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처럼 사용하는 제품의 비밀
사람들이 특정 제품을 습관처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어떤 제품은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어떤 제품은 그렇지 못할까? 습관처럼 사용하는 제품 속에는 어떤 패턴이 있을까?
다음과 같은 물음에 답하기 전에, 먼저 '습관'이 '제품'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살펴보자.
회사를 만드는 기업가 뿐만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조직에 속한 모두가 마음 한켠에 늘 갖고있어야 하는 질문, '우리는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제품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공을 뜻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회사의 리더가 위에서 아래로 비전을 내리고, 각 팀들이 이를 현실로 바꾸는 방식으로 일을 했다. 이 방식이 성공을 만들어 낼 때도 있었지만 실패하는 경우, 적게는 수 개월부터 많게는 수 년간까지 아무도 원하지 않는 상품을 만드는 데에 리소스를 허비한 셈이 된다.
이에 대해 고객 개발 방법론을 창시한 스티브 블랭크Steve Blank나 그에 영향을 받아 린스타트업이라는 경영 전략을 개발한 에릭리스Eric Ries는 제품 개발에 대한 새로운 철학을 제시한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무언가를 만드는 노고를 줄이고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제품을 실제 사용하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아이디어의 타당성을 거증하고 여러차례에 걸친 테스트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이해함으로써 사용자로 하여금 제품에서 우리가 의도한 행동을 계속해서 하게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성공에 보다 가까워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사용자의 반복된 행동을 유도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니르 이얄은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상품들의 공통적인 패턴을 찾아내 훅(Hooked)이라는 프레임워크로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이 프레임워크를 통해 제품을 개선하고 발전시켜나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습관은 의식적인 사고가 거의 또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하게 되는 행동이다.
습관 = 상황 신호에 의해 유발되는 자동적 행동
사용자에게 습관으로 자리잡은 제품은 엄청난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된다. 그 이유는 고액의 광고 활동이나 공격적인 메시지에 의존하지 않고도 사용자들의 재구매와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별도의 마케팅없이 제품을 동력으로 성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일이다. 자금이 마르지 않는 샘처럼 솟아난다면 모를까 돈으로 사용자를 제품에 머무르게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알아두어야 할 것은, 습관 형성에 의존하는 것이 성공을 가져올 수 있는 제품도 있지만 모든 제품이 다 그런 것은 아니므로 사용자의 습관이 본인이 만드는 제품의 목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은 설계자가 의도한 대로 사용자의 일상 행동을 바꿔놓는다. 그렇다면 사용자의 행동을 유도하고, 이 행동이 습관으로 굳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책에 따르면 사용자의 행동을 유도하는 습관을 형성하는 데에는 특정한 설계 패턴이 존재한다고 한다.
니르 이얄은 사용자의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4단계 과정의 프레임워크로 훅 모델을 소개한다. 훅 모델은 광고나 판촉 활동에 기대지 않고 고객이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 특정 제품을 반복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제품에 대한 습관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훅 모델은 계기 > 행동 > 가변적 보상 > 투자의 4단계의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과정이 서로 맞물려 잘 반복될 수록 행동은 습관으로 굳어지고, 제품의 성장 가능성은 더욱더 높아진다.
계기는 훅 모델의 첫 단계로써, 행동을 시작하는 작동 장치의 역할을 한다. 지속적인 행동 변화의 토대를 제공해주는 것이 바로 계기다. 계기에는 내부 계기와 외부 계기의 두 종류로 나뉜다.
외부 계기는 한 마디로 사용자들에게 신호를 보내 행동 개시를 유도하는 것이다. 주로 광고, 인터넷 검색 엔진 마케팅, 그 밖의 유료 수단으로 사용자의 관심을 끌어 행동에 나서게 하는 방법이나 페이스북의 소셜 기능을 이용해 '좋아요'와 친구 초대 같은 관계를 통해 제품을 인지하고 행동을 개시하게 하는 방법 등이 있다.
반면에 내부 계기는 사용자의 마음 속에서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것으로써 특정 제품에 대한 어떤 생각이나 감정, 기존의 일상 행동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타인의 특별한 순간을 영원히 놓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낄 때 인스타그램을 떠올리고 접속하게되는 순간에 있어 감정의 시작점이 내부 계기라고 할 수 있다. 내부 계기의 경우, 그 다음에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한 정보가 사용자의 기억 속에 학습된 연결고리 형태로 입력된다.
새로운 습관은 처음에는 외부 계기에 의해 촉발되지만 사용자들을 계속 붙잡는 것은 내부 계기와의 연결고리이다. 따라서 제품의 내부계기가 신호와 밀착될 수 있도록 빈번하게 사용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내부 또는 외부 신호에 의해 만들어진 계기는 사용자에게 그 다음에 취해야 할 행동을 알려준다. 행동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그 실천이 생각보다 더 쉬워야 한다.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요구되는 것이 많을수록 행동이 일어날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포그 박사Dr. BJ Fogg는 인간의 행동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 사용자에게 충분한 동기가 있어야 하고 둘째, 의도된 행동을 완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의도된 행동이 일어날 수 있게 해줄 계기가 있어야 한다.
동기 Motivation, 능력 Ability, 계기 Trigger 모두 충분한 수준으로 존재해야만 특정 행동 Behavior이 일어난다.
인간은 무엇이 만족될 때 행동 하는가?
=(사용자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우리 제품을 쓰게끔 하려면?
1. 계속해서 사용자에게 동기 부여하기 = 계속해서 Why so 개발하기
→ 우리 제품을 쓰고 싶게끔 동기 부여가 돼야 함
2. 계속해서 사용자의 능력을 높여주기 = 계속해서 Easy-first
→ 우리 제품을 쓰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함
포그 박사의 '행동 이론'의 골자는 동기와 능력 모두가 적정 수준 만족이 되면 계속해서 행동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인데 능력을 높이는 것이 동기를 높이는 것보다 더 비용 효율적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동기가 엄청 높아도 쓰기가 어려우면 이탈하기가 너무 쉽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동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 사용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비용cost만 잡아먹을 확률이 높다. 그 뿐만 아니라 비용은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더 불어나는데 예를 들어, 처음 모객을 하려고 4만원을 사용했다면 이탈한 고객을 다시 데려오기 위해서는 4만원 이상의 금액을 줘야 가능한 상황이 된다.
사용자들의 계속된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제품을 사용하는데에 있어 적절한 보상이 지급되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보상이 꼭 금전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가진 문제점이 제품에 의해서 해소되었다면 경험이 하나의 보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사용자는 제품을 해결책으로 신뢰하고 점점 의존하게 된다.
특히 훅의 세 번째 단계인 보상에서는 가변성을 강조한다. 시간이 갈수록 다음이 쉽게 예측이 가능한 상황에서 사용자는 보상에 대한 흥미를 잃기 때문이다. 가변성은 대뇌 측좌핵의 활동과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분비를 크게 증가시켜 보상에 굶주린 탐색 활동을 유도한다. 사용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떠한 계기로 제품을 접하게 된 사용자는 행동을 취하고 가변적인 보상을 기대하며 여러번에 걸쳐 제품을 사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훅의 마지막 단계인 제품에 대한 투자가 일어난다.
사람들은 제품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수록
그것을 더욱더 중요시 여기게 된다.
조그마한 노력으로 시작한 투자가 제품에 대한 애정으로 바뀌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인간의 심리 작용이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무언가에 노력을 쏟을수록 그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하게 되고 과거에 했던 행동과 똑같은 행동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행동을 변화시킨다. 기존에 하던 행동을 변화시켜 새로운 습관으로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제품에 쏟아붓는 투자 활동이 점점 증가할수록 다른 서비스로 옮기는 것이 그만큼 더 힘들어진다. 또한, 투자한 내용이 훅 사이클의 다음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훅 사이클을 다시 한 번 순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잘 설계한 훅 모델은 플라이 휠이 되어 제품의 성장을 견인하는 데에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참고:
책 <훅>, <린 분석>, <진화된 마케팅 그로스 해킹>
힙서비콘 Season 2, 세션 ❷ 104가지 UX 원칙 중 가장 중요한 3가지 원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