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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지승 Mar 28. 2021

내가 발레 보러 극장에 자주 가는 이유

아직도발레 공연만보러 가면 마음이 떨리고 설렙니다.

  비 오는 주말 오후 급하게 차를 가지고 공연장을 가는 길에 막히는 교통체증도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리던 비도 다른 일 같았으면 이미 짜증부터 나 있었을게 분명했다. 다른 일이었다면 그냥 화가 나 있기에도 바빴을 그 시간에 나는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남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그런 기분으로 공연장을 향해 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피식 웃기도 했다. 전부터 생각해봤는데 공연장 안에서의 무용수들은 공연을 올리기 위해 수 없이 음악에 맞춰 동작을 연습하고 춤을 추고 공연 준비를 해야 하는 일이 무용수가 하는 일이라면 작가가 되고자 한 뒤부터 내가 들었던 생각은 좋은 글을 쓰려면 끝없이 생각하고 끝없이 고민하고 끝없이 단어를 모으고 수집해서 문장을 잘 만들어 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래서 늘 내가 춤을 잘 추지 못해서 이렇게 글을 쓰는 건 아닌지 싶은 고민 아닌 고민을 할 때마다 내게 적게 주어진 재능을 원망만 한 적도 많았지만 요즘 들어선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이유인 즉, 음악이 클래식 음악이 귀에 들리기 시작한부터 음악에 대한 이해와 감상의 폭이 더 넓어지면서 전부터 즐겨하던 발레 공연 보는 일이 예전보다 더 즐겁고 더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특히나 음악에 대한 각자의 해석도 중요하지만 춤과 어우러지는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푹 빠져서 공연을 보고 나니 온 몸에 세포들이 다 저절로 일어나서 내게 춤을 추며 다가와 말을 거는 거 같았다.

  공연을 집중해서 보면서 느껴지는 전율이라는 게 그저 아는 음악에 맞춘 아는 동작이 아닌 춤과 연기 그리고 그 모든 걸 아우르는 종합예술을 보고 느끼고 맛보는 기분이 이런 걸까?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음악을 제대로 알고 듣고 이해하기 전에는 힘든 감정이기도 했다. 결혼 후 아이를 갖았을 때부터 공부 삼아 들었던 클래식이 이젠 그 어떤 음악보다 사랑하는 장르의 음악이 되었다. 말보다 예술의 위대한 건 모두에게 주는 특별한 에너지의 힘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이번 극장에서 내가 느꼈던 건 표를 구하기가 힘들어서 높은 층에서 내려다보는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지휘자들의 협연이 정말 그 어느 공연보다 크게 다가왔다.   발레에서 말하는 음악의 중요성을 몰랐던 것도 아니었고 해마다 보는 발레 공연이 이번만 더 특별한 것도 아니었을 수 도 있었을 텐데... 음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제대로 내 귀에 쏙쏙 들리고 꽂히고 보니 음악만큼 발레 전막 공연이 단 한순간도 지루할 틈 없이 쏜살같이 깊게 같이 빠져드는 기분이 들었다.




  발레는 춤을 매개로 하는 극장 예술의 꽃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발레는 예전에 비해선 대중화도 많이 되었고 극장 관객수로 또한 이제는 거의 유료관객으로 전 객석을 채울 만큼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문화사업이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극장의 문턱은 높고 발레를 좋아하고 발레를 관심 있으신 분들이 주로 반복해서 공연 관람에 오시는 거 같다. 이 말은 결국 춤을 알고 이해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만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이면이 있는 예술 장르일 수 도 있다. 

  춤과 클래식 음악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이들에겐 더없이 행복한 순간을 선물 받을 수 있는 공연이기도 하지만 음악과 무용 자체에 흥미 없으신 분들에겐 더없이 지루한 공연으로 기억될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음악을 알고 무용을 볼 줄 알게 된다면 발레 공연처럼 재미있는 공연도 없다. 그래서 수 천 번, 수 만 번 다른 무용수들의 저마다의 춤을 집중해서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좋아서 시작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부하는 마음으로 극장에 간다. 앞서 말한 대로 갈 때도 행복하고 극장 문을 열고 나올 때도 행복할 수 있어서 그럴 때마다 예술을 배우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먹고사는 문제가 더 앞에 문제가 되었다면 불가능한 일이기도 겠지만 그 어떤 일보다 더 집중하고 욕심내고 잘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기도 하다. 돈이나 명예 그 어떤 사심이나 목적을 갖고  극장을 오게 되었다면 이런 마음으로 그 어떤 감정을 느끼지도 못하고 공연장을 왔다가 특별한 느낌도 없이 그저 시간만 때우다 돌아갔을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예술 계통에서 종사하시는 많은 분들이 자신을 던지고 자신을 희생해서 각고의 노력을 통해 무대에 올려지는 결과물들은 결국 극장을 오게 한 관객들에게 행복함과 기쁨을 되돌려 받기 위해 우리는 극장에 가기  마련이다. 그러니 삐딱하고 이기적인 마음으로 극장으로 오는 사람과 그저 버선발을 들고뛰어 나갈 만큼 공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선 사람의 마음에게 다가오는 기쁨 또한 저마다 천차만별이라고 생각한다.

  이기적인 마음이 그 어떤 일도 이룰 수 없듯이 오케스트라의 협연이 주는 묘한 감동 또한 무용수들이 보여주는 단합된 군무의 아름다움은 결국 합심해서 만들어낸 행복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양질의 공연을 보러 가는 일에 인색하거나 굳이 왜 가야 하나? 하는 게으름을 피울 필요는 없다. 그저 조금 더 행복하고 싶다면 내가 원하는 공연을 골라 티켓팅을 하고 약속한 날짜에 극장에 가서 그 공연에 흠뻑 빠질 준비가 될 만큼의 마음만 있으면 된다. 거창한 마음이 대단한 게 아니라 무언가를 선입견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좋은 마음이 가장 좋은 관객의 마음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우리가 쉽게 스타 무용수를 어렵지 않게 바로 만날 행운이 우리에겐 있지 않다. 미래는 아무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우리는 훗날 누가 미래의 스타 무용수가 될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적어도 극장 안에서의 행복은 서로가 교감하는 행복한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거만하게 앉아 그래 네가 얼마큼 하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극장에 앉아있기보다 행복한 마음의 준비를 고 극장에 앉아있는 관객에게 전달되는 메시지는 어차피 천차만별이 될 것이다. 좋은걸 보고 좋은걸 느끼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마음으로 사물을 인간을 대하는 마음 또한 어찌 따뜻하지 않을까? 싶다.

  좋은 것도 자세하게 설명하긴 힘들지만 싫은걸 계속해서 생각하고 밀어내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좋은 마음을 택했고 좋은 공연을 택했다. 그 안에 들어가 행복하게 살고 위로받고 박수로 보답하고 오는 내 삶이 오늘따라 그 어느 날보다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좋은 건 결국 이유라는 게 없다. 설명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저 좋아서 그게 전부이어도 부끄럽지 않은 고백이 되어야 진짜 좋은 것이며 그런 이유로 그 생명력이 변치 않은 시간 동안 오래오래 우리 곁에 머무르는 감정이 되길 소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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