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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볼 생각에 심란한 형아

터울 많은 형제여도 어쩔 수 없는건가

by 털복숭이

드디어 둘째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임신 초기의 기립성 저혈압과 중기의 이유모를 수축, 경부길이 짧음 이슈를 지나 마음 편안한 말기를 보냈다.

몸이 점점 무거워지고 잠이 많아져 집 밖을 나가는게 힘들어지긴 했지만, 내 인생 마지막 임신기간을 충분히 즐긴 것 같다.

출산이 가까워져오면서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한 번씩 온몸을 감싸긴 했지만.


첫째를 응급제왕절개로 낳았기 때문에 둘째는 고민없이 제왕절개여서, 막달검사때 수술 날짜를 정했다.

공교롭게도 출산예정일이 첫째의 생일이었는데, 제왕절개의 경우 예정일보다 조금 더 일찍 출산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결국 둘째의 수술 날짜는 예정일보다 9일 앞당겨진 날짜로 정해졌다.

수술 날짜가 정해진 후 걱정되었던 건 첫째의 생일 때 내가 조리원에 있을 예정이라 함께 축하해주지 못해서 어떡하나..하는 것.

첫째도 이 사실을 알고는 조금 기분이 언짢은 것 같아 보였다.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보통 첫째와 둘째의 나이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 둘째가 태어나면 첫째가 그 동안 독차지 해 왔던 사랑이 나뉜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 첫째의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고 첫째가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신경을 써 줘야 한다고들 한다. 그래서 첫째와 따로 데이트를 한다든지 하며 온전히 첫째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보았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첫째와 둘째의 터울이 6살이어서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첫째는 이미 어린이집에서도 큰 형님인데 갓 태어난 아기가 마냥 귀엽게 보이지 않을까.


그러나 우리의 예상은 빗나갔다.

첫째는 둘째를 임신 중일때에도 약간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보일 뿐, 빨리 만나기를 기다린다거나 큰 관심과 기대감을 보이지는 않았다.

한 번은 첫째가 다니는 어린이집 선생님이 그러시는거다. "동생이 좀 더 늦게 태어나면 좋겠어요." "동생이 태어나면 잘 안 놀아 줄거야." 라는 등 동생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을 가끔 한다고. 그러한 모습을 보일 때 그 감정과 표현을 인정해 주고 잘 이야기해 주고 있으니, 가정에서도 지금보다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보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이다.

생각보다 그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듯...ㅠㅠ

그래서 좀 더 세심하게 첫째를 살피기로 했다.

'동생이 태어나도 너의 일상이나 생활에는 큰 변화가 없을거야'라는 메세지를 지속적으로 주려고 했고, 동생 돌보는 것에 어떤 역할을 부여하는 말들..예를 들면 "동생 태어나면 우유는 꿀댕이가 주는거야~"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선생님의 말을 듣고 보니 첫째가 요새 좀 고집이 늘고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는데, 이것도 동생이 태어남으로 인한 약간의 퇴행인가.. 싶었다.


그러다가 출산 한 달 전쯤 첫째가 속이 안좋다는거다.

체한건가..싶었는데 갑자기 우웩!! 하며 토를 해서 너무 놀랐다. 그런데 열은 없었고 컨디션이 떨어지지는 않아보여 장염은 아닌 것 같았다.

따뜻한 물 마시고 부드러운 음식을 먹는 등으로 상태를 지켜보니 괜찮아지는 것도 같아서 잠깐 안좋았나? 싶었다.

그런데 이틀인가 뒤 주말 아침에 사과를 먹다가 또 갑작스럽게 토를 하는거다.

이번에도 열이나 몸이 쳐진다거나 하는 등의 다른 증상은 없었어서 이게 뭐지?하고 갸우뚱했다.

그래도 가만히 있는건 아닌거같아 근처 소아과에 갔다.

그 동안의 사건들과 증상을 이야기하니 의사선생님도 고개를 갸우뚱 하시면서 배도 통통 두드려보시고 진찰을 했다. 그러면서 내 배를 보시더니 둘째 가지셨나고도 물어보시고, 혹시 입덧이 심한가도 물어보셨다. 입덧은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마도 'psychological issue'일수도 있다고(첫째가 이제 모든 말을 거의 다 알아듣기 때문에 영어로 이야기하신듯). 그러면서 뇌랑 장이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예상되는 변화 등으로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장 활동에까지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하셨다. 아...나도 어릴 때 시험이나 중요한 일을 앞두고는 전날 뱃속의 것들을 모두 배출하곤 했는데 그런 거랑 비슷한건가. 그러고는 의사선생님은 한마디 덧붙이셨다. “막상 동생 태어나서 실제로 보면 제일 예뻐할거에요. 괜찮아질거니까 너무 걱정하지마요.“

시원하게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한 채 찝찝한 마음으로 일단 소화제를 처방받아 약국에서 약을 사서 집으로 왔다.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걱정이나 불안을 표현하지 않아서 그렇지 첫째가 꽤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

그 스트레스가 신체적 반응으로까지 나타나다니 말이다.

그 후로는 다행히 토를 하지는 않았다.


곧 둘째와의 만남을 앞두고 있는 지금, 첫째의 마음이 어떨지.

나에게는 세살 차이 여동생이 있는데, 동생이 태어날 때의 마음이 어땠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지금은 엄마가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 생각하고 있다.

우리집 첫째와 둘째도 서로가 서로에게 세상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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