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퀸알못도 퀸 팬도, 일심으로 대동단결 쿵쿵짝

by 랄라


감독: 브라이언 싱어
음악감독: 브라이언 메이, 로저 테일러
20세기 폭스 오프닝 로고송 연주: 브라이언 메이, 로저 테일러
번역: 황석희
주연: 라미 말렉, 루시 보인턴, 마이크 마이어스, 벤 하디, 귈림 리, 조셉 마젤로




이 영화의 만듦새를 평가하는 일은 사실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퀸의 팬들에게는 여러 아쉬움을 남길지언정 잠시 묻어두었던 음반을 꺼내 듣게 하는 환기 작용을 할 것이고, 퀸알못도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영화이다. 패션이든 음악이든 10년 전의 것은 촌스럽게 느껴지더라도 20년 전의 것은 '레트로'라고 하여 더 멋지게 느껴진다는 '20년의 법칙'이 있지 않은가.



퀸알못도 퀸 팬도, 아저씨도 20대 청년도,
일심으로 대동단결 쿵쿵짝, 뢰디오 가가 뢰디오 구구, 마마~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할 수 있는 영화.


브라이언 메이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이렇게 말했다.
"Bless ya Slash. Thanks. Your approval is worth more than a thousand ‘critics’. Respects always. Bri"
신의 가호를, 슬래시! 당신의 인정은 수많은 '비평가들'의 평가보다 훨씬 가치 있다. 언제나 존경한다! 브리.


(원글이 “아직 이 영화 안 봤으면 빨리 봐! 죽여주는 로큰롤 무비야”)




https://www.instagram.com/brianmayforreal/



그리고 퀸의 노래들이 영국 내에서 차트 역주행 중인 것도 게시글로 자랑스럽게 올리며,
자신의 남은 생애 내 이런 일을 볼 줄 몰랐다며 기뻐하였다.

'퀸'이 이 퀸 영화가 좋다는데,
'퀸'이 퀸 영화의 음악감독이라는데,
도대체 누가 더 이상 영화의 만듦새나 철학을 탓할 수 있겠는가?
그냥 퀸! 살면서 잠시 잊고 있던 퀸을 다시 소환해준 것만으로도 그냥 퀸으로 오별 먹여야 하는 영화인 것이다.


...


라고 나도 생각은 하지만, 내 돈 주고 본 영화 내가 아쉬운 걸 아쉽다고 하는 게 뭐가 어떤가. 자기 블로그나, SNS 본인 계정에서 영화 보고 일기 쓰는데 '네가 퀸의 팬이라면 그럴 수 없어!'라고 비난하는 것도 말도 안 된다.


프레디 머큐리의 팬에게 이 영화는 어느 정도의 아쉬움을 안기기는 하는 것이다. 영화 평가하고 싶어서 환장한, 남들이 열광하는 것에서 흠 좀 잡으면 자기는 뭐 좀 특별한 줄 알고 있는 척하는 그런 게 아니다.


무대에서 절대적 존재로 군림하던 프레디 머큐리에 대한 언론의 시선과 태도, 무대 뒤에서 프레디 머큐리가 늘 껴안고 가던 외로움, 프레디의 위대함 대신 내면에 집중했다고 그 집중한 소재에 아쉽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스스로 밝힌 적 없고 대중 앞에서 언급하기 싫어하던 것들만 골랐으면 좀 의미가 있어야 하는데 딱히 의미 있는 재조명을 한 게 아니라, 이랬다고 알려주기만 하는 느낌이 들어서다. 브라이언 싱어 자신에게는 퀴어 정체성과 에이즈가 그렇게 중요한 사실일지 몰라도, 어떤 프레디 머큐리의 팬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그 주제에 집중하려면 적어도 존경의 시선이나 의미 있는 해석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못 느꼈고, 아주 조금은 브라이언 싱어가 어떤 위대한 사람이 게이라고 말하면서 '봐,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게이야! 그리고 나도 게이고!'라고 말하면서 위대한 게이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슬 얹어 놓는 것처럼 느껴서......
본인이 그리 기꺼이 자주 밝히지 않던 성 정체성, 출신, 치아(!) 등을 너무 강조해서, 생전의 프레디 머큐리가 봤으면 좋아했을까 싶기는 하다. 물론 무조건 예찬하고 좋아하라고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이 영화가 전기영화인지 음악영화인지 잘 모르겠지만, 프레디 머큐리의 삶에서 우리가 몰랐던 점을 보여주며 새삼 멋진 의의를 부여하여 재조명을 하였거나, 실제 퀸의 라이브 무대들보다 신나고 소름 돋는 무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1985년 라이브 에이드 같은 경우에는 물론 영화도 정말 신나지만, 대형 화면으로 보는 영화 속 공연보다 휴대전화 화면으로 보는 유튜브 실제 공연 실황 영상이 훨씬 신난다. (그건 정말 시대를 뛰어넘고 화면크기와 사운드까지 넘사벽으로 뛰어 넘어 버리는, 엄청난 거다. 유튜브에서 다시 보다가 몇번이고 새삼 소름이 돋았다.)

전기영화인지 음악영화인지 모르겠지만 한 사람의 생애를 의미 있게 재조명하지도 않았고, 공연 실황도 '와 신기하다, 저렇게 똑같이 재현하다니! 그런데 조그만 폰으로 보는 실황이 훨씬 신나!'가 전부라면, 이 영화는 좋은 영화인가?


그렇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영화는 사실 매우 좋은 영화다. 기대치가 좀 컸던 것 같다. 엑스맨의 감독인 브라이언 싱어가 프레디 머큐리의 생을 다룰 예정이며 음악감독이 진짜 퀸이었기 때문에.
기대한 것을 모두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에는 미덕이 정말 많다. 일단 근래 이렇게 신나는 영화를 본 게 언제였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지막 15-20분 남짓의 라이브 에이드 재현 만으로도 가치가 있지만, 이 영화의 유머러스함이나 재미, 스피디한 전개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퀸알못들조차 빠져들게 하는 힘을 지녔다. 사실 팬이 아니라면 조금 기괴하게 느껴질 수 있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제작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고, 의상, 가십과 소문들을 빠르게 짚으며 프레디의 생애를 효과적으로 설명한다. 유머러스하게 표현된 전설의 "쿵쿵짝" 탄생 배경도 가슴을 뛰게 한다. 퀸의 음악을 좋아하지 않던 사람들에게도 퀸의 매력을 충분히 알려주는 영화다. 어디까지가 진짜 벌어진 일이고 어디까지가 가공된 대사인지 전부 알지는 못하지만, 시기적절한 명대사도 뻔한 듯하면서 유머러스하고 적절히 감동적으로 빵빵 잘 터져준다.
"당신의 매너나 교정하세요" "스타디움에 천장이 없다고? 그럼 하늘을 뚫으면 되지" "커피나 차나, 빌어먹을(bloody) '무기'가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몇 번이나 갈릴레이를 해야 돼?" 등등이.





"I decide who i am" 내가 누군지는 내가 결정해.
"I am freddie f**king mercury!" 내가 xxxx프레디 머큐리다!
이런 장면들은, 굉장히 계산된 뻔한 감정 상승세 코드로 들어가 있는데도 그냥 프레디 머큐리라서 가슴이 찢어지게 멋있었다. 영국 애들이라 그런가 f**king 대신 욕도 우아하게 주로 bloody로 한다

"6분은 너무 길어."
"6분이 길다니, 당신 부인이 참 불쌍하군요."
퀸을 놓친 제작자로 기억될 제작자는 실제로는 퀸에게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의 상업적 틀에 자신들을 깎고 맞춰 인기를 얻지 않고, 그냥 자신들이 하고 싶은 걸 계속하고 계속해서 변화해나갔다는 것도 멋지지만 영화 속에서 더 멋졌던 건, 유리창에 짱돌 던지고 낄낄대는 그 까짐(?)이다. 네 명 중 존 디콘 정도가 실제로도 현실에 발 딛고 있는 머글이었던 것 같지만, 누구 하나 평범하고 바르지 않고 센캐였다는 것. 너무 다들 세서 늘 싸웠지만 실제로 매일 싸우면서 서로 아끼는 가족처럼 다시 뭉친 것도.

-집어던지고 싸우면서도 "커피 머신은 안 돼!"라고 외치는 것도.





라미 말렉에 대해서는, 글쎄, 솔직히 다들 닮았다고 하는데 닮은 줄 모르겠고, 분장을 닮게 했고 배우는 나름 최대한 소화를 잘 하긴 한 것 같다. 게이지만 남성적이고 카리스마 있던 프레디 머큐리보다 좀 여성스럽고 유약하고 왜소해 보여서, '말끝마다 '달링'하는 말투나 제스처도 따라 하려고 애쓴 티가 많이 나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대놓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스테레오 타입의 게이처럼 소화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것도 기대치가 너무 커서 나오는 말이지만.
아, 확실한 건 프레디 머큐리의 길고 경이로운 다리 각선미는 절대 재현하지 못했다.
그리고 조금 과했던 혼신의 치아 연기를 글쎄, 혹자는 똑같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프레디 머큐리가 라미 말렉 치아 연기 만약 봤으면 히 윌 히 윌 롹유...... 히 윌 히 윌 락 유.




나는 사실 가짜 치아 없이도 라미 말렉이 충분히 프레디 머큐리의 분위기를 연기해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레디도 사실 실제로 힘주어 입을 다물어야 할 정도로 치아가 크고 돌출되어 있기는 했고, 그래서 치아 분장에 반박하는 것이 너무 팬심이라고 해도 반박할 수 없지만, 과도한 치아가 나는 좀 도리어 몰입을 깬 느낌.


실제 프레디가 좋아할지 아닐지 어떻게 알겠어. 다만 내가 10년 전에 읽은 이 프레디 머큐리 인터뷰 모음집을 보면 그럴 것 같다.





나는 라미 말렉을 영화에서는 잘 본 적이 없고, 인터랙티브 호러 게임인 <언틸 던>에서 그래픽으로 접했다. 눈썹 결과 잡티, 솜털까지 살아 숨 쉬던 섬세함에도 불구, 내 눈에는 좀 불쾌한 골짜기였던 그래픽인데다, 거기서 나쁜 놈으로 나오기 때문에 이미지가 안 좋았던가, 미안하게도 말미에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고른 선택지들이 그가 끔살당하게끔 만들어버렸다. 미안해 라미.


어차피 퀸을 좋아한다면 이 영화를 안 보고 저항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가슴이 뛰지 않기도 힘들 것이다.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하고 20세기 폭스 로고도 연주한 프레디 머큐리 생애 영화라니!





레이디 가가는 퀸의 노래 라디오 가가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의 이름을 지었다. 라디오 가가는 당시 세 살이던 로저 테일러의 아들이 중얼거린 옹알이(?)에서 나왔다.

드러머 로저 테일러는 실제로 퀸의 얼굴마담이었다. 그래서 배우도 넷 중 가장 잘생긴 배우가 연기하였다. 욕도 잘했다고 한다.

아무도 안 궁금해하고 안 읽겠지만 나는 오아시스의 팬과 이 영화를 N차 재관람한 후, 또 이어서 이곳에서 TMI를 남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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