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진정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준형 Oct 17. 2022

사진05_체온을 나눈다는 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밤공기도 제법 차가워졌다. 창밖 구경을 좋아하는 고양이들을 위해 나는 웬만한 날씨에도 쉽게 창문을 닫지 않지만, 이제는 슬슬 닫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렇게 창문을 닫고 나의 자리로 돌아가면 어느샌가 달려온 도담이가 다시 창문을 열어달라며 냥냥대기 시작한다. 창문을 닫아도 투명한 유리창 밖으로 사물은 보이거늘 그 답답함을 참지 못한 도담이는 애처로운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하긴, 창문을 닫으면 바깥세상의 즐거운 냄새가 나지 않기는 하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여벌 옷을 꺼내 주섬주섬 입으며 다시 창문을 열어놓는다.     



   그렇게 매년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올 때면 집안의 공기 또한 계절을 따라 차가워진다. 쌀쌀한 날씨에 창문도 눈치 보며 닫아야 하는 집사의 삶은 조금 서글프다. 하지만 이렇게 집안이 추워질수록 자연스럽게 고양이들이 서로 몸을 맞대고 있는 시간도 많아진다. 그리고 그 모습을 우연히 발견할 때면 내 마음은 창문을 닫았을 때보다 훨씬 따뜻해짐을 느낀다.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편히 쉬다가도 갑자기 치고받고 싸우고, 간식을 먹을 때마다 간식을 뺏기지 않기 위해 견제하느라고 정작 코앞에 놓인 자신의 간식은 여기저기 흘리며 맘 편히 먹지도 못하는 데다가, 시기심이 많은 도랑이는 늘 도담이가 따뜻하게 데워놓은 자리를 빼앗기 위해 은근슬쩍 다가가 싸움을 건다.

   이처럼 한심한 모습을 7년 내내 반복하다가도 문득 집안이 너무 조용하다는 사실에 잠시 뒤돌아보면 어느새 둘이 비좁은 공간에서 서로 몸을 맞대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체온을 나눈다.

   

   서로의 온도를 익히고,

   서로의 냄새를 맡고,

   서로의 숨소리를 들으며,

   같은 시간, 같은 공간, 같은 자리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여전히 잘 지내고 있고, 아직 나와 같은지.     



노트북 위 (2016)



옷장 안 (2016)


원형써클 (2022)



원형써클 (2020)
원형써클 (2021)


이동가방 (2020)



이동가방 (2020)


이불안 (2019)



원형써클 (2018)





매거진의 이전글 사진04_흉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