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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레 May 11. 2022

전원주택 생활에 담력 기르기는 필수

여름이 다가오면서 굳이 원하지 않지만 강제로 담력을 기르게 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사실 텃밭에 벌들이 날아다니는 것이 반가웠다. 지구상에 벌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는데 마당에 찾아온 벌들이 얼마나 귀한 손님으로 여겨졌겠는가. 날아다니는 벌 중에는 꿀벌도 있었고 조금 큰 벌들도 있었다.


우리를 쏘거나 해치지 않았기에 전혀 개의치 않았지만 말벌집을 발견한 순간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벌이 우리 집에 집을 짓고 있었다. 현관 위에 하나. 그리고 발코니 창문 틈에 하나. 큰 벌이 머리맡에 웅웅 날아다니며 집을 짓고 있는 것을 보니 갑자기 말벌과의 대치상태가 벌어졌다. 이곳은 아이들이 드나 느는 곳이기 때문이다.


처음 겪는 일이었기에 우선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획득했다. 간단히 제거가 가능해 보였다. 아이의 잠자리채로 가볍게 벌집 제거에 성공했다. 이제 갓 짓기 시작하는 작은 벌집이어서 가능했다. 시골에 오면서 다이소에서 샀던 아이의 잠자리채가 열일을 한다. 어딘가 날아왔다가 돌아온 벌은 갑자기 없어진 집에 당황했는지 계속 주변을 날아다니며 한참을 집을 찾았다. ‘그래 집 찾는구나 너도 집 지어서 자식들 키워야 하는데 미안해. 나도 애들이 있어서 거기는 안돼. 다른 데에 지어야 돼.’

 

이번에는 집 주변에 풀을 뽑는 것과 동시에 벌이 집을 짓는지도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벌집을 제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 주변을 살펴보니 이번에는 2층 높은 지붕에 그때 그 벌이 다시 집을 짓고 있었다. 이번에는 벌집이 3개가 보인다. 아주 높은 곳에 잠자리채로도 닿지 않는 거리. 하지만 테라스에 돌아다니는 아이들에게는 역시 위험할 수 있는 위치이다. 벌이 집을 지으면 순식간에 커지기 시작하고 벌이 많아진다는데 방법이 없어서 결국 119에 전화를 했다. 너무 익숙한 번호지만 태어나서 119에는 전화를 처음 해본다. 119 아저씨 네 분이 오셨고. 흔쾌히 벌집을 제거해 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주택에 오면서 새로운 경험을 참 많이 한다. 다음에 또 벌이 높은 곳에 집을 지으면 119를 부르기 죄송할 것 같아서 벌집을 떼어내신 기구를 여쭈어봤다. 벌과의 1차전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말벌도 나의 뜻을 알았는지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우리 집에 벌집을 짓지 않고 있다.


다음엔 냄비 안에서 왕거미를 발견했다. 세탁실에서 휙휙 다니던 거미가 문을 열어 놓았을 때 주방으로 나온듯했다. 거미가 컸다. 공포의 순간. 일단 냄비 뚜껑을 닫았다. 이제 이 냄비는 못쓰겠구나. 거미는 살아 도망치라고 밖에다 내놓고 뚜껑을 휙 열어놨다. 그런데 얼마 지나고 나가보니 거미가 냄비에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말라서 죽어있었다. 당연히 거미가 냄비 안에서 거뜬히 나와 도망갈 줄 알았는데 코팅 냄비 위로는 못 올라온 거다.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이것이 거미에게는 목숨과도 같은 일이었구나. 지금 우리 집 주변은 치열한 생존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곤충들의 모습을 발견한다.


뒤뜰에 있는 석축틈새가 뱀굴이 되지 않도록 석축 구멍을 으며 잡초를 제거하다가 벽에 붙어있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신기한 모양의 곤충을 마주한다.  이건.. 거대한 모기인가 거미인가? 정체가 뭐지 손바닥 만한 곤충에 순간 놀란다. 하지만 놀란 가슴 부여잡고 다시 주변의 풀을 정리한다. 풀을 정리해야 벌레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육아 퇴근을 하고 친구와 카톡을 하고 있는데 무언가가 기어 온다. 악 왕거미! 어디서 들어온 거지?! 일단 옆에 있던 소쿠리를 덮어놨다. 날이 밝으면 내보내야지.. 예전부터 거미를 무서워하진 않았는데 크기가 크니 달라진다. 크기가 커지니 나도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 볼 때마다 놀라고 적응이 되질 않는다 굳이 기르고 싶지 않은 담력을 강제로 기르는 중이다.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다 했던가. 아이들이 잡을 수 없으니 내가 나서게 된다. 할 수 있는 한 모두 잡아다 살려서 밖에 놓아준다. 다들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아무리 무서워도 살충제를 써본 적은 없다. 계속 만나다 보면 나도 괜찮아질 수 있을까 황급히 트랩을 추가 주문하며 놀란 가슴을 달래 본다. 이후로도 왕거미가 스르르 나타나서 거실에 기어가는 것을 몇 번 더 목격하였다. 거실 내부에 틈이 있는 것 같다. 마스킹 테이프로 최대한 막아본다. 거미야. 우리가 같이 살려면 집에는 안 들어와야 될 것 같아!


벌, 하늘소, 노린재, 거미, 남생이 무당벌레 등등 일상에서 곤충과 마주치고 함께한다. 봄이 풀과의 전쟁이었다고 한다면 여름이 시작되는 즈음은 곤충과의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털두꺼비 하늘소
누구냐 넌


사실 처음 보는 곤충이 많다는 건 이곳이 청정지역이라는 뜻일 것이다. 아이와 마당에서 너른 하늘의 구름을 보며 구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잔디 밑으로 파고드는 작은 곤충을 보며 이야기한다. 같이 허브향을 흔들어 맡는다. 지기 시작하는 꽃과 새로이 피어나는 꽃을 본다. 봄이 물러가고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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