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대는 퀸이 활동하고 있을 당시 엄마 아빠의 체세포였다
우리 세대는 퀸이 활동하고 있을 당시 엄마 아빠의 체세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퀸의 리즈시절로부터 30년이 훨씬 넘은 지금, 대중음악을 가장 활발히 소비하는 우리 세대 중 퀸의 노래를 하나도 못 들어본 사람은 없다는 게 바로 퀸의 위엄인 것이다. (내 경우엔 집에 퀸의 음반들이 있어서 어릴 때부터 많이 들었고, 퀸의 팬이라기보다는 프레디 머큐리의 팬이었다.) 그게 퀸 노래인지 몰라도 한두 개는 들어봤을 것이다. 월드컵과 올림픽은 볼 거 아닌가!
그렇지만 여전히 퀸을 잘 모른다. 그래서 궁금한 내용들을 찾아보고 아무 의미 없이 에이 투 지로 늘어놓아 보았다. 정말 의미 없는 짓이었다. 금요일 팀장님 퇴근 후에 할 수 있는 일 목록 중에서도 가장 하위에 있어야 할 것 같은 바보 같은 짓이다.
자, 힐 위 고.
A.
A night at the Opera
'보헤미안 랩소디'가 수록된 퀸의 4집 음반인데, 어떤 사람이 퀸이 어떤 밴드냐고 물을 때 정말 안타깝게도 음반을 딱 한 가지 밖에 못 듣는 이상한 상황(?)이라고 하면 4집을 들어보라고 할 것 같다. (혹은 베스트앨범을) 현재 대중에게 알려진 퀸의 음악 스타일을 가장 강하게 보여주는 앨범이라고 한다.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도 이 앨범에 들어 있다. Love of my life는 영화에 나온 대로 프레디 머큐리가 메리를 위해 만든 노래가 맞다.
어쨌든 퀸이 빵 떠서 지금의 위치에 오게 한 음반.
B. Brian May
브라이언 메이는 전설의 기타리스트다. 브라이언 메이는 어릴 때 자신이 직접 제작한 "레드 스페셜"이라는 기타를 아직도 연주하고 있으며 이 기타가 영화에도 잠깐 나온다(레플리카겠지......?) 영국 명문대 출신으로 천체물리학자가 되려 하였으나 퀸이 되었다(!). 인스타그램 활동을 활발히 하고 계시다.
최근 라이브 에이드 장면 작업들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그래 이 당시에 진짜 여기 있었던 사람은 없는 거지?"라고 하심 ㅋㅋㅋㅋ 할무니 할아버지님들 인스타그램 좀 해주세요...... 그때 어땠는지 들려주세요 ㅋㅋㅋㅋ
영화 속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는 프레디 머큐리 모창으로 유명하다는 누군가의 목소리와 라미 말렉 목소리와 프레디 머큐리 목소리가 섞여 있다고 했었는데,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영화 OST에는 손이 잘 안 가게 되었으나, 프레디 머큐리 목소리로만 된 곡도 있는 모양이다.
자신을 연기한 귈림 리와 촬영한 사진
귈림 리가 영광 영광 캄사 캄사 하고 댓글 남긴 것
C. Critics(어거지......)
퀸은 활동 당시에는 어마어마한 인기만큼 상당한 혹평도 동시에 받았다. 지금도 까는 사람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슈츠>에서 변호사 하비는 자신의 집무실 한 면을 LP로 가득 채워 놓았는데, 앙숙인 루이스가 와서 “너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밴드의 음반을 빼먹었어.”라고 말하자 하비가 “퀸 얘기하려는 거면 당장 집어치워.”라고 말한다. 루이스는 극 중에서 발레나 클래식 공연을 좋아하는 설정으로 나오기 때문에 현실성 돋기는 한다.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프레디 머큐리가 욕실에서 5-10분 만에 쓴 곡이라고 한다. 잘 칠 줄도 모르는 기타로 만들었다고 한다. 프레디 머큐리는 자신이 칠 줄 아는 기타의 코드가 딱 3개라고 했는데, 그런 제약이 오히려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낸 것 같다고 한다. 사실 나는 이 노래가 조지 마이클 노랜 줄 알고 있었다.
D. Don't stop me now
21세기 초반엔가 <야심만만>인가하는 예능 프로 비지엠으로 사용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가사가 음란한데 음란하지 않은 부분만 따서 썼나.
E. EMI 대표
영화 속 EMI 대표는 허구의 인물이나, 누군가 6분짜리 보헤미안 랩소디를 반대한 것은 사실.
F. 파로크 불사라(Farrokh Bulsara)
아프리카 잔지바르 출신의 이민자인 프레디 머큐리의 본명은 파로크 불사라이다. 프레디 머큐리의 부모님은 조로아스터교 박해를 피해 이주한 이민자 출신의 사람들을 가리키는 파시(Parsi)였다. 위의 사진은 어린 시절 잔지바르에서의 아기 프레디 머큐리(파로크 불사라 시절).
G. 갈릴레오
그래서 갈릴레오가 도대체 뭐냐?
어릴 때 집에 있던 퀸의 음반을 듣다가 혼란에 빠졌던 기억이 난다. 분명 한 노래인데 잔잔하게 시작했다가 갑자기 장송곡 같은 합창이 나오고 맘마미아 비스밀라 갈릴레오 휘가로가 나오고 난리가 나는 것이다. 아니 이게 도대체 뭐야? 하면서 중독되는 묘한 매력. 사실 난 이 노래가 6분 길이인 줄도 몰랐다.
천동설이 대중과 지배층의 믿음을 지배하던 시기에 홀로 지동설을 외롭게 주장하던 답답한 갈릴레오의 마음, 무엇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해결할 수 없는 답답함을 의미한다고들 하긴 하는데, 프레디 머큐리 본인의 인터뷰 모음집에 의하면 "노래를 분석하는 걸 좋아하지 않고 사람들이 나름의 해석을 붙이는 것이 낫다"라고 한다. 나는 어렸을 때 이 노래에서 이 부분은 그냥 오페라 느낌을 내려고 아무 고전적인 말이나 주문처럼 보이는 신비한 말을 갖다 붙인 건가 하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H. 황석희
번역 황석희 님이 하셨다고! 신난다고! 노래 가사 번역 기대되었었다고!
I. 인크레더블 보이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가 없었으면 퀸은 지금의 위치가 아니었을 것이다(라는 팬심). 프레디 머큐리는 노래를 배운 적이 없지만 어떤 장르의 노래도 쉽게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해낸다. 본래 가진 목소리도 청량하니 아름답지만, 곡마다 어울리는 퍼포먼스를 목소리로 펼친다. 어릴 때는 안 들어본 퀸의 노래가 나오면 목소리로 식별은 하면서도, 이렇게 다양한 곡이 한 밴드의 곡이라는 것에도 놀라고, 모든 장르의 노래를 거의 한 보컬이 소화한다는 것에도 놀랐다. 노래를 배운 적이 없어서 천편일률적으로 갈고 닦인 목소리가 아니라 더 매력적이다. 다듬거나 수련되지 않은 야생적인 목소리라서 더 자유롭고 시원하게 들린다. 감정에 따라 내지르는 목소리는 라이브 무대에서 더 빛을 발하며, 관객을 휘어잡는 무대 카리스마는 아무도 따라갈 수 없다. 영화에도 나왔듯,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걸 즐기는 본 투 비 스타인 것이다.
'역대 가장 아름다운 남자 보컬' 이런 데에서는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며,
투병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에도 목소리에 있어서는 일류였다. 브라이언 메이가 밝히는 일화에 따르면 1990년 '더 쇼 머스트 고 온'을 녹음할 때에는 좋은 컨디션이 아니었는데도, 브라이언 메이가 "프레드,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라고 하자 "F**K, 해보지 뭐, 달링"하고는 보드카 한 잔을 마시고 완벽하게 다 불렀다고.
https://www.smoothradio.com/features/best-male-singers/
심지어 2016년에는 과학자들이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가 멋지게 들리는 이유에 대해 과학적 분석까지 내놓았다.
"프레디는 말할 때는 바리톤이었지만, 노래할 때는 자신의 후두를 열 수 있었습니다("후두를 노래에 맞게 조정_세팅하는 것이 능숙하다").” “낮은 F # 2에서부터 G5까지 세 옥타브를 넘나들던 목소리. 다른 말로 하면, 그의 목소리는 92Hz와 784Hz까지 넘나든다.”
“비브라토를 재미있는 방식으로 변조할 수 있었고, 이는 누구도 복제하기 어렵다.”
그 연구 관련 기사를 읽어봤는데 어려운 단어가 많아서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비브라토가 성악가들의 그것보다 빠른 속도였다고 했나 뭐라고 했나......
J. 짐 허튼
영화에도 잠시 나오는 짐 허튼. 미용사였다는데, 영화에서는 뭘로 나왔더라.
K. Killer queen
3집의 히트곡인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퀸의 노래들 중 하나이다. 음알못이지만 노래를 들을 때 멜로디가 뻔하게 예측되지 않는 노래를 좋아한다. 이 노래는 굉장히 화려하고 풍부한 멜로디가 과감한 변조로 진행되고 코러스 화음도 찰떡같다. 발랑 까진 가사도 멋지다. 프레디 머큐리는 이 곡을 쓸 때 가사를 먼저 쓰고 그 뒤 곡을 붙였다고 하며, 고급 콜걸에 대한 노래를 쓴 것이라고 한다. 신분이 높은 사람도 매춘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가사 해석은 어디까지나 듣는 자의 몫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임.
난 왜 이 노래를 들으면 유영석의 프로젝트 그룹 '화이트'의 노래들이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절대 영향을 안 받지 않았을 것 같은 느낌?! 그냥 혼자만의 생각이니 넣어둬야겠다.
L. Love of my life
후...... 내가 왜 에이 투 지를 하고 있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이상하게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퀸의 노래는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이다. 그냥 들을 때마다 정말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 노래는 프레디 머큐리가 무대에서 기타와 함께 부르기 위해 제작했지만 피아노로 쓴 곡이라고 한다. 그런데 인터뷰 모음에서는 "그러나 이제 원곡을 새까맣게 잊어버려서 피아노로 연주해달라고 해도 할 수가 없다"라고 했다. 프레디 머큐리는 클래식의 영향력이 이 곡에 스며들어 있다고 하였으며, 이 곡에서 브라이언 메이가 실물 크기의 하프를 연주할 때 "브라이언이 손가락 떨어질 때까지 연주하게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껄껄
Lazing on a sunday afternoon
일요일 오후면 늘어져 있을 거라는 행복한 노래이다. 1분이 살짝 넘을 뿐인 짧은 노래지만 브라이언 메이가 좋아하는 노래라고 하며, 프레디 머큐리는 '들으면 힘이 바짝 나는 노래'라고 했다.
M. Made in Heaven
후...... 제목도 너무 슬퍼 T0T
퀸이 프레디 머큐리 추모앨범으로 발매한 15집 정규앨범.
I was born to love you와 Too much love will kill you가 수록되어 있다.
N. News of the world
퀸의 6집 앨범. 그 유명한 쿵쿵짝 위 윌 롹유와 위 아 더 챔피언스라는 불멸의 명곡들이 수록된 앨범. 이렇게나 비장한 음악인데 아 왜 이렇게 비장해 라든가 하는 느낌 없이 감동이 뻐렁치고 가슴이 뜀.
O. 아웃사이더
영화 속에서 이들은 "우리는 misfits(부적응자들)를 위해 연주하는 misfits"라고 말한다. 난 진짜 세상을 이끌고 변화시키는 것은 인싸들이 아니라 멋있는 아싸들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생각해보라. 떠올려보라. 대학교 다닐 때 과대표였던 애들이랑 과대표 패거리였던 애들을. 세상 그렇게 나대기만 하고 찐따같은 애들이 없다.
(세대마다 학교마다 다를 수 있으며 순전히 주관적 의견일 뿐입니다)
P. Prostitute(매춘부)
Q. Queen
R. RADIO GA GA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 속에서 재현된 라이브 에이드, 15분의 공연 중 가장 신나게 표현된 곡이 개인적으로는 <라디오 가가>라고 생각한다. 이 공연에서만 We are the champions의 원음을 다 안 내리고 불렀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어쨌든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고 신나게 표현된 건 이 곡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보고 와서 일주일 내내 뢰디오 가가, 뢰디오 구구, 뢰디오 썸원 스틸 러브스 유 하고 계속 노래 부르는 바람(육성으로 부른 것이 아니라, 카카오톡 대화창에 계속 적었음)에 오아시스 팬이 '무섭다'라고 했다.
라디오 가가는 로저 테일러의 곡이었다. 프레디 머큐리는 이 노래의 히트를 예감했는데, 로저가 스키 타러 간 사이...... 어쨌든 로저의 곡이라고.
S. 섹슈얼리티
공식적으로 게이라고 언론에서 밝힌 적은 없다고 한다. 아래 인터뷰 모음이 다 정말인지 모르겠지만,
아무 곳에도 말할 수 없는 외로움을 느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T. Teeth
라미 말렉 너 과도한 혼신의 치아연기 그거 그거 아윌 아윌 롹유......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하며 인공치아를 부착하자고 아이디어를 낸 것은 라미 말렉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원래 치아보다 너무 과하게 붙인 건 아니냐며.
https://www.cheatsheet.com/entertainment/bohemian-rhapsody-is-rami-malek-wearing-fake-teeth-freddie-mercury.html/
기사를 보니 라미 말렉은 프레디 머큐리의 금니까지 그대로 재현한 치아를 부착하였으며, 무려 배역을 맡는 것이 확실하지 않던 1년 전 무렵부터 치아를 붙이는 아이디어를 냈었다고 한다. 부착한 가짜 치아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렸다고 하며, 촬영 중이 아닐 때도 치아를 붙이고 있었다고 한다.
U. 유......유니버시티......(!!!;;;)
명문 디자인 대학교 출신인 프레디 머큐리. 아래는 대학교 재학 시절 사진.
V. Video
퀸은 세계 최초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영화에서도 "MTV 우리가 키웠다"느니 하는 말이 나왔던 것 같다.
W. Wife
메리에 대한 프레디의 생각. 멋지다.
X. XXXX..... 욕.... 욕설. (!!!)
퀸의 욕 담당은 의외로 프레디 머큐리가 아니라 로저 테일러였다. 로저 테일러는 퀸의 얼굴마담이었으며, 매우 뛰어난 미모를 자랑했었다. 그래서 배우도 제일 잘생긴 배우가 연기함.
Y. You are my best friend
존 디콘이 쓴 곡. 프레디 머큐리에 의하면 존 디콘이 슬슬 곡을 잘 쓰기 시작할 무렵에 썼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도 실제에서도, 이들은 죽도록 계속해서 싸운다(정확히는 브라이언과 프레디가 싸우는 건가). 싸우고도 다시 밥상 앞에 나란히 앉아 밥 먹는 가족처럼, 싸우다가도 다시 음악 만들고, 다시 무대에 오르고, 아프고 슬플 때는 농담처럼 무심한 척 위로를 던져 가면서.
Z. Zanzibar(잔지바르, 탄자니아)
후...... 도대체 무슨 패기로 에이 투 지를 시작했는지 할 게 없어. 중앙일보 기사에서 찾은 프레디 머큐리의 '출신'에 관한 정보
"도대체 그는 어디 출신의 영국인일까? 그래서 프레디 머큐리의 족보를 한번 찾아봤다. 그는 흔히 아프리카 동부의 탄자니아 출신으로 알려졌다. 태어난 곳이 탄자니아의 섬인 잔지바르인 건 맞다. 그런데 따져 보면 잔지바르는 1505년 이후 포르투갈 식민지를 거쳐 아라비아의 해양국가 오만의 식민지로 노예 거래의 중심지로 존속했다. 토착 아프리카 문화에 이슬람 문화가 더해지고 식민지 종주국인 영국 문화, 그리고 영국인에 데려온 인도인의 문화가 뒤섞인 복잡한 문화적 배경이 있는 지역이다.
탄자니아 잔지바르는 프레디 머큐리가 태어난 곳이다. 프레디의 부모는 인도 서부 구자라트 주 출신으로 영국의 식민지 관리로서 잔지바르로 이주했다. 잔지바르에서 태어난 프레디는 인도로 8살 때 1954년 인도로 보내져 뭄바이 근처의 영국식 기숙학교에서 1963년까지 10년 가까이 지냈다. 어려서 아프리카와 인도 문화를 고루 체험한 셈이다.([출처: 중앙일보] 세계 곳곳서 "우리나라 사람"…머큐리엔 보헤미안의 피가 흐른다)"
*아무도 관심없겠지만 다음 번에는 2011년 다큐멘터리로 생전의 프레디 머큐리 미공개 영상들과 퀸의 전성기 모습들이 담긴 "퀸: 우리 생의 나날들" 리뷰를 해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