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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오 Jun 27. 2022

언제나 비난은 쉽고, 이해와 공감은 어렵다

동물들이 행복한 세상이 인간에게 불행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동물권을 처음 접한 건 2년 전 우연한 기회로 봤던 한 영상이었다. 동물권 활동가들이 갑자기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더니, 음식이 아니라 폭력이라며 피케팅을 하는 모습이 영상 속에 담겨 있었다. 당시 매장에 있던 직원과 즐겁게 식사하던 손님이 느꼈을 불편함은 나에게 쉽게 전이되었다. 가치와 신념을 떠나 방법적인 면에서 동의할 수 없었다. 그렇게 고작 2~3분 만에 나는 동물권과 동물권 활동가를 판단했고, 한 번 뿌리박힌 이미지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1년 후 그들과 동물권에 관한 책을 작업하게 될 거라 상상도 못했으며, 2~3분 만에 뿌리박힌 이미지가 바뀌는데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릴 줄은 더더욱 몰랐다.


한 달에 서너 편의 원고를 받으며, 새벽이라는 존재에 관해 아주 차근차근 알아갔다. 새벽이라는 한 존재와 연결이 된다는 것은, 곧 내가 아무렇지 않게 먹는 고기 한 점에는 무수히 많은 폭력이 녹아 있음을 인지한다는 걸 의미했다. 동물권에 관한 책을 기획하고 있었지만, 나는 육식을 하고 있었다. 원고가 서서히 쌓일수록, 나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의구심을 가지지 않았던 나의 행위를 새롭게 바라봐야만 했다. 인식의 변화는 한 번에 오지 않았다. 시작은 미약하고 느슨한 연결이었고 그 과정은 불편함과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언제나 비난은 쉽고, 이해와 공감은 어렵다. 지금 세상이 당연하고 어쩔 수 없다며 살아가는 건 너무나도 편하고 쉬운 일이고, 모두가 당연하다는 걸 잘못되었다며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운동의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활동가를 비판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그러한 비판을 감내하며 활동을 이어나가는 일은 무척 힘든 일이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 역시, 결코 쉬운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모두가 동의하는 세상의 이치(理致)에 의구심을 품을 때, 상상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미래를 감히 떠올려 볼 때, 혼란은 필연적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언제나 이러한 혼란과 잡음, 소란스러움, 흔들림 속에서 조금씩 나아지곤 했다. 


지난 4년간 여러 책을 기획하면서 다양한 세계와 마주했지만, 이번 책을 작업하며 마주한 세계는 유난히도 강렬하게 다가온다. 앞으로 편집자 일을 하면서 다시금 이런 책을 기획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번 작업은 나에게 많은 자극을 주었다. 앞으로 어떤 책을 만들고 어떤 이야기를 발굴하든, 절절함과 치열함의 척도는 이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꽤 오랫동안.

"이 책은 육식이냐 채식이냐 이분법적인 잣대를 내밀고 있지 않다. 다만 우리가 너무 쉽게 손가락질하고 비난했던 어떤 이야기에 대해,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들어보길 권유하고 있다. 귀 기울여 들어도 100%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고,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개개인의 크고 작은 불편함이 모인다면, 불편함을 감내하고 이들에게 손을 내민다면, 우리는 분명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동물들이 행복한 세상이 인간에게 불행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 편집 후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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