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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샤인 Mar 31. 2024

면역항암제를 소개합니다

HTM 킹덤라이프지 기고글 – 2

들어가며

지난 글에서는 암에 대해 이야기했으니 이번에는 암을 치료하는 항암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감기약 같이 익숙한 약이 아니기 때문에 흔히 항암제라고 하면 머리가 빠지는 약이라고 가장 먼저 생각하실 겁니다. 그만큼 독하고 먹을 일이 없기를 바라는 약이 항암제입니다.

하지만 머리가 빠지지도 않고 부작용도 크지 않은 항암제가 있다면 믿으시겠나요? 오늘 글에서는 기적의 항암제라고 불렸던 면역항암제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왜 기적의 항암제라고 불렸는지 이해하려면 한 의사의 간증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암이 녹았어요. 내가 봤다니까?

1890년대, 윌리엄 콜리는 젊은 새내기 의사였습니다. 의욕적으로 의사 생활을 시작하던 그는 병원의 진료 기록을 살피다가 믿을 수 없는 기록을 발견했습니다. 다섯 번 종양 제거 수술을 했지만 끊임없이 다시 살아나는 종양으로  ‘사망’으로 끝나야 할 기록이 ‘완치’로 끝나있는 것입니다. 치료 과정 중에 환자가 수술절개부위에 세균 감염이 된 것 빼고는 어떤 특이사항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간혹 암이 이유도 모르게 사라졌다는 보고가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완치라니! 도저히 믿을 수 없었던 그는 차트에 기록된 그 환자를 끝내 수소문하여 찾아내었고 그에게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환자의 증언은 이러했습니다. 암 수술부위가 감염이 되어 며칠을 고열에 사경을 헤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열이 내리면서 그 주위에 있었던 암의 크기가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그렇게 열이 올랐다 내렸다를 몇 번 반복한 뒤, 넉 달 뒤에 그는 멀쩡하게 제 발로 걸어서 퇴원하게 됩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뭔가가 있다는 사실을 직감한 콜리는 이러한 사례가 또 있었는지를 조사해 보기 시작했고, 의학계에서 이런 케이스들이 빈번하게 존재했음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암이 갑자기 사라진 케이스들에는 감염이 동반된다는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의사였지만 과학자의 예리함을 가진 콜리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 방법은 암을 절개하는 정도의 치료와는 차원이 다른 잠재력을 가진 것을 깨닫고 과감한 방법을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암환자들에게 일부러 감염을 시켜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엄청났습니다. 아무 손을 쓸 수 없었던 일부 말기암 환자들이 완치가 되는 현상이 나타났던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시도는 인정을 받지 못한 채 끝이 났습니다. 절반의 확률로 암이 사라지는 엄청난 발견이었음에도 사람들은 그의 치료를 돌팔이 의사의 사기행각 정도로 받아들였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당연했던 것은, 콜리가 얻은 결과의 아주 일부조차 이후 100년이 지나서야 과학적으로 해명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답은 세균이 아닌 면역세포

그로부터 백 년 동안 과학은 눈부시게 진보했습니다. 특히 현미경의 발달로 인해 세포생물학적 지식이 깊어지며 면역세포들의 존재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과학자들은 소위 암이 녹는 현상은 감염 시에 발생했던 면역 반응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하지만 왜 그런 ‘기적’이 왜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인지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수십 년이 더 흘러 인류는 암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암이 어떻게 면역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가에 대해서도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저번 글에서도 언급한 면역세포 억제 스위치들(PD-1, CTLA-4, LAG-3)과 종양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 TME)이 합력하여 면역세포들을 무력화시킨다는 점 또한 알아냈습니다.


과학자들은 감염이 어떻게 암을 녹이는지도 알아냈습니다. 면역세포를 감쪽같이 속여 조용히 세력을 확장해 가던 암세포들에게 세균이라는 침입자가 소동을 일으키는 바람에 면역세포가 그 지역에 광범위한 폭격을 가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암세포까지 같이 사멸해 버린 것입니다. 마치 한 도둑이 신분세탁 후 경찰을 피해 조용히 살고 있었는데 우연히 강도가 그 도둑의 집에 들이닥치는 바람에 강도를 잡으러 출동한 경찰들에 의해 도둑까지 정체가 탄로 난 상황인 것입니다.


가짜 이름표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죽인다는 사실은 과학계에 큰 충격을 가져왔습니다. 면역세포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같은 외부의 적만 죽인다고 생각했는데 정상세포에서 유래한 암세포를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면역세포의 살상 능력이 아니라 암세포의 교란 능력이었다는 것을 과학자들은 깨닫게 됩니다.


2000년대에 들어 과학자들은 면역세포에 안전장치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면역세포가 어떤 세포든 죽일 수 있는 강력한 존재들이기에 정상 세포들에게는 유월절 어린양의 피 같은 ‘공격금지’ 이름표가 붙어있습니다. 그런데 암세포들은 이것을 역이용하여 정상이 아님에도 ‘공격금지’ 이름표를 만들어 면역세포 순찰 시 당당히 제시합니다. 그렇다면, 암세포에서 이 이름표를 제거해 버리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발상을 과학자들이 하게 되었고, 바로 이 발상으로 인해 면역항암제가 탄생하게 됩니다.


면역항암제의 탄생

면역항암제는 바디메오처럼 눈먼 면역세포들에게 새 공격대상을 보게 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암세포를 직접 죽이는 방식이 아닌 면역 세포들을 활성화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소용없을 거란 비판도 많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생명이 꺼져가던 말기암환자가 치료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벌떡 일어나는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게다가 암세포를 학습한 면역세포들은 암이 재발하는 것까지 막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면역항암제의 첫 임상 결과는 학계와 의료계, 제약업게를 불문하고 면역항암제 광풍을 일으켰으며 드디어 인류가 암을 정복하는 길을 찾아낸 것이라고 자부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면역항암제는 약이 드는 사람에겐 기적 같은 약이지만 모두에게 잘 듣는 약이 아니라는 사실이 추후에 밝혀졌습니다. 암도 살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기 때문에 암과의 사투는 아직은 진행형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 몸은 암에 대응할 능력이 이미 갖추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 능력을 마음껏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막는 것이 암세포의 전략이지요. 


면역항암제를 볼 때마다 ‘거짓 자아’ 묵상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미 영적으로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고 하나님의 무한한 능력이 우리 안에 흐르는데 거짓 자아를 사용해 우리의 눈을 돌려버리는 마귀의 전략이 암세포의 전략과 너무나 유사한 것을 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인간이 만든 면역항암제는 한계가 분명하지만 하나님이 우리 영에게 투여하신 면역항암제는 무적이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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