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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hee Park Dec 06. 2021

고민에 빠지는 순간 이탈하는 사용자의 심리

UX 디자인을 도와주는 심리학의 법칙들

회사에서 2주에 한 번씩 북스터디를 하는데 이번 기수에서는 UX/UI의 10가지 심리학 법칙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심리학은 UX 디자인과 관련이 많은 학문이다. 좋은 제품이란 많은 사용자의 선택을 받는 제품이고, 많은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하는 것은 사람들이 어떤 이유에서 제품을 선택하고 사용하는지 이해함으로써 선택을 받는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에서 소개한 10가지 법칙 중에서 오늘은 3장의 힉의 법칙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힉의 법칙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이 선택지의 개수와 복잡성과 비례해 늘어난다
윌리엄 에드먼드 힉과 레이 하이먼이 실험을 통해 선택지의 개수가 늘면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이 로그 함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힉의 법칙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인지부하(Congnitive load)를 이해해야 한다. 인지부하는 학습이나 과제 해결 과정에서의 인지적 요구량을 말한다. 어떤 정보가 학습되기 위해서는 작업기억(Working memory) 안에서 정보가 처리되어야 하는데 처리해낼 수 있는 정보의 양보다 처리해야 할 정보가 많으면 인지 부하가 생기게 된다. 인지부하 이론의 핵심은 인간의 작업기억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은 양의 정보를 한꺼번에 제공하면 인지적 과부하를 일으켜 효과적인 학습을 방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작업 관련 정보를 저장하는 버퍼 공간인 작업 기억에 정보를 저장하는 칸의 개수는 한정적이다. 수행 중인 작업이 더 많은 공간을 요구하면, 우리는 뇌에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기 위해 작업 기억에 있던 기존 정보를 지운다. 이때, 잃어버린 정보가 수행하려던 임무에 꼭 필요했다거나, 찾던 정보와 관련이 있었다면 문제가 된다. 작업이 어려워지면서 사용자는 당황하기 시작하고, 결국 좌절감을 맛보거나 심한 경우 작업을 포기하기도 한다.



인지부하, 시각부하, 운동부하

모든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사람에 대한 100가지 사실에서도 부하에 대해 다루는 내용이 있어 일부 발췌했다. 이 책에 따르면 부하(load)에는 대표적으로 인지, 시각, 운동 부하가 있다고 한다. 여기 인터넷 뱅킹을 이용해 결제를 하려는 사용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사용자는 어떤 종류의 결제를 언제까지 해야 할지 생각하면서 통장 잔고를 확인한다. 그리고 얼마만큼의 돈을 신용카드로 지불해야 할지 결정하고, 결제 프로세스를 위해 적절한 버튼을 마우스로 클릭한다.

Photo by Pickawood on Unsplash


각 과정을 부하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어떤 종류의 결제를 언제까지 해야 할지 생각 → 사고하고 기억하는 것 = 인지부하

통장 잔고를 확인 → 특정 객체를 화면에서 찾는 것 = 시각부하

얼마만큼의 돈을 신용카드로 지불해야 할지 결정하고 결제 프로세스를 위해 적절한 버튼을 마우스로 클릭 → 버튼을 누르거나 마우스를 움직이고 내용을 입력 = 운동부하



각 부하는 각기 다른 양의 정신적 자원을 소모한다. 까다로운 순으로 따지면 인지부하 > 시각부하 > 운동부하 순이다. 컴퓨터 화면상의 어떤 것을 보거나 찾아내려고 할 때 발생하는 시각 부하는 버튼을 누르거나 마우스를 움직일 때 발생하는 운동 부하에 비해 더 많은 자원을 소모한다. 또한 시각 부하보다 생각하거나 기억하거나 암산할 때 발생하는 인지 부하가 훨씬 더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한다. 사용자가 1) 생각해야 하는 일 과 2) 기억해야 하는 일은 인지 부하를 일으켜 많은 정신적 자원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사용자가 위 두 가지 일을 해야 하는 일은 최대한 피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해야 한다.


디자인할 때면 늘 인지 부하, 시각 부하, 운동 부하 사이에서의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상황에 놓인다. 사용자가 클릭해야 할 횟수를 더 추가하더라도 사용자가 그만큼 생각하거나 기억해야 할 필요가 없어진다면 이것은 가치가 있다. 생각하는 것보다 클릭 횟수가 늘어나는 것이 사용자에게 더 적은 인지 부하를 주기 때문이다. 운동 혹은 시각부하를 높이더라도 인지부하를 줄일 수 있다면 부하의 총량은 줄어든다. 따라서 화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하를 평가하고 사용자가 제품에서 수행해야 하는 행동에 대한 기회비용에 대해 고민한 뒤 적절히 부하의 총량을 감소 시켜 사용자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UI를 구성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어떻게 디자인 해야할까?


핵심 요약

의사결정 시간이 반응 시간에 큰 영향을 받을 때는 선택지의 개수를 최소화하라.

인지 부하를 줄이려면 복잡한 작업을 잘게 나눠라.

추천 선택지를 강조해서 사용자의 부담을 줄여라.

신규 사용자의 인지 부하를 줄이려면 온보딩(onboarding)을 점진적으로 진행하라.

추상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단순화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핵심은 인터페이스를 익히고 인터랙션 하는 데 필요한 정신적 자원의 양, 인지 부하를 줄이는 것이다. 우리는 사용자가 별로 생각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각 화면이 논리적으로 전개되어 사용자가 취해야 할 동작이 명확하게 눈에 보여야 하며, 단계별로 사용자가 기대한 바를 손쉽게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제품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덜 고민할 수 있다면 사용자가 목표를 성취할 확률은 훨씬 더 높아진다.



한 번에 하나의 선택지만

인터페이스에 여러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있으면, 사용자는 선택지를 파악하고 자신의 목표와 가장 관련 있는 것을 가려내는 작업부터 해야 하므로 의사결정이 늦어진다.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많은 지적 능력을 동원해야 하고 인지부하의 한계점을 넘어가는 순간 사용자는 이탈한다.


토스의 회원가입 과정


토스는 한 번에 하나의 선택지라는 UX 법칙을 아주 잘 지키는 대표적인 서비스이다. 회원가입에 필요한 정보를 한 번에 노출하고 입력을 받을 수도 있지만 입력 폼을 단계적으로 노출하여 시각부하와 인지부하를 줄였다. 이름, 주민등록번호, 통신사,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는 폼이 한 번에 하나씩 주어지고 입력한 항목은 아래에서부터 쌓인다. 하나하나의 단계가 쉽게 넘어가기 때문에 사용자는 실제보다 거치는 단계를 짧다고 느끼는 효과를 얻는다. 화면을 나누어 운동부하가 늘더라도 시각부하와 인지부하가 줄어들기 때문에 전체적인 부하를 낮춘 셈이다. 또한 주민등록번호 앞자리처럼 정해진 숫자가 있는 경우에는 입력할 숫자가 채워지면 다음 입력할 필드로 커서를 이동 시켜 줌으로써 사용자의 불필요한 행동을 줄여주었다. 화면이 늘어나면서 높아진 운동부하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필요한 선택지를 적시에 나눠서 제공

선택지의 개수는 의사결정 시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온갖 선택지를 마구잡이로 보여주기보다 필요한 선택지를 적시에 제공해야 사용성이 좋아진다. 시작부터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결정하느라 당황하지 않고, 더 중요한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


구글의 첫 화면


구글은 검색 첫 단계를 단순화하고, 필터링 기능은 검색 실행 후에 표시한다. 단계적으로 정보를 제시하여 처리에 드는 부하를 분산시켰다.



신규 사용자의 온보딩은 점진적으로

온보딩은 신규 사용자가 처음 접하는 시스템에 적응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서비스를 이용하자마자 사용 방법을 소개하는 슬라이드를 몇 장 보여준 후 모든 기능이 탑재된 앱에 사용자를 뚝 떨어뜨리는 방법은 사용자를 인지부하의 끝으로 몰아넣는다.


슬랙에서는 슬랙봇이라 명명한 로봇이 사용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메시징 기능 사용법을 안내하는 방식으로 위험 부담을 낮춘다. 이때 메시지 입력 외에 다른 기능을 숨겨서 사용자의 부담을 덜어준다. 나머지 기능은 슬랙봇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방법을 익힌 후에 점진적으로 소개한다.



슬랙의 슬랙봇


이전 단계를 토대로 기존 지식 위에 새로운 지식을 더해가는 점진적 온보딩 방법은 사람이 실제 학습하는 멘탈모델을 닮았다. 기능을 순차적으로 적시에 공개하면 사용자는 별다른 부담 없이 복잡한 작업 흐름이나 기능 세트에 잘 적응할 수 있다.


온보딩을 구성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는 온보딩을 단순하고 신속하게 끝내야 한다는 강박이다. 물론 제품을 처음 사용하는 사용자는 빠르게 제품의 가치를 느끼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것이 제품을 사용하는 첫 순간에 모든 온보딩이 끝나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제품에 사용자를 갑자기 과도하게 노출시키지 말고 신중하게 재참여 시간을 확보하고 원활한 여정을 제공하기 위해 충분한 여유가 준비되었는지 확인한 뒤에 온보딩을 진행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설치 후 앱을 처음 사용할 때엔 제품의 핵심 가치를 각인시키는 데 집중하고 앱 푸시를 켜게 만드는 등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집중한다. 그리고 나중에 사용자가 여유가 될 때 다시 앱으로 불러들여 제품에 대한 온보딩을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UX의 본질은 사용자의 '마음'을 다루는 것이기에
결국은 심리학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심리학은 '좋아 보이는 것'의 이유를 설명하는 학문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제품에는 각각의 심리학의 법칙들이 숨어있다. 우리는(적어도 Job title에 제품이 들어가는 사람들이라면) '좋다'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러한 법칙들을 알고 제품에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의 행동과 사고를 연구하는 심리학의 법칙들에 기대어 디자인의 여러 요소를 설정한다면 공감을 얻어내기 쉬워진다. 사용자의 경험을 근원적으로 이해함으로서 훨씬 더 설득력 있는 인터페이스를 만들 수 있다. 또한 내부 커뮤니케이션에도 강력한 설득의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 주장에 대한 명확한 이론적 근거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상황에서 의사 결정에 드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중요한 몇 가지 법칙을 정해두고 자신만의 일종의 체크리스트로 활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Luis Villasmil on Unsplash

참고:

책 <UX/UI의 10가지 심리학 법칙>, <모든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사람에 대한 100가지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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