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감추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영화 ‘유령선’은 전 편 ‘그날, 바다’의 후속 편이다. 2018년 개봉한 ‘그날, 바다’가 가슴이 미어지는 영화였다면 이번에 개봉한 ‘유령선’은 천천히 빡치는 영화이다. 언론이 얼마나 팔로업 할지는 모르겠으나 당장 기억나는 사실들을 정리해 본다. 핸드폰으로 적는 이 순간에도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1. 세월호 항적(AIS)은 조작되었다
왜 ‘그날, 바다’에서 이미 내렸던 결론을 왜 또 강조하나 했더니 더 확실한, 빼박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이었다. AIS에 관한 매우 테크니컬한 증거이기 때문에 일반인은 범접도 못하는 데이터지만 미친 김감독은 세월호 수사 증거로 제출된 자료 속에서 AIS조작자가 미처 지우지 못한 범죄의 흔적을 발견한다. 이 다큐는 그 역 추적 작업을 함께하는 영화이다. 기술적인 부분들은 글로 쓰면 너무 복잡할 것 같아 영화를 보시길 추천한다. 애니메이션으로 매우 훌륭하게 구현해 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세월호에 이용된 AIS데이터는 스웨덴 군함의 데이터로 밝혀졌는데 그 군함의 위치를 디코딩해 보니 홍콩과 인접한 중국 선전시 한복판이었다. 바다에 있어야 할 군함이 도시 한복판에서 GPS 정보를 뿌렸다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 사실에서부터 영화는 이 조작의 기획자를 추적해 나간다.
2. 조작 프로세스
조작 프로세스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우리나라 관제센터의 데이터를 누군가가 복사해 조작자에게 의뢰한다
2) 조작자는 수정 요청받은 AIS데이터를 수정하고 의뢰자에게 넘긴다
3) 의뢰자는 관제센터 DB를 수정된 데이터로 바꿔치기한다
문제는, 2) 에서 조작자가 조작 작업 중에 파생된 데이터들을 미처 지우지 못한 데서 발생한다. 결국 조작의 흔적이 담긴 AIS데이터는 관제센터 DB에 그대로 저장이 되고, 나중에 ‘세월호는 사고다’라는 주장의 결정적인 증거로 활용이 된다. 하지만 그 AIS데이터가 증거로 제출될 당시, 조작 기획자도 세월호 유족도 그 안에 범죄의 흔적이 남아있다는 것을 모른다.
소름 끼치는 장면은 몇 년 뒤 다시 제출한 동일한 자료에서는 이 범죄의 증거들이 모두 사라진 ‘완벽한’ 데이터였다는 것이다. 어떻게 한 배에서 두 개의 항로를 생성해 내겠는가? 둘 중 하나는 거짓이라는 점은 너무나 자명하다.
3. 천 개가 넘는 선박들의 AIS가 조작되었다
국제 선박들은 레이더가 닿는 근처 선박들의 AIS 데이터까지 블랙박스에 저장하기 때문에 조작자는 세월호와 접촉한, 또 그 선박들과 접촉한 모든 선박들 AIS데이터까지 조작해야 하는 개 노가다를 감당했어야 했다. 조작해야 할 총 선박 개수가 1천 개 이상이라고 하니 욕하면서 조작했음이 분명하다. 게다가 의뢰자가 독촉하는 상황이었으니 아무리 프로라도 인간이기에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결국 조작자는 두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주위 선박들의 시간 데이터들을 삭제만 하고 새로운 데이터로 채워 넣지 않았고, 데이터 생성 기능이 없는 어선과 국내선의 데이터까지 생성해버린 것이다. 나중에 자신이 했던 실수를 깨달았을때 기분이 어땠을까.
하나의 진실을 숨기기 위해선 천 개의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4.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AIS조작 정황을 ‘그날, 바다’로 고발했을 때 김감독은 메이저 언론사들이 팔로업 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KBS, MBC, SBS 그 어느 언론사도 후속보도를 하지는 않았다.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생각해서였을까? 그래서 김감독은 여기, 절대로 반박할 수 없는 조작의 증거를 가지고 다시 돌아왔다. 표창장 하나로 온 나라가 들썩였는데 이 정도 증거면 우리나라가 뒤집혀야 맞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동도 없다.
영화를 보고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미약하나마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영화 내용을 전달하는 것과, 부디 더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시청하셔서 이 영화가 더 이슈가 되고 나아가 이 문제가 공론화되길 바라는 것이다.
‘세월호는 사고다’ 라는 판정의 결정정인 증거가 조작되었다면 이제는 그 판정을 다시 살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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