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04_흉터

by 김준형



우리는 좋든 싫든 늘 과거와 함께 살아간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즐거웠던 지난 일을 마음껏 떠들며 무거웠던 하루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기도 하고, 때로는 과거의 아픔을 이야기하며 아직 아물지 못한 상처를 치유받기도 한다.

이러한 인간의 세상을 아는지 모르는지 길고양이든 집고양이든 내게 자주 말을 건다. 그럴 때면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는 최대한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한다. 물론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과거에 길거리 생활을 했던 도담이는 처음 만날 때부터 두 가지 사연을 얼굴에 지닌 채로 우리 집에 왔다. 첫 번째 사연은 콧등에 난 흉터이고, 두 번째 사연은 입술 아래에 삼각형 형태로 털이 나지 않는 흉터(?)이다. 물론 나는 이 흉터들이 오히려 도담이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여기에 어떤 사연이 담겨있을지 늘 궁금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도담이는 말이 많은 편은 아니다. 대신 내가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 때면 조용히 내 옆으로 다가와서는 몇 마디 툭툭 던지며 냥냥대다가 어느새 내 팔에 궁둥이를 불이고는 함께 잠이 들곤 했다. 그리고 이제 며칠 뒤면 도담이와 함께 밤을 보낸 지 벌써 7년째 되는 날이다. 그 수많은 밤들을 함께하면서 어쩌면 자신의 흉터에 관한 이야기를 나에게 이미 수십 번은 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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