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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le Aug 04. 2020

블록체인 서비스 #1

"돈, Money, 화폐"란 무엇인가?

지난 7월 판교에 있는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 회사에서 "블록체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란 주제로 세미나를 4시간가량 진행했다. 블록체인 산업에 몸 담은 이후, 그간 생각해온 내용들을 정리하여 발표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 자리를 빌려 시간 내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관련 강의자료를 준비하다 보니, 이를 위해서 블록체인 서비스와 관련한 여러 용어들을 정의해야만 했다. 정리되지 않은 수많은 개념들이 이 산업과 서비스를 명확히 바라보기 어렵기 만들기 때문이다.

그중, 우선 "돈, Money, 화폐"에 대한 정의가 필요했다.


이에 대해서 대학원 은사이신 배선영 교수님께서 자신의 저서를 유튜브에서 직강을 해주시는 덕분에, 옛 기억을 떠올리고 자료를 준비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금융경제학원론(2019, 배선영 저)에 정의되어 있는 "돈"은 다음과 같다.



이 정의에 따르면, 블록체인 산업에서 얘기하는 암호화폐, 가상화폐 또는 코인은 분명히 이를 수용하는 경제 추체들 사이에서는 "지급수단"으로서는 동작한다. 그렇지만 대부분(99.999%)의 코인은 "전문화"되지 못하였다. 특히 "편리성", "신뢰성"의 측면에서 그러하다. 심지어 "적당한 수준의 희소성"마저 부족하다면 이는 사기일 뿐이다.


"코인"이라는 단어가 어찌 보면 대부분의 전문화되지 못한 지급수단을 칭하기에 적절한 용어로 여겨진다. "코인"이 진짜 "돈"으로서 인정받고 널리 사용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조건들이 필수이다. 이를 갖추지 못하는 경우, 아주 제한적인 영역에서만 사용되는 비전문화된 지급수단일 수밖에 없다.


첫째, 네트워크 상의 "돈"이 편리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해당 네트워크의 "확장성"을 기본적으로 필요로 한다. 내가 다른 이에게 돈을 보냈을 때, 돈을 받는 수신자가 해당 내역을 즉시 확인할 수 없거나, 또는 그 돈을 사용하기 위해 일정 시간을 또는 특정 조건이 충족하기를 기다려야 한다면, 이미 그 자체로 편리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또는 네트워크의 사정에 따라 내가 보낸 돈이 언제 수신자에게 도착할지 알 수 없는 경우가 간혹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 당연하다면 이 또한 애초에 "편리성"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리고 알다시피 혹은 몰랐던 사실이라면 황당할 정도로, 대부분의 "코인"들은 즉시 주고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거래소 지갑이 아닌 개인 지갑을 이용한 거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일부 다른 합의 알고리즘을 사용해 이를 가능하게 한 코인들이 있긴 하나, 이들은 더욱 심각한 문제를 내재하고 있다. 향후의 "확장성" 자체를 포기하거나 다음 다룰 내용인 "완전한 중립성"도 포기하기 때문이다.


둘째, 중앙화된 주체에 의해서 관리되지 않는 "돈"이 신뢰성을 가지기 위해 "완전한 중립성"을 필요로 한다. 완전한 중립성이 없는 코인은 국가가 관리하는 돈("fiat currency"), 또는 사용자들로부터 충분한 신뢰를 얻고 있는 대기업이 발행하고 관리하는 포인트와의 경쟁에서 언제나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몇몇 프로젝트 혹은 재단이라 불리는 곳이, 혹은 코인을 대량 보유한 지갑의 소유자(ex. 거래소)들이 코인의 향후 발행량을 변경할 수 있거나, 스테이킹 이자율을 정하는 식의 모든 방식은 끝내 "완전한 중립성"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한번 놀랍게도, 몇몇 프로젝트들은 기술적 한계를 이유로 "완전한 중립성"을 포기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히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첨언하자면, Bitcoin이 놀라운 이유는 바로 이 두 가지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Bitcoin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이러한 이유로 비트코인이 각광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후 Bitcoin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수많은 아류의 블록체인들이 Bitcoin에 대한 여러 비논리적이고 현실성 없는 두려움을 생산해 내었다. 그리고 엉뚱한 혹은 악의적인 이유로 Bitcoin Protocol이 여러 차례 변경되었고, 지금의 BTC는 Original Bitcoin Protocol과는 많은 중요한 점이 다름에도, BTC가 Bitcoin인 것처럼 마케팅이 굉장히 잘되어 있기 때문에 BTC와 Bticoin이 다르다는 사실은 거의 감추어져 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진짜 Bitcoin이 해결한 문제들은 아직까지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참고) 지금의 BTC와 BCH는 초기 Bitcoin Protocol이 아닌 변형된 Protocol을 사용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말 이후, "확장성"과 "완전한 중립성"을 갖춘 Original Protocol을 사용하는 Bitcoin은 현실 세계에서 매우 잘 작동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다시, "돈"의 얘기로 돌아가서 과거의 "돈"을 살펴보자. 기원전에는 "조개껍질"이 "돈"으로 사용되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의 "조개껍질"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조개가 아닌 "카우리"만이 "돈"으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아마 이러한 무지로 인해 "돈"은 경제주체들 간의 "합의"가 있다면 무엇이든 "돈"이 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카우리(Cowrie)

이는 인도양 몰디브 주변에서 주로 발견되며, 모양과 색이 아름다워 보석류로 사용되던 것이 아프리카, 남아시아, 동아시아의 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 이후로는 잘 알다시피 "금속 화폐'가 그 뒤를 이어 널리 사용되었다.


앞서 경제주체의 단순한 합의로 무엇인가 "돈"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언급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의 거장 "미제스"는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참고자료 : https://wiki.mises.org/wiki/Regression_theorem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좋은 예가 있다. 미국의 감옥에서 그동안 널리 "돈"의 역할을 해왔던 것은 "담배"였다. 최근 몇 년 간 미국 감옥의 재정적 지원이 부실해, 수감자들이 섭취하는 식사의 열량이 낮아지며, 이제는 "라면"이 "돈"으로써 널리 사용되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된 논문이 있으니 참고 가능하다. 결국 "돈"의 역할이 필요한 감옥에서 "담배", "라면"이 "돈"이 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 자체의 "비금전적 용도"가 존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바로 미제스 이론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코인"이 진짜 "돈"으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세 번째 요소는 "비금전적 용도(non-monetary uses"임을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카우리", "금속"은 장신구로써의 용도가 있었으며, 감옥에서의 "담배", "라면"은 수감자가 이를 소비함으로써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용도가 있음을 이해한다면, 위 미제스의 설명이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블록체인 관련된 서비스들은 자신이 발행한 "코인"이 "돈"으로써 사용되는 경우의 이점들에 대해서 투자자들을 현혹시켜 "다른 코인"을 받아 챙겨 왔다. 그러나 그 프로젝트가 얘기하는 경제 시스템이 진짜로 작동되기 위해 더 중요한 건 그 "코인"이 "돈"으로써 작동하기 위해 "확장성", "완전한 중립성", 그리고 그 코인 자체의 "비금전적 용도"를 논리적, 실증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만 했다.


물론 지금도 수많은 "코인"들이 "돈"인척 하며 수많은 거래소에 상장되어 "가격"이 존재하고 "거래"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코인"들은 앞서 얘기한 3가지 요소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코 "범용성"을 가지지 못한다. 이는 결국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 낼 수 없다는 것이며, 생산성을 향상을 통한 부가가치의 창출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최종적으론 투자자들의 "돈"을 생산성 없는 서비스를 만드는데 낭비하 사라지게 될 것이다.


Bitcoin의 경우, "중립 데이터베이스"로 작동 중인 Bitcoin Network에 어떠한 데이터를 "Write" 하기 위해서 이를 반드시 필요로 하다. 이것이 바로 Bitcoin의 "비금전적 용도"이다. "중립 데이터베이스" 자체의 가치는 인터넷이 처음 세상에 등장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직은 미지의 영역이다. 그렇지만 Bitcoin 덕분에 인류는 "중립 데이터베이스"라는 새로운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를 사용(Write) 하기 위해 반드시 "Bitcoin"이 있어야만 한다.


Bitcoin은 "확장성", "완전한 중립성", 그리고 "비금전적 용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돈"으로써 사용될 수 있다. 여기에 아직은 미약하지만 이를 "돈"으로써 수용하는 경제주체들이 늘어남에 따라, Bitcoin의 경제 시스템은 더욱 확장되어 나갈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돈"의 개념을 바탕으로 "블록체인 서비스"는 어떠한 방식으로 구성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다음 글에서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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