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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월 Apr 22. 2020

서평 - 조앤 롤링 <해리 포터> 시리즈


해리 포터의 첫 책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나올 무렵 태어나지도 않았던 딸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더니 해리포터 덕후가 됐다. 아이의 소원 중 하나는 영국을 방문하여 해리포터 성지를 꼭 가보는 것이었다. 영화 촬영지, 킹스크로스 승강장, 굿즈 판매점 등.... 리스트가 빽빽했다. 덕분에 2019년 12월 런던 여행을 했을 때 온 하루를 해리 포터 테마파크에서 보냈고 킹스크로스 기차역에 직접 방문하여 무려 1시간이나 줄을 서서 사진을 찍었다.


부모가 되면 아이와 소통하기 위해서 아이의 관심사를 따라가기 마련이다. 도대체 왜 이 아이가 이렇게 심취하는 것일까? 내가 해리 포터를 읽기 시작한 것은 이런 의문과 함께 딸과의 대화의 창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시리즈를 거듭 읽을수록 책을 손에서 뗄 수가 없었고 해리포터가 경험하는 모험과 성장, 그에 따른 고통, 우정, 사랑, 인생이 그 여는 고전 소설 못지않게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 흥미진진하였다. 시간이 좀 더 지나야 될는지도 모르겠지만 시리즈를 다 완독하고 영화를 순서대로 다 본 지금 내 생각엔 이 작품은 톰 소여의 모험이나 헉클베리 핀에 버금가는 고전의 반열의 오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꼭 그렇게 될 것 같다.

해리 포터 전 시리즈

수많은 훌륭한 영국의 작가들이 있지만 셰익스피어, 찰스 디킨스와 같은 지위를 득해도 될법한 작가가 해리포터를 쓴 JK 롤링이다. 어느 시리즈 하나라도 우연의 반복이 없고 개연성이 풍부하며 인물의 개성이 살아있고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일고 있다 보면 현대판 오디세우스가 아닌가 하는 정도로 다양하고 풍부한 모험과 인물이 여기 있다. 이런 또 하나의 위대한 현대 작가를 가지게  된 영국은 그야말로 복 많은 나라기 아닐 수 없으며  이런저런 일들로 편안하지 못한 영국의 요즘이라 하더라도 이런 컨텐츠를 생산해 낼 수 있다면 여전히 선진국이다. 소설에 나오는 다양한 이야기의 뿌리, 줄기, 잎, 열매는 한순간의 고민으로 나온 것이 아니면 그 사유와 고민의 깊이가 특히나 남다른다. 작가의 상상력, 창의력, 배경지식, 풍부한 데이터베이스에 경의를 마지않는다.


그중에서도 내가 해리포터에 특히 더 매력을 느끼는 점 몇 가지를 강조하자면,

첫째, 정말로 첫 번째 에피소드인 마법사의 돌에서 마지막 죽음의 성물까지 단 하나도 겹치거나 유사하거나 우연히 벌어지는 사건은 없다. 마법사의 돌은 비밀의 방과 이어지고 비밀의 방은 아즈카반의 이야기와 연결되며 아즈카반의 불의 잔과 연결된다. 이후의 시리즈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중간을 건너뛰고 다음 시리즈를 보더라도 이해에 큰 어려움은 없으나, 앞 시리즈의 사건와 인물의 고뇌, 사고가 다음 시리즈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리즈를 건너뛴다면 전체의 이해에 시긴이 좀 걸릴 것이다. 그만큼 다양하고 필연과 개연성으로 뭉쳐진 에피소드와 사건들이 전개된다는 것이다.

주인공 왼쪽부터 론 위즐리, 해리 포터, 헤르미온느


둘째, 주인공은 해리포터이지만 단 한 사람의 등장인물도 허투루 다뤄진 인물이 없다. 물론 어느 드라마에서처럼 주조연이 있어서 출연(?) 비중과 분량이 차별이 당연히 있다. 그러나 소량의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더라 하더라도 아무 개성 없이 왔다가 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 인간사가 모두 다르듯이 소설 속 인물들도 각기 너무도 다양한 개성 있는 인물들이다. 가장 절친한 인물인 론과 헤르미온느는 당연한 것이고 주변 친구로 이름이 종종 거론되는 네빌 롱바텀, 루나 러브굿, 위즐리 형제들, 위즐리 부부, 덤블도어 및 호그와트의 교수진들, 호그 스미스의 술집 주인까지, 그 모두가 생싱히 살아있고 바로 내 옆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인물로 그려진다. 작가는 얼마나 많은 인물을 관찰하고 생각하고 준비했을까? 심지어 볼드모트의 최애 호크룩스인 뱀 내기니까지 악랄하기는 하나 개성이 느껴질 정도이다.


셋째, JK 롤링은 라틴어를 배웠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각종 용어 - 마법 주문 및 신생 용어-의 창조에 라틴어가 많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시리즈에서 나오는 그 수많은 단어, 용어, 고유명사, 사람 이름들... 을 기존의 용어, 단어를 약간 변형한 정도가 아니라 애당초 '창조'한 수준의 용어들 천지이다. 아마 수백 개는 될 것 같다. 수많은 등장인물들-해리포터, 론 위즐리, 헤르미온느, 알버스 덤블도어, 세베루스 스네이프, 위즐리, 케드릭 디고리, 해그리드, 무디, 시리우스, 벨라 트루스, 나시사, 맥고나걸, 네빌, 루핀, 통스, 스탠, 드레이코 말포이, 모닝 머틀, 해그리드, 볼드모트, 톰 리들, 마볼로, 더즐리, 제임스.... 헤아릴 수가 없다. 여기 나오는 수많은 이름 중 그나마 해리포터가 흔한 이름이고 그 외 등장인물의 이름은 흔지 않은 이름이니 작가는 이 이름들을 아마 따로 조사했음이 분명하다.


사람 이름뿐이 아니다. 용어도 그렇다. '머글'만 해도 이제 이 머글이라는 단어는 일반 대중을 뜻하는 고유명사가 됐을 정도이다. '예언자 일보', '이러쿵저러쿵', '님부스 2000' '파이어 볼트' '스니' '퀴디치' '호그와트' '그리핀도르' '후플후프' '슬리데린' '래번클로' '호그 스미스' '버터 맥주' '목이 달랑달랑한 닉' '벅빅' '아라고그' '트리위저드' '다이애건 앨리' '그린고트' '도비, 집요정' '디멘터' '포트키' '보바통' '덤스트랭' '펜시브' '베리타세룸' '호크룩스' ... 영어와 그 역사를 다 알진 못하지만 이렇게나 수많은 신생 단어들이 한 명의 작가에 의해서 탄생되었다.


마법주문도 그렇다. 쉽진 않지만, 희한한 조합의 주문들이 그럴듯하게 창조되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바다 케다브라, 윙가르디움 레비오사, 섹툼섹프라, 익스트로 패드로놈, 아씨오, 루모스, 알로호모라, 크루시오, 디핀도, 엑스펠리아르무스, 피델리우스, 임페디멘타, 임페리오, 레질리먼시, 머플리아토, 리디큘러스, 스투페파이.....후아, 이 외에도 너무나 많은 1~2만 등장한 마법들이 있다. 물론 라틴어로 응용, 조합 것들이 있겠으나 이렇게 많은 주문들로 창조한 것은 그야말로 하느님의 경지가 아닌가 한다.

해리포터의 각종 장소와 이미지

넷째, 건물과 의상과 생활 등이 너무 새롭다. 퀴디치 시합이나 호그와트 학교, 각종 시험과목, 시험과목 수업내용, 다이애건 앨리 상점들의 종류, 호그스미스의 상점 종류, 묘사, 마법사들의 생활 모습, 마법부의 업무 체계 등등, 없는 것을 다 창조해낸 것이다. 도대체 이런 창의력과 상상력은 어떻게 해야 만들어 낼 수 있단 말인가.


다섯째, 주인공인 해리포터가 흔히 소설 특이 아동/청소년용 소설에서처럼 그저 착하고 똑똑하게만 그려지지 않았다. 해리는 때로는 자기 고집만 부려서 일을 어렵게 만들기도 하고, 그 나이의 아이들이 그러하듯 질투도 느끼고 약간의 우쭐함도 있으며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지나치게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등의 허점도 있다. 즉 다각적이고 입체적 인물이라는 것이다. 주된 조연이 론도 그렇다. 제일 비중 있는 조연이지만 해리에게 질투와 시기를 자주 느껴 지질하게 보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이것은 사춘기 그 나이 또래 아이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것으로 작가는 이 마법사들이 그저 특별한 존재가 아닌 우리의 일상 친구들과 별 다를 것 없다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여섯째, 헤르미온느. 조연이기는 해도 해리보다도 더 마법 사용에 뛰어나고 더 영특하며 더 매사 열심히 하고 더 냉철하여 판단력이 있고 현명하다. 여성을 아주 중요하게 다룬 것은 작가 자신이 어려운 환경을 이겨나가는 여성이런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제일 열심인 현명한 인물은 헤르미온느라고 생각한다.

네빌 롱바텀 호그와트 1학년때와 7학년 졸업반 때 볼드모트 물리칠 때

그리고 네빌 롱바텀. 이 친구 이야기를 꼬 해야겠다. 왠지 모르게 1편을 읽을 때부터 약간은 덜 떨어지고 매번 뒤처지는 이 친구에게 마음이 쓰였다. 야단맞고 좌절할 때 내가 주먹을 불끈 쥐고 네빌, 잘할 수 있어!라고 응원을 했고, 분명 성장할수록 발전할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아마 메이저보다 마이너에게 늘 마음이 가는 평소 나의 사고 때문이듯 하다. 그런 네빌이 불의 잔부터 조금씩 분량이 늘더니 마지막에는 지도자급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흙수저가 성공하여 자수성가한 양 마냥 기뻤다. 마지막에는 결정적 호크룩스를 처결하기까지. 진정한 그리핀도르는 네빌이 아닌가 한다. 해리는 어쩌면 출생부터 한국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는 금수저가 불행히 태어난다는 드라마의 전형이지만, 네빌은 그야말로 바닥에서부터 스스로의 각성을 통해 자기를 버리고 희생할 줄 아는 진정한 용자로 거듭난 것이다. 작가가 네빌을 좀 더 많이 다뤘더라면 하는 개인적 욕심이었다. 네빌 파이팅~! 나도 화이팅~!


전 시리즈를 통해 감명 깊게 느끼고 저절로 외운 구절이 있다.

"진정한 용기는 능력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로 나타난다."

해리는 모자가 아닌 본인 스스로 그리핀도르로 선택했다.

해리는 슬리데린의 운명이었으나 본인의 선택으로 그리핀도르에 입소한다. 여기서부터 서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즉, 출생의 비밀이 있는 금수저든, 타고난 용자든 이미 주어진 능력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선택한 선택과 결정에 의해서 내 삶을 살아진다는 말이다. JK 롤링이 이 작품을 통해서 이 세상의 아이들, 아마도 자신의 자녀들에게 하고 싶었던 화두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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