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인 Aug 01. 2018

[도서리뷰] 메이커스, 크리스 앤더슨

미래는 이미 여기에 있다. 다만 고루 퍼지지 않았을 뿐

- 윌리엄 깁슨 -



'메이커스'의 초판 발행일은 2012년. 현재에는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 하지만 2012년 당시에는 꽤 낯설었을 것들이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저자는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여 3D 프린터, 레이저 커터, CNC 등의 소량 생산을 위한 기계 등을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아두이노 등의 사물인터넷(IoT) 키트, 로본 자동화 생산시스템,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 오픈소스를 통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 등 제조자 혁명, 혹은 제조자 운동을 지원하는 시스템 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미래 산업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인사이트가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1부는 주로 제조업 분야에서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또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산업혁명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그로 인해 우리들은 윤택한 물질 문명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더 나아가 제조의 디지털화, 민주화로 인하여 새로운 혁명적인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데, 이것을 저자는 "사물의 롱테일 혁명"이라고 부르고 있다.

사실 현재 변화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고 있고 가장 크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라고 하면 제조업보다는 디지털, 웹, 인터넷, 모바일 등 "비트의 영역"*에 있는 산업이다. 특히 기존의 전통적인 오프라인 분야에서 이루어지던 것들, 예를 들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부터 금융과 쇼핑 등이 웹으로 옮겨와 서비스하면서 이루어지는 혁신과 변화가 현재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런 ‘비트’의 영역에 있는 산업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실제 물건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제조업 분야에서도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고 곧 이러한 움직임은 점점 더 거대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 저자는 디지털 산업을 "비트", "제조업 분야를 "원자"로 구분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지식인들은 앞으로는 기술이 더욱 발달하고, 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더욱 중시되므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산업의 중심이 바뀔 것이라고 예견해 왔지만,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의 2부: 메이커스가 바꿀 미래 편에서는 제조업의 혁신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인지 실제적인 케이스를 통하여 보여주고 있다.

실제 케이스를 들여다보면, 이미 발명가들은 더 쉽게 새로운 상품을 발명할 수 있고 전 세계 사람들과 이 발명품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서로 의논하고 협업을 하고 있다. 새로운 상품을 생산하는 일도 소량 생산이라면 3D 프린터 등의 기계를 통해 더 쉽고 빠르고 저렴하게 생산한다. 수량이 많아지면 로봇이 있는 공장들에 생산을 의뢰할 수도 있다. 지속적인 임금 상승으로 공장들은 계속 자동화 설비를 늘리고 있는 중인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는 임금 때문에 공장의 입지를 결정하는 일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대량생산된 상품으로는 충족시킬 수 없는 개인 맞춤형 상품에 대한 수요도 커질 것이므로 틈새시장에서의 혁신도 증가할 것이다. 특정 제품이나 기업의 독점이 사라지고 소규모 기업들이 자동화 기계와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펀딩이 가능한 시스템 하에서 생산과 자금의 압박에서 벗어나 더욱 다양하고 새로운 제품을 많이 만들어나갈 것이다.


앞으로 대부분의 서비스가 1:1 개인화된 맞춤 형태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중세 시대에도 1:1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가 존재했지만 그 대상은 상류 귀족계급에 한했다. 10%도 안되는 귀족계급의 취향과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회의 대부분의 인력과 자원이 투입되어야만 했다. 서비스와 결과물의 퀄리티는 훌륭할 수 있지만, 몹시 비쌌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누릴 수는 없었다. 근대에 들어서는 대량생산된 상품이 다수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는 있었지만, 각각의 개인차를 고려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기술의 발달과 산업의 혁신으로 인해서 각각의 개인들에게 최적화된 상품들이 보다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제조자 혁명의 방향은 기본적으로는 디지털 혁명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제조업처럼 기반 시설과 생산 시스템이 필수적이지 않은 덕분에 디지털 산업 분야에서는 더욱 급진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온라인과 모바일 분야에서는 기존의 체계라고 할 만 한 것이 별로 없고 관련된 사람들의 숫자도 매우 적기 때문에 변화의 폭이 매우 클 수 있다. 제조업은 사실 굉장히 보수적이고 변화가 일어나기 쉽지 않은데, 그 이유는 상품을 개발하고 생산하고 유통하고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고 기존의 질서가 굉장히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제조업에서도 기술의 혁신에서 비롯된 제조자 혁명이 일어나고 있고 변화의 움직임이 비교적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사실 책의 문장이 그렇게 어려운 편은 아니었는데,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메이커스'에 담긴 내용을 다 소화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혁신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것들이 현재 우리 사회에 궁극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고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먼저 선행이 되어야 제조업 분야의 혁신을 다루는 책의 내용이 머릿속으로 들어올 수 있을 듯 하다. 앞으로 사회는 디지털과 제조업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다양하고 빠른 변화가 지속될텐데, 이러한 변화의 흐름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또 우리는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읽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more to do : 저자인 크리스 앤더슨의 TED 강연영상 보기  

https://www.ted.com/speakers/chris_anderson_ted


작가의 이전글 우리 아이 영어공부는 언제부터 시켜야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