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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챙겨 몸도 챙겨(4) 인센스 콘

부리부리박사의 잡동사니 : 연구자에게 추천하는 물건

by 힐데와소피


마음을 다스리면서 살고 계십니까?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이라는 표어는 우리의 무의식 저편에 새겨져 있을 만큼 모든 인류에게 익숙한 표현일 것입니다. 몸과 마음의 균형적인 발전은 근대 인간의 이상적 형태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사회주의 사회는 인민의 신체 개발을 이념적으로 실천하려고 하였고, 자본주의 사회는 '자기 개발'의 가면을 씌워 자기통치의 기술로써 몸만들기를 긍정적인 것으로 여기게 합니다. 데카르트식 이분법으로 보자면 신체적인 것은 열등한 것, 정신적인 것이 우등한 것으로 간주하기도 했지만 현대의 사람들에게 신체란 성공의 상징이자 우월함의 표현이 되어버렸지요. 건강하고 보기 좋은 몸에 대한 선망과 지나친 열망은 간혹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명제를 거짓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전시하기 위한 몸'에 대한 집착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게 되고 잘못된 식습관과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으로 인한 정신적 폐해를 초래하고.......음?

여튼 한동안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몸에 초점을 맞춰서 글을 써보았습니다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몸에만 있지 않아요. 잘못된 자세를 유지함으로써 찾아오는 각종 질병도 걱정해야 합니다만, 몸의 건강뿐만 아니라 평온한 마음으로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정신 건강에도 우리는 신경 써야 합니다.




'효리네민박' 보셨어요?


힐링 리얼리티 방송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효리네민박' 프로그램에서 우리의 효리 언니는 아침에 눈을 떠 차를 내리면서 인센스 스틱을 하나 꺼내 향을 피우며 하루를 열더군요. 방송 덕에 인센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향을 맡으며 정신을 깨우고 무언가를 하기에 적당한 기분으로 끌어올리거나 일을 시작할 수 있는 무드에 돌입할 수도 있죠.

부리부리박사는 향수를 좋아하고 향초를 태우는 것도 좋아하고 상큼한 방향제를 두는 것도 좋아합니다. 절 입구에 들어설 때 바람을 타고 흩어지는 향 냄새도 좋아하고요, 제사 때 아부지가 피우는 향 냄새도 좋아합니다. 그러니 인센스를 접하게 된 것도 필연적인 일 아니었겠습니까! 인센스를 알게 된 것은 저만큼 향을 좋아하는 친구의 영향이었습니다. 꽤 오랫동안 여러 화장품 회사의 마케터였던 친구는 제가 잘 알지 못하는 향수와 좋은 향을 만드는 회사에 대해 빠삭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요가를 시작하면서 '인도 냄새'에 깊이 빠져드는 것 같더라고요. 당시 저의 옆집에 살고 있던 친구가 인센스를 피우면 건물 복도에 향이 가득 퍼졌고 그 향이 제 마음을 촤악 가라앉히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그렇게 저도 인센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매일 아침의 리추얼(ritual), 인센스 콘 태우기


보통 많이 사용하는 인센스는 두 가지 형태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길쭉하고 가느다란 스틱과 원뿔 모양의 콘 인데요. 콘은 스틱에 비해 더 강하게 발향이 되어 좀 더 넓은 공간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스틱을 많이 사용하시는 것 같았어요. 인센스를 거치하기 위한 홀더를 검색해보면 스틱 홀더는 다종다양한 디자인과 소재로 제품이 만들어져 있지만 인센스 콘 홀더는 그에 비해 선택의 폭이 아주 많이 엄청 좁거든요. 어떤 물건을 사용하든 뽀대나는 곁가지 제품들을 사야 하는 부리부리박사는 인센스 콘 홀더를 찾아헤매였어요. 그냥 접시에 올려놓고 피워도 되겠지만 향이 더 예쁘게 퍼지는 모습도 보고 싶기도 했고 인센스 콘을 홀더에 넣고 피우는 일련의 행위를 통해 다른 일을 시작한다는 리추얼처럼 만들고 싶기도 했거든요.


IMG_6538.jpg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매한 부리부리박사 개인소장 홀더.



저는 인도 HEM 사의 인센스콘을 사용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센스 회사로 100 가지가 넘는 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요. HEM사의 시그니처 향 격인 '더 문(The Moon)', 신과 가까워지는 향이라는 '찬단(Chandan)', 연꽃향이 나는 '로투스(Lotus)' 등등 6-7가지 종류를 구매해 두고 그 날의 기분에 따라 피우고 싶은 향을 선택해서 태운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다 열고(중요! 인센스는 꼭 환기가 되는 환경에서 피우시길 바랍니다!) 콘 하나를 꺼내서 불을 붙이고 연기가 퍼지는 걸 보면서 향을 맡으면 '아 오늘 하루도 무탈하게 잘 보내자'라는 마음이 피어납니다. 요리를 해서 집안에 냄새가 배일 때에도 향초 대신 인센스를 태우면 잡내가 금방 사라지니 참으로 유용한 물건이 아닐 수 없어요.


부엉이 여러분도 공부가 잘 되지 않거나 생각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때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주고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내 취향의 향을 맡아보세요.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찾아올 때에도 인센스를 태우면서 잠시 명상에 잠겨 보세요. 꼭 인센스가 아니더라도 일상을 리프레쉬하고 마음 상태를 잘 돌볼 수 있는 자기만의 작은 리추얼을 만들어 보아요. 기분 스위치를 온오프 할 수 있는 나만의 의례는 스스로 시간을 관리해야 하는 부엉이들에게 소소한 재미가 될 거에요. 그럼 저는 또 다른 잡동사니로 찾아뵐게요. 아rrr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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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부리부리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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