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비즈니스, 닭과 알

강팀장, 스타트업 대표로 살아남기 (16)

by 알록

무료 선언은 짜릿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플랫폼 비즈니스에는 '양면 시장(Two-Sided Market)'이라는 지독한 저주가 걸려 있다. 읽을 독자가 많아야 출판사가 원고를 맡기고, 좋은 원고가 많아야 독자가 모인다. 지금 MiriBook은 텅 빈 운동장과 같았다.


"Brown, 독자 편집위원 모집 광고 클릭률은 높은데, 들어왔다가 바로 나가요. '읽을 책이 세 권밖에 없네?'라는 댓글이 벌써 달렸어요."


Sunny의 말대로였다. 대산출판사에서 퇴짜 맞은 원고 세 권만으로는 '독자 권력'을 운운하기에 민망했다. 반대로 출판사에 전화를 돌리면 "독자가 몇 명이나 있느냐"는 질문이 먼저 돌아왔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오전 10시, 나는 다시 북클라우드의 김 대표를 찾아갔다. 그는 여전히 맨투맨 차림으로 소파에 기대어 게임을 하고 있었다.


"오, 강 대표. 무료로 풀기로 했다며? 잘 생각했어. 그래서, 원고 좀 넣어줘?"


"네, 대표님. 지난번에 말씀하신 대로 무료로 전환했습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원고를 그냥 주시는 게 아니라, 'MiriBook 독자 투표 1위 시 무조건 출간 검토'라는 확약서 한 장만 써주십시오."


김 대표가 게임기를 내려놓고 나를 빤히 쳐다봤다. "출간 검토? 그거야 뭐 돈 드는 거 아니니까 해줄 수 있지. 근데 독자들이 진짜로 모이긴 하겠어?"


"모이게 만들 겁니다. 북클라우드의 그 감각적인 원고들이 마중물이 되어준다면요. 대표님 입장에서도 손해 볼 거 없으시잖습니까? 마케팅비 한 푼 안 쓰고 수천 명의 예비 독자 반응을 미리 보는 건데."


김 대표는 건들건들하게 웃으며 비서에게 서류를 가져오라고 시켰다. "그래, 밑져야 본전이지. 대신 재미없으면 바로 뺀다?"


그날 오후, 나는 '지혜의 숲'을 비롯한 중소형 출판사 다섯 곳을 더 돌았다. "북클라우드도 참여하기로 했습니다"라는 말은 마법 같은 주문이었다. 출판사들은 '공짜 마케팅'이라는 유혹에 넘어가 창고에 잠자고 있던 투고 원고와 기획 단계의 초안들을 하나둘 내놓기 시작했다. 하루 만에 읽을거리가 3권에서 50권으로 늘어났다.


원고는 확보했다. 이제는 진짜 독자를 데려올 차례였다. 하지만 우리에겐 대기업처럼 수억 원의 광고비가 없었다. J와 Sunny, 그리고 나는 머리를 맞대고 '저비용 고효율'의 모객 전략을 짰다.


"단순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뿌리는 건 돈 낭비예요. 타겟이 너무 넓어요." J가 분석 데이터를 내밀며 말했다.


우리는 타겟을 좁혔다. 첫째, '글쓰기'에 미친 사람들. 브런치, 포스타입, 문피아 등에서 활동하는 예비 작가들이다. 그들은 피드백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안다. 둘째, '책부심'이 있는 사람들. 독서 모임 커뮤니티나 인스타그램의 '북스타그램' 운영자들이다. 그들은 남보다 먼저 읽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Sunny는 광고 카피에 '희소성'과 '권위'를 담았다.



[당신은 그냥 독자입니까, 아니면 '책의 운명'을 결정하는 편집위원입니까?]

북클라우드의 미공개 신작, 당신의 투표로 출간 여부가 결정됩니다.

선정된 편집위원의 이름은 실제 도서 본문에 영구히 기록됩니다.



광고비는 딱 100만 원.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단순히 사이트를 구경하러 오는 뜨내기가 아니라, 가입 즉시 원고 한 권을 다 읽고 2,000자짜리 리뷰를 남기는 '진짜 독자'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대표님! 가입자 500명 돌파했어요! 리뷰 평균 글자 수가 1,500자가 넘어요. 이건 단순한 클릭이 아니라 '참여'예요!"


Sunny가 모니터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7명의 지인으로 시작했던 숫자가 어느덧 유의미한 군단을 형성하고 있었다.


독자가 모이니 출판사의 태도가 또 한 번 변했다. 북클라우드 김 대표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강 대표, 거기 올린 우리 에세이 원고 말이야. 독자들 반응이 왜 이렇게 뜨거워? '제목이 너무 올드하다'는 댓글이 베스트로 올라갔던데... 그거 보고 편집팀 난리 났어. 제목 다시 잡기로 했다."


나는 전화를 끊고 화이트보드에 적힌 숫자를 업데이트했다.


[독자 편집위원: 1,200명 / 확보 원고: 65권]


아직 멀었다. 하지만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왔다. 독자는 '권력'을 위해 오고, 출판사는 '데이터'를 위해 원고를 준다. 그 사이에서 MiriBook은 시장의 질서를 재편하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자라나고 있었다.




[경영 수업 제16강] 플랫폼 비즈니스, 닭이냐 Vs. 알이냐

양면 시장에서 첫 번째 바퀴를 돌리는 법은 '권위를 빌리는 것'입니다. 강 대표는 북클라우드라는 이름을 빌려 독자를 모으고, 모인 독자를 무기로 다른 출판사를 섭외한 것은 매우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유명한 누군가가 이미 하고 있다"는 사회적 증거(Social Proof)를 만드는 데 광고비를 우선 배정하십시오.


많은 스타트업이 자금이 생기면 가장 먼저 광고비부터 태웁니다. 하지만 효율적인 모객은 광고비의 액수가 아니라 '타겟의 결핍'을 얼마나 정확히 터치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1. 광고의 효용: 트래픽인가, 타겟팅인가?

초기 스타트업에게 널리 알리는 광고(Broad Reach)는 독입니다. 100만 명에게 노출되어 1,000명이 들어오는 것보다, 1,000명에게 노출되어 200명이 남는 광고가 훨씬 우월합니다. MiriBook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책의 제작 과정에 참여하고 싶은 갈증'을 가진 사람들을 정확히 타격했습니다.

2. 인센티브의 정합성 (Incentive Alignment)

광고 카피가 제안하는 가치와 실제 서비스 경험이 일치해야 합니다. MiriBook은 "이름을 올려준다"는 광고를 냈고, 실제로 작가가 리뷰에 답글을 다는 경험을 즉각 제공했습니다. 광고는 '약속'이고 제품은 '이행'입니다. 이 간극이 좁을수록 광고 효율(ROAS)은 극대화됩니다.

3. 획득 비용(CAC)보다 중요한 '체류 시간'

온라인 마케팅에서 한 명을 데려오는 비용(CAC)도 중요하지만, 그가 서비스에 얼마나 머무는지가 핵심입니다. 특히 텍스트 기반 플랫폼에서는 '첫 번째 콘텐츠의 흡입력'이 광고의 성공 여부를 결정합니다. 좋은 원고 확보가 곧 마케팅인 이유입니다.


그날 강 대표는 업무수첩에 다음과 같이 기록했습니다 (성장형 대표 맞네요).

"내 돈 100만 원이 타들어 가는 걸 직접 보니, 카피 한 줄에 담긴 '진심'의 무게가 달라졌다. 이제 나는 '멋있는 사장'이 아니라, 우리 팀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누구와도 붙을수 있는 '싸움꾼'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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