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부엉이의 사통팔달 : 연구자에게 전하는 영감
칡부엉이의 사통팔달 : 연구자에게 전하는 영감
요즘 '구독'이 인기입니다. 넷플릭스, 왓챠 같은 OTT서비스는 물론이고 목요일의 부엉이처럼 뉴스레터 서비스도 늘어났습니다. 텍스트 콘텐츠를 구독하는 서비스도 물론 등장했습니다. 전자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들어봤을 리디셀렉트, 밀리의 서재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죠. 그런데 오늘은 전자책 구독 서비스 외에 부엉이들에게 특별히 소개할 만 다른 플랫폼 소개해보려 합니다. 바로 북저널리즘입니다.
북저널리즘을 처음 알 게 된 건 퍼블리를 통해서였습니다. 퍼블리는 2016년에 처음 콘텐츠로 크라우드 펀딩을 성공하여 화제가 되었던 기업입니다. '칸 국제 광고제',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같은 행사들에 직접 저자들이 가서 얻은 정보들을 후원자에게 제공한다는 내용의 펀딩이었는데요. '지식을 이렇게 유통할 수 있구나'란 생각에 흥미로웠습니다. 이미 텀블벅이나 기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북펀딩이 자리 잡은 이후였지만, 아직 정말 아이디어만 있을 뿐 내용이 없는 상태에서 성공한 것이라 더 인상적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후 퍼블리는 지속적인 사용자의 확보를 위해서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종료하고 2019년에 정기 구독 서비스로 전환했습니다.
퍼블리와 유사한 컨셉의 후발주자가 바로 북저널리즘입니다. 북저널리즘 역시 퍼블리처럼 초기에는 개별 콘텐츠를 구매하는 모델이었다가 정기구독 모델로 전환했습니다. 두 군데 모두 출판사에서 잡지에 더 가까워진 느낌이죠. 다만 북저널리즘이 퍼블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주요 주제들입니다. 퍼블리가 회사를 다니는 실무자를 위한 경영과 마케팅 관련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면, 북저널리즘은 교양 있는 시민을 위한 국제 뉴스와 미디어 트렌드 관련 콘텐츠가 주를 이룹니다.
북저널리즘의 흥미로운 점은 북저널리즘에서 기획하고 만든 오리지널 콘텐츠의 몇몇이 논문을 재가공했단 것이었습니다. <늙지 않는 사람들의 사회>는 최은주 교수의 '의료화의 담론 변화와 한국 사회의 노화 인식'이란 논문을 재가공한 것이고, <지금의 뉴스>는 박영흠 교수의 '한국 디지털 저널리즘의 사회적 형성' 논문을 재가공한 것입니다. 논문으로 먼저 발행되진 않았지만 미디어 트렌드를 논문스럽게(?) 다룬 콘텐츠들도 있습니다. <갈등하는 케이, 팝>, <슈퍼팬덤의 커뮤니티, 트위치>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죠.
북저널리즘의 참신함은 그들이 콘텐츠를 만들려는 철학과 형식입니다. 북저널리즘은 서비스로서의 콘텐츠를 지향합니다. 이용자가 다양한 환경에서 그들의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북저널리즘의 발행하는 모든 콘텐츠를 웹 아티클, 오프라인 강연, 책, 팟캐스트, 뉴스레터 식으로 다양하게 변주합니다. 여러 군데 쪼개어져 있는 지적 경험을 북저널리즘이란 곳에서 모아서 제공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이죠.
그리고 최근 북저널리즘은 뉴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매일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소식을 1~2분 만에 읽을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합니다. 이런 뉴스브리핑 스타일은 해외의 악시오스(Axios)라는 미디어스타트업에서 처음 시도하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악시오스는 오늘날 뉴스는 더 이상 '줄글'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용자들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뉴스를 이른바 '개조식'으로 작성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새로운 정보의 창구로 자리 잡은 요즘의 여러 뉴스레터와 더불어서 북저널리즘의 시도는 눈여겨 볼만 합니다. (뉴스를 구경하고 싶으시다면 하단의 링크를 참고해보세요)
북저널리즘의 아쉬운 점을 꼽자면 오리지널 콘텐츠의 업데이트 속도가 느리다는 것입니다. 칡부엉이가 2달 정도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하였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웬만한 아티클을 다 읽어버린 2달 사이에 새로 올라온 오리지널 콘텐츠는 5개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아티클 형태로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것은 이코노미스트나 가디언의 칼럼을 번역한 것이나, 국제 뉴스를 정리한 위클리 소식이었는데 이것만으로 구독을 유지하기에는 뭔가 아쉬웠습니다.
앞으로 북저널리즘이 아티클을 보강하는 방향이 될지, 아니면 최근 데일리 뉴스를 강화할 지에 따라서 북저널리즘이 가지는 매력과 정체성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구독 모델이 콘텐츠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지켜봐야 할 지점 중 하나입니다. 퍼블리에서 근무했던 어떤 분의 블로그 글을 보니, 퍼블리가 구독 모델을 전환하고 나서는 전반적으로 콘텐츠 길이를 줄이고, 더 자주 새로운 아티클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북저널리즘의 전략과 선택이 모쪼록 부엉이들의 장을 확대하는 방향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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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칡부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