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감에 대하여

외로움과는 조금 다른 감정

by 히키

나는 종종 외롭다고 생각했지만, 가만히 보면 꼭 그렇지는 않았다. 낮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음악을 듣고, 쉬는 날에도 집에 머무는 편이다. 그 시간들이 특별히 괴롭지는 않다. 심심할 때는 있어도 견디기 어렵다고 느껴본 적은 별로 없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혼자 있는 데 익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밤이 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특히 하루 일을 마치고 늦게 집에 들어오는 날이면 방의 공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방은 늘 같은 모습이고, 물건도 그대로 있고, 해야 할 일도 딱히 없는데 마음만 낯설게 붕 떠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어딘가에서 밀려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그때 누군가에게 말을 건다. 대단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뭐해?" 같은 짧은 카톡 하나로 충분하다.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라기보다, 이 시간에 나 말고도 깨어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서다.


답장이 오면 마음이 금방 가라앉는다. 문장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이제 봤다" 든지, "방금 들어왔다" 같은 말 한 줄이면 충분하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숨이 내려간다. 그 순간 나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이해한다.


그제야 알게 된다. 내가 힘들었던 건 외로움이 아니라는 걸.

이유를 한참 생각하다가 알게 됐다. 밤에는 기준이 사라진다. 낮 동안 나를 둘러싸고 있던 신호들이 한꺼번에 멎는다. 누군가 나를 부르지도 않고, 확인할 일도 없고, 내가 해야 할 역할도 남아 있지 않다. 소리도 줄고 반응도 끊긴다. 우리는 스스로를 혼자 판단하지 않는다. 대부분 바깥을 통해 확인한다. 누군가 말을 걸고, 반응이 돌아오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을 때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세상 안에 있다고 느낀다. 그 신호들이 계속 이어지는 동안에는 혼자 있어도 고립감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밤에는 그 신호가 모두 0이 된다. 그때 비로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지금 나는 혼자인가. 그래서 메시지 한 줄이 그렇게 크게 느껴진다. 대화 내용 때문이 아니라, 나를 인지하는 신호가 다시 생기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지금 나를 알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사람은 다시 세상 안으로 돌아온다.


그때 나는 그 감정을 외로움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건 외로움과 조금 다른 종류였다. 외로움은 낮에도 찾아온다.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느낄 수 있고, 바쁜 날에도 문득 올라온다. 반면 이 감정은 꼭 밤에만 온다. 특히 모두가 하루를 끝낸 뒤의 시간에 더 또렷해진다. 불이 꺼지고 연락이 끊기고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남아 있지 않을 때, 그제야 마음이 어딘가에 걸린다.


외로움은 사람의 부재에서 오지만, 고립감은 연결의 부재에서 온다. 누군가가 실제로 곁에 있느냐와는 별개로, 같은 시간 속에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감각이 사라질 때 생긴다. 그래서 단 한 줄의 응답으로도 마음이 풀린다. 필요한 것은 위로나 긴 대화가 아니라, 같은 세계 안에 있다는 확인이기 때문이다.


아마 나는 앞으로도 자주 이 시간을 맞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감정을 전부 외로움이라고 부르지 않을 생각이다. 그것은 누군가를 간절히 원하는 마음이라기보다, 잠시 끊어졌던 연결을 찾으려는 마음에 더 가깝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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