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힐링스팟 Dec 07. 2021

심리치료 대학원에서
무엇을 배울까?

1학년 1학기 미술재료연구수업

'너 자신을 알라(know thyself)'


심리치료 과정을 포함하여 진로 교육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주제는 'know thyself'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최근에 진행하였던 기업 리더십 강의에서도 결국 교육의 결론은 '나 자신을 알아서 나를 잘 써먹자'는 것이었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비로소 나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모든 것의 시작은 나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진로 코칭 강의에서는 나 자신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진로와 관련돼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영역 세 가지로 성격, 흥미, 능력을 제시한다. 


자기 이해를 위한  <세 개의 원>


나에게 잘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을 주는 성격적인 요소에 대한 고려와 내가 좋아하고, 몰입할 수 있는 흥미의 영역, 그리고 그것을 잘해 낼 수 있는 능력의 영역의 교집합을 찾아서 일의 영역과 매칭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돌아보면 대학원 4학기 내내의 과정은 '나 자신'을 알아가는 시기였던 것 같다. 나름 학부에서도 심리학 수업도 자주 들었고, 나에 대한 다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생각했는데, 10년이 지나 그때 그 시절을 돌아보자니 나도 참 나를 몰랐구나 싶다. 


1학년 1학기 수업으로 선정하여 들었던 <미술재료연구> 수업은 저 세 개의 원 중에 '흥미'의 요소 하나에만 해당하는 수업이었다. 미술관을 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미술 매체를 다루는 것도 좋아하지만 딱 거기까지 였다. 나에게는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낼 줄 아는 손도 없었고, 그 매체에 푹 빠져 뒷정리는 생각하지 않고 몰입할 수 있는 성격도 부재했다. 



어려워하는 재료? 없음!


<미술재료연구>수업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술치료사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기 때문에 미술치료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수업 중 하나였다. 


한 학기 내내 '미술 재료'에 대한 연구를 하였는데, 당시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하나로 재료 선정부터 작품 과정과 완성품까지 진행했던 사례 하나를 소개해 볼까 한다. 



어려워하는 재료가 없는 것이 아니라 '모름'이 정확했다. 


재료 선정 내용의 PPT 장표를 보면 아주 당당하게 어려워하는 재료가 없다고 적어 두었다. 어려워하는 재료가 없는 것이 아니라 '모른다'가 정확한 표현이었을 텐데, 그땐 내가 나를 잘 몰랐다. 내가 어려워하는 재료가 상당히 많다는 것은 그 뒤 치료사로 활동해가며 새롭게 발견하였다. 


어려워하는 재료

모래 : 난 모래놀이는 좋아한다. 모래의 촉감도 좋고, 어릴 적 언니와 놀이터에서 두껍이집을 만들며 놀았던 추억도 좋다. 하지만, 놀이치료실 내 있는 모래는 나를 상당히 불편하게 한다. 일단 치료실 내 모래를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의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순간 일단 '제한 설정'을 해야 한다. 특히 미취학 아동들은 제한 설정을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하여도 모래가 모래 상자 밖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다음 치료를 연달아서 해야 하는 상황에서 모래는 관리하기 어려운 매체였다. 

크레파스 : 손에 묻지 않는 크레파스는 색감을 표현하기 어렵다. 손에 묻는 크레파스는 색감이나 스케치북 위에 그려지는 촉감도 매끄럽고 좋지만, 손에 잔뜩 묻어 세면대에 씻고 나면 세면대까지 모두 물들여 버린다. 보육원에서 집단미술 치료할 당시에 크레파스 매체로 활동을 하였다가 아이들이 세면대를 더럽혔다고 혼나는 모습을 본 뒤로 손에 묻는 크레파스 역시 선호하지 않는 매체가 되어 버렸다. 


버림받음의 아픔


여하튼, 어려워하는 재료가 없다고 생각하던 그 시절, 선택한 주제는 버림받음의 아픔이었고, 그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휴지통' 내 쓰레기들이 재료가 되어 주었다. 


쓰레기가 당시 작품의 소재였다. 


당시에 수업을 진행해주셨던 교수님께서는 지금도 제주도에서 미술치료를 진행 중이신데, 제주도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모아 작품을 만들고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외치고 계신다. 아마도 저 주제를 선정하게 된 배경에도 교수님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코로나19가 없던 그때 그 시절 나는 내 휴지통을 탈탈 털어 재료로 쓸만한 것들을 찾았고, 그 때나 지금이나 나를 괴롭히고 있는 비염으로 인해 넘쳐나는 휴지들이 주요 재료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탄생한 작품은??


만약 내가 금손이었다면 나는 미술치료사의 길을 걸어갔을지도 모른다. 


작품이라고 명명하기로 해서 작품인 것이지 사실 저것이 5세 딸이 만든 딱 그 정도 수준이라는 것을 나도 잘 안다. 미술치료가 너무 좋긴 했지만, 선뜻 미술치료사가 되어야겠다 다짐하지 못했던 요인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당시 수업에서도 교수님께서는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미술치료사가 되는 것은 아니라 누누이 강조하셨지만 확실한 것은 결과물이 나에게 '자기 효능감'을 얻게 하는 과정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얻은 insight


'결과'가 아니라 '과정'


심리치료는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아니다. 그저 그 결과물을 나오게 하는 과정에서 치유의 경험을 나누는 과정이다. 만족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나온다는 제임스 딘의 명언처럼 대단한 작품이 아니더라도 주제를 선정하고 완성해 가는 그 과정을 통해서 '나'를 새롭게 발견하고 새로운 시야를 확보해 가는 과정이다. 


모든 인간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그 사람 문제에 대한 해답은 그 사람 내부에 있다.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코칭의 3가지 철학처럼,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좋은 파트너가 되고 싶은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배움의 길에 발 한 번 담궈 보는 것도 추천해 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련비,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