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

"우리 모두는 완벽하게 고객맞춤형으로 제작된 전천후 타임머신이다."

by 랄라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

찰스 유 저/이호근 옮김/시공사


SF 소설이지만 결국 가족과 인생, 시간에 대한 철학 이야기. SF의 탈을 쓴,이라고 적었다가, SF의 탈만 썼다기엔 광범위한 과학적 지식을 다루고 있고 과학 이야기들을 유머 소재로 사용하고 있기에 수정하였다. 좀 더 현실에 가까이 발 딛고 있는 느낌의 SF 소설이라고 하면 되겠다.
테드 청의 소설처럼, SF임에도 불구하고 소설 전반에 흐르는 느낌이 서정적(?)이고 쉽게 읽힌다. 찰스 유는 좀 더 유머러스하다.

타임머신 수리공인 나(찰스 유)는 실수로 미래의 자신을 총으로 쏜다. 그리고 무한 타임 루프에 갇힌다. 나는 실수를 바로 잡기 위해 미래와 과거를 바쁘게 오가고, 그 와중에 가족과 나의 인생 전반을 고찰하고, 자아와 마주한다.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가 사골이 된 것은 인간의 오랜 갈망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세계-우주에 대한 인류의 오랜 호기심과는 조금 달리, 이 갈망은 좀 더 자신의 과거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지구상에서 인과관계를 따져 기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생명체인 인간은(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어떤 불행 앞에서 본능적으로 그 원인을 따져 묻게 되고, 자신이 다르게 행동했다면 이런 일이 닥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고 가정한다. 시간여행이라는 가정은 어쩌면 그 회한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미래가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궁금해서 미래로 가는 시간여행도 있기는 할 것이다.

2018년 3월 별세한 스티븐 호킹은 유고집에서 “내가 현재 이해하는 상황에서 시간 여행 가능성을 제외할 수 없다. 수 백년 안에 태양계 어디든 여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예전에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는 타임 슬립을 다룬 어떤 영화를 소개하면서, 시간여행이 미래에도 불가하다며 "우리가 사는 현재에, 미래나 과거에서 온 사람이 없는 것이 그 증거"라고 하였다. 이때 어렸던 나는 무릎을 탁 치면서 공감하였는데, 뭐 알 수 없는 일이다. 세상 모든 것을 내가 다 알지는 못하고 내가 안다고 믿는 세상이 진짜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


“시간은 우리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우리가 잃어버린 모든 것을 가져가버리고, 그 자리에 이해만을 채워 넣는다. 시간은 기계이다. 시간은 고통을 경험으로 바꾸어놓는다. 순수한 정보를 가져다 편집하고, 보다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번역해놓는다. 우리 삶의 사건들은 기억이라 불리는 다른 물질로 변형되며, 이 과정에서 손실되는 것들은 결코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다시는 편집되지 않은, 가공되기 전의 순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로 인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우리는 선택권이 없다.”
-본문 중에서


우리는 이러면 어땠을까, 저랬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무슨 선택을 했든 우리 삶의 커다랗고 굵직한 일들은 어떤 형태로든 벌어졌을 것이다. 삶에는 기쁨만 가득하지도 않고 슬픔으로만 점철되어 있지도 않다. 누구나 같은 양의 고통과 기쁨을 끌어안고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기쁜 일이든 아픈 일이든 과거의 시간이 되어 기억 속으로 흘러들어 가고 나면, 아무리 잊고 싶지 않아도 잊힌다. 잊히지 않고 저장되더라도 그 순간의 감정 그대로 지금 느낄 수는 없다. 즐거웠었지, 사랑했었지, 아팠었지, 로 가공되고 편집되어 저장된다. 때로 기억을 소환하는 매개나 사람이 없으면 영원히 기억 깊은 속에서 잠자고 있을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 즈음 찰스 유는 우리 모두가 하나의 완벽한 타임머신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언제든 우리의 기억 속에서 우리가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시절을 되짚어 돌아갈 수도 있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한 시절로 돌아가 회상에 잠길 수 있다.






"우리는 가장 완벽한 고객 맞춤 설비를 갖추고 제작된 전천후 타임머신이다. 우리 하나하나 모두가."


나는 EBS 금요시네마의 영화 선정을 참 사랑하는데,
마침 이번 주 EBS 금요시네마 영화는 타임슬립 영화의 고전인 <사랑의 블랙홀>이다. 꼭 볼 것이다. 우헤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