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줄 것인가, 숨길 것인가
디자인의 핵심은 강점을 잘 보여주는 것
내가 같이 일했던 디자이너중에 유난히 마음이 약하고 착한 직원이 있었다. 그 친구는 솔직하고 배려심도 많아서 동료들 간에 신뢰도 있었다.
하지만, 그 디자이너의 성품은 신뢰가 갔지만, 디자인 실력은 그렇지 못해서 늘 불안했던 기억이 있다.
왜? 착하고 솔직하고 배려심 많은 디자이너가 디자인은 잘 못할까?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말은 아니지만 말이다.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결정은 바로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바꿔 말하면 무엇을 숨길 것인가, 이 제품의 약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잘 감출 것인가를 찾는 일이기도 하다.
나와 같이 일했던 그 착한 디자이너에게는 제품의 장점은 너무 많이 보이고 약점은 보이지 않는 듯했다. 정말 좋은 성격이지만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많이 힘들어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 디자이너의 디자인 속에는 늘 제품의 장점이 가득 들어있었지만, 어느 것 하나 장점으로 와닿지 않았다.
그게 바로 평범한 디자인이다.
이런 경우는 비단 디자이너만이 겪는 문제는 아니다. 나와 같이 일했던 마케터 중에도 착한 성격 때문에 제품 출시를 하나도 못하고 2년 만에 부서를 옮긴 직원도 있었다. 이 친구는 제품이 가진 사소한 단점 때문에 제품의 엄청난 장점을 보지 못하고 단점 없는 완벽한 제품을 개발하려다 결국 실패했다.
그 마케터에게는 조금이라도 약점이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 양심에 걸리는 문제였을지 모른다.
착하고 정직한 성격이었지만 마케터로서는 적절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우수한 디자이너나 마케터들은 모두 나쁜 성격에 이기적이고 단점만 캐는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모든 제품에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데, 얼마나 장점을 잘 찾아서 보여줄 것인가, 그리고 단점은 잘 숨길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이다.
천연의 재료가 많이 들어간 제품은 성능이 약하거나 맛이 없고, 화학적인 성분 비율이 높으면 성능도 좋고 맛도 좋지만 몸에 이롭지 않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실인데 이 딜레마에서 허우적거리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선택을 강요받는다. 디자인을 할 때도 신제품을 개발할 때도 선택을 해야만 한다.
'보여줄 것인가, 숨길 것인가'
만일 이 선택이 어렵다면 답을 찾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남들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고민해 보는 것
그리고 나만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찾는 것.
남들은 할 수 없는 나만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찾으면 나머지는 잠시 숨겨두어도, 혹은 어딘가에 작게 보여줘도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