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크리스마스 때 정주행하는 마음이 따땃해지는 영화
이 영화는 결혼을 앞둔 모든 커플들에게, 그리고 갓 결혼한 커플들이 꼭 봐야 할 영화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 후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처음 보는 입장에서의 줄거리 소개가 첫 번째 부분이고,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가치들을 중심으로 소개한 것이 두 번째 부분이다. 그리고 보너스로 사족까지. 아무쪼록 이 영화를 보고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봤으면 하는 바이다.
(2014년 11월 1일에 이 포스트를 처음 작성하기 시작했을 때 썼던 말)
이 영화는 벌써 한 10번째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볼 때마다 이해와 감동이 짙어지는 것을 보니 명화임에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본 것이 6월 29일이니 4개월 만에 다시 보는 것이다. 이렇게 많이 봤음에도 불구하고 밀려오는 그 감동을 오늘은 꼭 나눠야겠다 싶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후기를 쓰고자 한다.
영화는 공항에서 한 연인이 작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영국 바클레이 은행에서 인턴십을 얻은 잭 캠벌(니콜라스 케이지 역)이 여자 친구 케이트 래놀즈(티아 레오니 역)를 떠나는 장면이다. 이미 상의한 일이지만 케이트는 잭에게 떠나지 말라고 간청하지만 잭은 일 년의 인턴십은 대수가 아니라는 말과 함께 케이트를 떠난다. 이 작별이 이별이 될지도 모르고.
13년 뒤,
잭은 월가에서 매우 성공한 벤처투자기업의 CEO이다. 맘에 드는 여자와 화끈한 밤을 보내는 모습과, 뉴욕시티 한복판에 있는 집과 직장을 하나하나 화려하게 조명하면서 영화는 잭이 가지고 있는 부와 명예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잭은 일중독자이다. 미국의 성탄절은 우리나라의 추석/설날 같아서 가족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날인데, 성탄 이브에도 가족이란 단어는 그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밤늦게 퇴근하는 크리스마스이브날 밤, 눈이 내린다. 달걀 술(eggnog) 하나 사려고 편의점에 들렸다가 당첨복권 상금을 수령하려는 흑인을 만난다. 하지만 흑인이라는 편견으로 편의점 주인이 복권 당첨사실을 믿지 않자 총으로 협박하며 분노하는 흑인에게 잭은 자신이 그 복권을 사겠다고 제안해 편의점 주인을 구해낸다.
흑인과 헤어지기 전에 잭은 나름 흑인에게 조언해준답시고 더 나은 삶을 살도록 권유하지만 이 흑인 평범한 흑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람들에게 선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천사'였다.
그렇게 무언가 스펙터클한 크리스마스이브날 밤이 지나가나 했다. 하지만 진짜 스토리는 지금부터란 사실은 잭은 알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떴는데 웬 여자가 자신을 끌어안은 채 잠들어 있고 거기에 갑자기 큰 개+두 아이들이 침대 위로 뛰어들어온다. 게다가 이 곳은 내가 살던 곳이 아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당황한 나머지 차를 몰고 CEO인 자신이 살던 뉴욕시내 집으로 갔지만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자신의 직장으로 달려갔지만 프런트 데스크 직원에게 저지당한다. "내가 누군 줄 알아?"라는 유명한 대사를 소환했으나 오히려 그 회사에서 자신의 이름이 없어진 사실을 그는 깨닫게 된다.
무엇이 어떻게 된 사실인지 전혀 감을 못 잡고 있는 그에게 천사 흑인이 다시 나타난다. 그가 몰던 페라리를 몰고 말이다. 그리고 힌트 하나를 던져주고 떠난다. 이것은 엿보는(a glimpse) 것일 뿐이라고.
그렇다. 그는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엿보는(경험하는) 중이다.
달라져도 너무나 달라진 삶에 많이 혼란스러워하지만 하지만 그는 하나씩 배워나가며, 적응해간다.
가지 말라며 눈물로 붙잡는 케이트를 두고 런던행 비행기를 탔지만 인턴십을 포기할지언정 케이트를 포기할 수 없어 그다음 날 돌아온 것을 알았다. CEO일 때는 비교할 수도 없이 저렴한 직장과 음식, 옷과 생활이 불편하지만 이전의 삶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가질 수 없었던 그 어떤 가치에 눈을 뜨게 된다.
바로 '사랑' 그리고 '가족', 또 '친구들'이다.
삶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함께 이겨내는 아내가 있고,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스러운 자녀들(애니, 조쉬)이 있다. 처음에는 잭에게 가족이란 그냥 함께 지내는 '액세서리'와 같은 존재였지만 좌충우돌의 여러 상황들을 지나며 이 '가족'이라는 가치에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그 '가족'이라는 가치는 '사랑'이라는 더 깊은 가치에 기반하며 그것은 또한 '선택'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뿐인가, 서로의 속을 훤히 꿰뚫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며, 위험한 길에서 바로잡아 주는 친구들이 있다. 대수술을 하루 앞두고도 '먹고 죽지 뭐'라고 웃을 수 있는 허물없는 사이이기도 하며, 바람피우고픈 충동이 들 때 정신 차리라고 따끔하게 충고하는 조언자이기도 하다. CEO로서 홀로 고군분투할 때에는 가질 수 없었던 보물들인 것이다.
아내와 아이들과 북적북적 살 부대끼며 살다가 다시 돌아온 현실의 침대방. 잭이 그렇게 외로워 보일 수가 없다. 가정을 이룬 삶을 갑자기 마주할 때와는 달리 다시 이 현실로 돌아올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미 더 나은 가치를 경험한 그로써는 혈혈단신의 현실로의 복귀가 우울할 수밖에 없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회사 합병과정에도 큰 문제가 생겨 안 그래도 우울한데 더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나의 삶은 그냥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이전과는 다르다. 잭은 자신이 경험한 그 가치를 다시 찾기 위해 이전의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가치를 포기한다. 회사 업무로 당장 비행기를 타야 했지만 그전에 먼저 현실의 케이트를 찾아가며, 케이트가 그를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공항으로까지 달려가 애마 페라리도 내팽게치고 케이트를 붙잡는다.
결국 잭은 케이트를 붙잡는 데 성공한다.
눈 내리는 밤, 둘은 공항에서 커피 한 잔을 하며 13년간의 공백을 대화로 채운다. 카메라가 이 둘의 투샷을 담은 채 멀어지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진한 여운을 남기며.
기회 vs 함께 - 공항에서 케이트와 잭의 대화
"Plan doesn't make us great Jack, what we are together that makes us great"
영화 첫 시작부터 케이트는 출국하는 잭에게 남아있으면 안 되냐고 묻는다. 이미 다 끝난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공항에 도착하니 사랑하는 사람을 1년이나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나 보다. 그녀는 그를 막아야 한다고 말하는 마음의 소리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기회'가 아닌 '우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잭은 '공항에서는 누구나 감성적이 된다'라고 단언해 버리고, 눈물범벅이 된 케이트를 애써 외면한 채 영국으로 떠난다. '함께'를 1년간 포기하고 '기회'를 잡은 것이다.
영화는 '기회'를 선택한 잭을 먼저 조명한다. 그리고 이후에 '함께'를 선택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보여준다. 둘 다 중요한 가치이지만 무엇이 먼저 되어야 하는지를 말해주고자 하는 구도이다.
일 vs 가정 - 회의실에서의 잭과 앨런
첫사랑을 떠나보내고 오로지 일에 인생을 건 잭의 인생을 한 번에 보여주는 크리스마스이브날의 회의 장면. 이틀 뒤인 12월 26일에 역사적인 M&A를 앞두고 CEO인 잭은 임원들에게 열변을 토하고 있다. 그런데 임원 중 한 명인 앨런이 가족과 함께하는 이브날 저녁을 생각하느라 회의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본다. 일과 가정을 대놓고 대치시킨 이 상황에서 감독은 잭을 심히 한국스러운 상사로 만든다. "M&A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돈방석에 앉게 되고 매일이 크리스마스 같을 것이야!" 라며 윽박지르는 잭에게서 가정의 중요성을 1도 느끼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잭=일에 몰빵한 캐릭터로 영화는 시작한다.
재미있는 것은 후반부의 뒤바뀐 인생에서 잭의 자리를 앨런이 차지하고 있다. 혜성처럼 나타난 잭을 견제하느라 뒤에서 조용히 윽박지르는 앨런을 보며 성공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캐릭터로 앨런이 세팅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과거의 자신을 보여주는 거울 같은 앨런을 보며 잭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다 가졌어 vs 다 가졌어? - 편의점 밖에서의 대화
"Everybody needs something."
"What do you need, Jack?"
"I've got everything I need."
복권이 불인정됐다는 사실에 흥분해 총질까지 갈뻔한 흑인(실은 천사)을 보고 잭은 그에게 조심스럽게 더 '나은' 삶을 살아보도록 권유한다. 누구나 필요한 것이 있다는 말과 함께. 흑인은 되묻는다 "What do you need, Jack?"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내 인생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천사의 질문에 잭은 '난 모든 것을 가졌다' 고 말한다. 이미 일과 돈으로 도배되어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의 외로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뼛속까지 자본주의' 캐릭터가 확고해지는 장면이다. 내가 추구하던 분야에서 최고가 되었고, 그에 보상하는 돈과 명예를 얻었는데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한가? 난 이미 다 가졌는데?라는 전형적인 재벌의 마인드다.
그래서 준비했다. 하늘은 친히 잭에게 그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함께', 혹은 '가족'이라는 가치를 경험도 해보지 못한 불쌍한 중생이기에, 인생을 되감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가 이전의 삶과 견주어 더 가치 있는지를 직접 판단하게 한다.
돈 없어서 서러운 삶 vs 돈 없어도 행복한 삶 - 신사복 코너에서의 싸움:
"I could have been a thousand times the man I became!"
가족과 장 보러 갔다가 우연히 들른 신사복 코너, 250만 원짜리 옥스퍼드 정장을 입어보고 잭은 감탄한다. CEO 잭의 모습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랴. 그리고 케이트에게 이 정장을 사겠다고 억지를 부린다. 아직도 잭이 그때의 삶을 갈망한다는 점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장면이다. 반대로 말하면 새로운 삶에서 중요한 가치를 아직도 못 찾았다는 것이다.
어이없어하며 얼른 벗고 나오라는 케이트에게 잭은 갑자기 뒤바뀐 인생에서 겪었던 서러움을 쏟아낸다. 그리고 케이트에게 지금의 '힘든' 삶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 난 지금의 나보다 천배나 더 나은 사람이 될 수도 있었는데 당신 때문에 지금 이 꼴이 됐다고. 한마디로 지금의 자신은 250만 원짜리 정장 하나에도 쩔쩔매는 돈 없는 서민이라는 사실에 서러워한다. 아직까지 잭에게는 성공의 기준이 돈과 명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케이트는 대답한다: "내가 결혼한 잭은 250만 원짜리 정장을 입어야만 만족하는 사람이 아니야."
즉, 케이트가 아는 잭은 돈과 명예로 가치로움을 논하는 것이 아닌 다른 것에 가치를 두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돈과 명예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있다? 잭에게는 아직은 너무 어렵다.
- 케이트 생일 축하 비디오 장면
"La la la la la la la la la means I love you."
케이트와 분위기가 좋았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그녀가 고대했던 말을 해주지 못해 초를 치고만 잭. 그러다가 집어 든 비디오테이프에서 잭은 그 답을 찾게 된다. 언젠지 모르지만 과거 케이트의 생일파티 날 사랑하는 케이트에게 서프라이즈로 불러주었던 노랫말에서 잭은 케이트가 무슨 말을 원했는지 알게 된다. 음정 박자 다 틀려가면서도 꿋꿋이 노래를 불러나가는 낯선 자신을 보며 잭은 지금의 자신에게는 없는 그 무엇이 비디오 안의 잭에게 있다는 것을 느낀다. 바로 '사랑'이다.
비디오에서 나오는 잭의 노래에 영화의 배경음악이 얹혀 흐르는 장면은 정말 탁월한 연출이라 생각한다. 잭이 새로운 가치에 눈을 뜨고 있음을, 심경의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시사하는 정말 적절한 연출이라 말하고 싶다.
- 레스토랑에서의 대화
"You(Jack), and the kids"
"Good things."
잭의 심경의 변화가 가장 절정에 이르는 순간이며 대사 하나하나가 영화의 핵심 주제를 다루는 장면이다. 결혼기념일인 것을 미처 몰랐던 잭은 실망한 케이트를 달래주러 시내에 있는 (자신이 예전에 맨날 먹던)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케이트를 데려간다. 높은 가격에 놀라면서도 남편에게 이런 센스가 있나 좋아하는 케이트에게 잭이 고백할 것이 있다고 한다.
자신이 다른 사람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고 운을 떼며 이전 CEO 시절의 자신을 나레이티브로 설명한다. 하지만 그 삶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그것이 나쁜 일이었냐는 케이트의 질문에 잭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불확실한 지금의 삶에 몇 가지 불편한 점이 있긴 하지만 지금의 삶이 '나쁜' 것이 아니라 '다른' 삶 같다고 이야기한다 - 이미 잭에게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여기서, 잭은 놀랍게도 케이트 또한 자신과 동일한 불확실함 속에 살고 있으며 호락호락하지 않은 현실과 매일 싸우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럴 것 같지 않았는데, 케이트는 마냥 행복하게만 사는 것 같았는데 그 이면엔 현실을 감내하는 케이트도 존재했던 것이다.
케이트가 말한다. 당신과 결혼하지 않았으면 어떠한 삶을 살았을까 하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자신이 이미 그러한 삶을 살아봤기에 잭은 그다음 대사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케이트는 그러한 삶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지워버린다고 말한다: "You, and the kids."
잭이 화답한다: "Good things." 잭에게 새로운 가치, '가족'이라는 가치가 새겨지는 순간이다.
- 임원 저택에서의 대화
"Don't you see, we are finally having a life that other people envy."
"Oh Jack, they already do envy us."
우연히 이전의 삶에서 몸담았던 회사의 회장을 타이어 고객으로 맞게 된 것을 시작, 확실한 자기 PR로 임원의 자리를 따낸 잭. 회사 임원에게 주어지는 궁전 같은 집에 케이트를 데리고 온다. 그녀를 놀래켜 줄 심산에 이 집이 어떤 집인지 말해주지 않자 케이트는 주말 동안에 빌린 것이냐고 묻는다. 능글맞게 웃으며 잭은 이 집은 새롭게 임원으로 선출된 자신에게 하사된, 앞으로 우리가 살 집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케이트가 깜짝 놀라며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할 것을 잭도, 그리고 영화를 보는 관객도 기대하겠지만 그녀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정든 집,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업 등 어떻게 이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상의도 없이 바꾸냐는 반응이었다. 당황한 잭이 이 곳에는 국내 최고의 학교가 있으며 우린 최고의 삶을 살게 될 거라고 말하지만 케이트는 그러한 잭의 말에 오히려 절망한다.
잭은 말한다. 좋은 집, 좋은 학교, 좋은 직장, 이제야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라고.
케이트는 말한다. 이미 사람들이 우리를 부러워한다고.
케이트가 한국인이었으면 그랬을 것이다: 뭣이 중한디!!!!
- 케이트의 독백
"I love you, and that's more important to me than our address."
임원에게 주어지는 저택에서 한바탕 한 후 잭은 집에 돌아와 소파에 앉아 생각한다. 그러다가 옛날 비행기 티켓을 발견한다. 그리고선 자신이 영국까지 갔다가 그다음 날에 케이트에게로 다시 돌아온 것을 알게 된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직장이 아닌, 케이트였던 것이다.
비행기 티켓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잭에게 케이트가 다가와 말한다. 당신이 정말 원한다면, 정말 그것이 필요하다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학교를 옮겨서라도, 우리가 함께 평생을 살아온 이 집을 옮겨서라도 당신을 따라가겠다고 말한다. 집주소보다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명언을 남긴다. 케이트의 가치는 '사랑'임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부분이다.
이 장면에서 잭의 대사는 하나도 없다. 하지만 케이트와의 이 대화가 그에게 딥 임팩트였다는 사실을 배경음악이 아름답게 빚어낸다.
- 공항에서의 잭의 고백
"Plase Kate, one cup of coffee. You can always go to Paris."
다시 현실로 돌아온 잭. 하지만 무엇이 진짜 가치로운 것인지 확실히 깨달은 그는 가장 먼저 현재의 케이트에게 찾아간다. 하지만 케이트는 파리 지부장으로 발령받아 이사 마무리를 하던 중이었다. 그날 저녁 비행기로 떠나는 그녀가 잭에게 주었던 것은 둘이 사귀던 시절의 물건이 담긴 박스였다. 박스를 들고 나오며 잭은 냉정한 현실에 절망한다.
하지만, M&A가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는 회사의 절체절명의 위기 한가운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잭은 케이트를 다시 한번 더 잡기 위해 공항으로 달려간다. 출국 게이트로 들어가는 케이트를 향해 가지 말라 소리치지만 케이트는 이성적으로 행동하라고 말하고 다시 출국 대열에 합류한다. (어라 이거 데자뷰).
케이트를 잡기 위해 잭은 마지막 카드로 자신이 경험했던 짧지만 강렬했던 삶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낳은 두 아이들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이뻤는지, 좁지만 우리 집이 얼마나 좋았는지, 우리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회고한다. 자신이 '엿본' 삶을 통해 새롭게 획득한 가치관을 케이트에게 토로하는 장면은 단연 이 영화의 백미이다.
잭 자신이 돈과 명예에 올인했을 때에 '아내 케이트'가 자기에게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었듯이, 변화된 잭이 직장만 바라보고 파리로 가려는 케이트에게 진짜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 주는 이 구도가 소름 끼치도록 아름다웠다.
그리고 둘이 공항 카페에서 밤새도록 이야기꽃을 피우는 장면은 마음에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눈이 내리는 이 공항에서의 밤은 정말이지, 너무 정겹고 아름답다.
이 대사가 총 세 번 반복됨. 사랑은 곧 선택이다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 대사.
영화 시작하자마자 케이트가 공항에서 한 번,
임원 자택에서 한바탕 한 후 집에 돌아와 케이트가 또 한 번,
그리고 마지막 공항 씬에서 잭이 케이트를 붙잡으며 한 번, 총 세 번.
크리스마스이브날 저녁, 잭 회사 빌딩에는 잭의 사무실에만 불이 들어와 있다. 워낙 빨리 지나가서 처음에는 놓쳤던 부분.
역시 크리스마스이브에도 일하는 사람은 Asian이다. 동양인은 정말 쉬는 날이 없다는 시대상을 잘 표현함..ㅠㅠ
가지 말라고 붙잡는 주체도 바뀜.
찾아보니 배우는 다르지만 매우 비슷한 외모의 두 여성이다. 유혹은 결혼하든 안 하든 있다는 것을 시사하나?
처음에 볼 때는 뭔가 익숙한 얼굴인데.. 했는데 두세 번 보고 깨달음.
CEO가 되어서도 사무실 안에 아이들 놀이방이 만들어져 있음.
눈이 내리며, 삶 전환용 배경음악이 깔린다.
편의점 주인에게는 흑인의 편견을 깰 수 있는 기회, 돈 더 거슬러 준 여자에게는 정직할 수 있는 기회
처음에는 정말 외계인 보듯한 표정이지만 후반부에는 정말로 아빠를 사랑하는 표정으로 변함. 어린애가 무슨 연기를 이렇게 잘하냐.
돌아보면 둘 다 회사 출장을 미뤘다 (보스라서 가능한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