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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월 Mar 27. 2020

서평 - 강대진 <그리스 로마 서사시>


이 책 <그리스 로마 서사시>에는 모두 7개의 책에 대하여 서술되어있다. 우선, 너무도 유명해도 이름을 한 번씩은 다 들어보았을 호메로스의 두 이야기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가 있고 그 다음으로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와 <일들과 날들>, 그리고 각각 다른 세 작가의 이야기가 다음으로 실려 있는데 그것은 아폴로니오스의 <아르고 호 이야기>,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마지막으로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이다.



수많은 그리스 로마 신화관련 책 중에 이 책을 골라 읽은 건 호메로스의 <일리다스>와 <오딧세이아>를 읽어보려고 시도를 한 것과 관련이 있다. 꽤 오래전이었는데 호메로스(사실 내가 중고등시절을 보낼 때는 그냥 ‘호머’라고 했었다. 그러던 것이 어느 날부터 ‘호메로스’로 불리어졌다.)의 <일리아스>의 트로이 목마 이야기와 <오딧세이아>의 모험이야기, 예를 들면 세이렌과 키클롭스 등은 어릴 때부터 마치 우리나라 콩쥐팥쥐처럼 들어와서 꼭 한번은 정식 판으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라면 받침으로 쓰기 딱 좋은 두께의 책을 펴들었을 때의 그 묵직한 무게감과 시인지 소설인지 모를 그 노래체의 문장들에 눌려 이야기를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수학의 ‘정석’에서 앞부분 ‘집합’만 보고 책을 덮은 것처럼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도 그냥 덮어버렸었다. 이런 종류의 책은 사전 지식을 갖고 읽어야 그 맛을 제대로 알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완전한 한 이야기의 책 보다 여러 그리스로마신화에 대해 배경 지식을 깔아주는 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다.

이 책은 두꺼운 정식 판본을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대체로 많이 알려졌다고 생각하는, 그리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7개의 신화를 가려 이야기 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어떤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는지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다.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는 영화나 이야기로 많이 들어서 이 책이 소개해주는 내용이 내게는 그렇게 새로운 내용이 많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정식 판본의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를 읽을 때 휠씬 원만하게 진도가 나갈 것 같다는 자신감은 전보다 더 갖게 되었다. 무릇 문학작품을 읽을 때는 두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나는 아무 배경 지식없이 먼저 읽다가 내용이 너무 좋아서 그 배경을 찾아서 공부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반대로 전체적인 배경과 흐름을 먼저 알고 그것을 표현한 작품을 읽는 것이다. 작품에 따라 독자의 수준이나 성향에 따라 두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기 마련인데, 나는 단언코 생각하기를 이 책에 실린 7개의 이야기정도는 무턱대로 책을 먼저 볼 것이 아니라 강대진의 이 책과도 같은 해설서를 먼저 보고 정식 판본의 책을 읽기를 권한다. 그만큼 이 책이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의 이해에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다.

       


        신들의 계보저자헤시오도스출판숲발매2009.09.15.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충격이라기보다 내가 무식했다는 말이 맞는 듯) 여기에 요약본이 있는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이다. 살면서 내가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는 만화로 된 그리스로마신화와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뿐이다. 그리고 이 두 책도 결국 토마스 불핀치의 그리스로마신화를 이리 저리 갖고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이 모든 그리스 로마 신화의 원류는 바로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인 것이다. 거의 이 두 책에 있는 이야기들 중 몇 개를 추려 토마스 불핀치가 그리스 로마 신화로 편저를 하였고 이것이 오늘날 전 세계 그리스 로마 신화이야기와 책의 기본이 된 것이다.


앞에서 요약을 했듯이 <신들의 계보>는 태초에 카오스(혼돈 혹은 틈)에서 하늘(우라노스)과 땅(가이아)이 생기고 이 하늘과 땅이 스스로든 누구와의 에로스에 의해서는 누구를 낳고 또 그 누구가 누구를 낳고 낳고 하는 이야기이다. 결국 우리가 올림포스 열두 신으로 알고 있는 제우스와 헤라, 아폴론, 아프로디테 등까지 신들의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왔는지를 알려준다. 여기에서 우리는 아프로디테가 거품에서 태어나고 아테네가 제우스의 머리에서 태어나는 이야기를 알게 되고 크로노스와 제우스의 이야기에서 거세 신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원류인 아버지를 죽이는 이야기까지 알게 된다.

       


        변신 이야기저자오비디우스출판숲발매2017.10.15.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는 그리스 로마의 신화 이야기 중에서 각종 변신을 하는 이야기만을 모은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이 <변신 이야기>를 카프카의 <변신>과 헷갈려 했고 아류쯤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먼저 자백을 할 수 밖에 없다. <변신 이야기>에서 그야말로 우리가 이야기로서 익히 아는 산회들이 잔뜩 한 250개 정도 나온다. 이카루스가 새로 변신하는 것, 다프네가 월계수로 변신하는 것, 제우스의 눈을 피해 소로 변신하는 이오, 태양 마차를 잘못 몬 파에톤의 변신 등등.


그러니까 나는 오리지널 이야기를 보고 읽은 것이 아니라 오리지널을 한 번 가공하고 두 번 줄이고 세 번 정리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여태껏 읽고 보고 들은 것이다. 동양으로 치자면 삼국지를 한 권으로 본 것이고 삼국유사를 동화로만 읽은 것이라 하겠다. 물론 모든 이야기나 책을 반드시 원본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필요에 따라 취사하고 선택하여 보면 된다. 하지만 오리지널의 존재과 부피 정도는 인지하고 있어야 하지 않나 한다.


그런 측면에서 비록 읽기에 쉽지는 않았으나 이 책은 성공했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 책을 보고 나니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와 <변신 이야기>를 일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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