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낳고 145일째, 지금까지 모유수유는 진행 중이다.
첫째 때도 8개월 정도 모유수유를 했었는데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둘째 때도 자연스레 하기 시작했다.
떠올려보면 처음 아기를 낳고는 뭘 몰라서 젖몸살이라는게 그렇게 빨리 오는 건 줄도 몰랐다.
조리원에 간 첫날부터 가슴이 땅땅하게 부풀어오르고 열도 나고 아파서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였다.
조리원 선생님의 도움으로 하루이틀 고생한 후 가까스로 평화를 찾을 수 있었고 그 후로도 3개월 정도는 아기랑 합을 맞추느라 진을 뺐는데, 죽으란 법은 없는지 3개월 정도가 지나니 그 후로는 모유수유가 참 편했다.
물론 힘들었던 점도 있었겠지만 기억이 미화되서 그런건지, 힘든 기억보단 편했고 막상 끊을 때 되어서는 아쉬웠던 기억도 있어서, 둘째의 모유수유를 앞두고는 괜스레 설레기도 했다.
사실 첫째 때 모유수유를 생각보다 오래 지속했던 건 대단한 모성애가 있었다거나 개인적인 신념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단순히 내가 편하다는 이유가 컸다. 외출할 때 바리바리 짐을 쌀 필요도 없고 젖병을 씻고 소독할 필요도 없고 새벽에 배고프다고 울면 그냥 들어서 옆에 눕힌 후 수유를 하며 나도 같이 잘 수 있어서 편했다. 이걸 ‘눕수(누워서 수유)‘라고들 하는데 이게 안좋다는 말도 있지만 난 그냥 편해서 했다. ㅎㅎ
그리고 아기의 그 모습을 보는게 좋았다.
귀여운 입술로 쬽쫍거리는 모습, 한 번씩 올려다보고 나와 눈을 마주치며 미소짓는 그 모습이 너무 예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한 것이 복직 바로 전까지 이어진 것이었다.
둘째도 제왕절개라 모유가 빨리 돌 줄 몰랐는데, 한 번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조리원에 가기도 전에 가슴이 싸르르 하며 모유가 도는 느낌이 났다. 아니나 다를까 그 날 저녁에 가슴이 딱딱해지며 아파왔는데, 경력직의 능숙함으로 미리 챙겨온 양배추 크림을 바르고 스스로 마사지를 해서 고비를 넘겼다.
조리원에 가서 본격적으로 수유 스타트!
첫째 때는 처음에 좀 고생을 했다면, 둘째는 처음부터 일사천리였다. 새벽 수유를 제외하고는 거의 계속 직수를 했다.
둘째와의 합도 잘 맞았다. 내 영양분을 잘도 받아먹는지 날이 갈수록 아기는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첫째 때는 처음 고생했던 기간도 있었고 황달 이슈도 있어서 분유도 좀 먹여가며 수유를 이어갔었는데, 오히려 둘째는 그런 것들도 없어서 거의 완모를 하고 있다. 유축도 귀찮아서 오로지 직수를 하며.
두번째여도 모유의 매커니즘은 정말 신기하다. 이게 혈액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그래서 그런지 모유수유를 하는 동안에는 생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이것만 먹고도 아기가 놀랍도록 성장을 한다는 것이 진짜 놀라웠다.
9월에 2.9킬로그램으로 태어난 둘째는 1월에는 9킬로그램에 육박했다. 얼마나 내 영양분을 가져가길래?
내 모유가 아기를 이만큼이나 성장하게 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만큼 나의 건강에 문제는 없는지 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어느 날엔 너무 머리가 띵 해서 철분을 좀 더 챙겨먹었다.
모유수유의 기쁨은 위에서 말하기도 했지만 아기의 너무 예쁜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거다.
배가 고플 때 내 가슴을 찾아 아기 새처럼 파고들며 부비적거리는 모습은 귀엽고, 수유하는 동안 자유로운 한 손으로 작디 작은 손을 조물락거리기는 순간은 소중하고, 그러다 품 안에서 잠든 얼굴을 보면 세상의 모든 번잡함이 사라진 것처럼 평화롭다.
아마 모유수유를 하는 많은 엄마들이 그 예쁜 모습을 조금 더 보고싶어서 끊지 못하는 것 아닐까.
반면 짜증나는 순간들도 있다.
아무래도 수유를 계속 내가 담당하다보니 나한테 나는 냄새가 아기에게 편안함을 주는 것인지, 애가 강성으로 울어댈 때 남편은 달래지 못하는데 나한테 오면 뚝 그치는 경우가 있었다. 이게 몇 번 반복되니 이제 남편은 갈수록 아기를 달랠 노력을 하지 않고 울기만 하면 나한테 넘기려고만 하는 것이다. 안그래도 수유하느라 목이며 어깨 아파 죽겠는데 9키로 나가는 애를 안고 내가 달래기까지 해야겠냐고…
그리고 애가 칭얼거리기라도 하면 배고픈거 아니냐고 물을 때도 짜증이 난다. 방금 먹였다고!!
물론 애가 울 때 많은 경우 모유수유를 시도하면 먹히는 때가 많아 내 스스로 편할 때도 있지만, 남편이 그런 말을 하며 나한테 해결하라는 태도를 취할 때면 너무 짜증이 나는 거다.
내 몸을 갈아넣어가며 수유를 하는 수고로움을 알아주기는 커녕 당연한 듯 생각하며 더 많은 육아노동을 떠넘길 때, 당장이라도 단유를 하고 싶다.
또 남편이 아기를 보여드린다고 시어머니랑 영상 통화를 종종 하는데, 핸드폰 너머로 “젖은 묵었나?”하는 소리가 들릴 때도 묘하게 기분이 별로다. 뭐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거고 누가 시켜서 하는게 아니긴 하지만.
짜증남의 모먼트가 있다고 해도, 이 예쁜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걸 알기에 좀 더 힘을 내 보고 싶다. 하지만 필라테스를 하고 괄사를 해도 도무지 풀리지 않는 목과 어깨의 근육뭉침 때문에 머지않아 단유를 해야 할 것 같은 느낌.
첫째 때보다 나이를 더 먹은만큼 몸이 더 축나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난 또 그 순간이 오면 아쉬워 하겠지만, 그래도 그 동안 고생한 나를 토닥여 줘야겠다.
아, 무엇보다 육퇴 후 시원하게 들이킬 맥주 한 잔이 기대되기도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