다고 했다. 전통 라다크 결혼식은  보아서 아쉽지만 남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니 모습들이 눈 앞에 그려졌다. 이제  우리 결혼식도 치러지겠구나. 우리는 어떤 모습일지-




알치를 떠나는 날 마지막으로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에 달이가 낮잠에 들었다. 버스가 출발 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서 식당 의자에 달이를 눕히고 쉬고 있는데 알치곰파 근처 마니차의 풍경이 번쩍 떠오른다. 그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정말 멋질 것 같았다. 조금의 시간이 있었다. 남편과 마지막으로 사진을 한 장 더 찍어보자고 합의를 봤다. 마음 좋은 식당 아주머니께 잠든 달이를 잠깐만 봐달라고 부탁한 후 소품을 다시 꺼내어 후다닥 사진을 찍고 왔다. 이 사진은 훗날 우리 부부 인생 샷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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