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팀장, 스타트업 대표로 살아남기 (13)
오늘은 드디어 직원들과의 관계를 확정하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날이 될 것같다. 평소보다 일부러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나는 가방 속에 든 세 장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및 지분 양도 계약서' 초안을 만지작거렸다. 손바닥에 땀이 배어 축축했다.
두 분의 멘토, 최 교수님은 내게 "지분은 창업자의 영혼을 떼어주는 것"이라 경고했고, 박 대표님은 "사람은 돈 앞에서 반드시 변한다"며 냉혹한 계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적인 인연 없이, 오직 MiriBook의 비전 하나로 모인 M, J, 그리고 Sunny. 지금까지는 '으쌰으쌰' 하는 동료애로 버텨왔지만, 이제는 이 관계를 '자본'으로 정의해야 할 시간이었다. 오피스텔 1층의 작은 커피숍에 자리를 잡고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첫 번째 면담자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M, 잠시 1층 카페로 와주겠어요?"
개발자 M은 헝클어진 머리를 긁적이며 들어와 내 맞은편에 앉았다. 평소 농담을 잘하던 그였지만, 내 앞에 놓인 서류 뭉치를 보자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M, 우리 서비스의 핵심인 DB 구조와 크롤링 엔진은 전부 M 씨 손에서 나왔습니다. 저는 M 씨가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 이 배의 엔진을 책임지는 파트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분 5%를 스톡옵션 형태로 부여하고자 합니다. 베스팅 기간은 3년입니다."
M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는 서류를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형, 아니 대표님, 5%... 적은 수치는 아니네요. 그런데 '베스팅 3년'이라는 조건은 제가 3년 안에 나가면 한 주도 못 받는다는 뜻이죠? 만약 회사가 그전에 엑시트(Exit)하거나, 대표님이 저를 해고하면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박 대표님의 말대로였다. 평소 형, 동생 하던 M의 입에서 '해고'와 '엑시트 보상'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해고의 경우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권리가 유지되도록 조항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M, 저는 우리가 헤어지는 걸 가정하고 이 서류를 만든 게 아닙니다. 3년 뒤, 우리가 100만 명의 유저를 확보했을 때 이 5%가 M의 인생을 바꿀 가치가 되게 만들겠다는 약속입니다.“
M은 한참을 망설이다 펜을 들었다. "좋습니다. 형 믿고 가는 거니까요. 대신, 나중에 투자받을 때 제 지분 희석되는 거, 미리 상의해주셔야 합니다."
다음은 J였다. 그는 MiriBook의 전체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프론트엔드와 데이터 무결성을 검증하는 '아키텍트'였다. 하지만 그는 기술에만 매몰된 개발자가 아니었다. 유저들이 어떤 UI에서 더 활발하게 서평을 남기는지, 어떤 데이터가 마케팅적으로 가치 있는지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는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개발자'였다.
"J, 우리 플랫폼의 뼈대를 세운 건 J입니다. 특히 데이터 무결성을 검증하는 J의 로직이 없었다면 청람도서 같은 곳에 리포트를 팔 생각도 못 했을 거예요. Jay에게는 4%를 제안합니다."
J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서류를 훑었다.
"대표님, 전 지분율보다 '데이터의 독립성'에 대한 권한을 명시하고 싶어요. 제가 마케팅 아이디어를 종종 내긴 하지만, 그건 데이터가 깨끗하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거잖아요. 나중에 투자자가 들어와서 지표 조작을 요구하거나, 영업팀에서 데이터를 가공해달라고 할 때 제가 '거부권'을 가질 수 있나요? 아키텍트로서 제 자존심입니다."
J의 요구는 날카로웠다. 그는 지분을 받는 조건으로 '데이터 무결성에 대한 전권'을 원했다.
"좋습니다. J가 설계한 아키텍처와 데이터의 순수성은 어떤 외부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정관에 명시하죠. 그리고 J가 제안하는 마케팅 아이디어들은 항상 최우선으로 검토하겠습니다."
J는 만족스러운 듯 사인했다. "지분 4%면... 나중에 유니콘 되면 강남에 건물 한 채는 살 수 있게 키워주셔야 합니다?"
마지막은 Sunny 였다. 그녀는 조용히 들어와 내 앞에 앉았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이미 경영 지원의 핵심을 꿰차고 있는 그녀였다.
"Sunny 에게는 3%를 제안합니다. 디자인은 물론이고, 우리 팀의 안살림을 도맡아 주시는 노고를 압니다."
Sunny 는 서류를 밀어내며 나를 빤히 쳐다봤다.
"대표님, 저는 지분보다 '투명함'을 원해요. 우리가 돈이 얼마나 남았는지, 다음 달 서버비를 못 내면 어떻게 할 건지 숨기지 마세요. 파트너라면 리스크도 공유해야죠."
그녀의 눈빛은 서늘할 정도로 이성적이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지분은 단순히 '돈'을 나눠주는 행위가 아니라, '책임과 리스크'를 나누어 짊어지겠다는 서약이라는 것을.
세 명의 면담이 모두 끝났을 때, 밖은 이미 어둑해져 있었다. 내 노트북 안의 '주주명부'에는 이제 내 이름 외에 세 명의 이름이 더 새겨졌다. 내 영혼의 일부가 떨어져 나간 기분이었지만, 동시에 이 좁은 사무실이 조금 더 꽉 찬 느낌이 들었다.
나는 팀원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오늘부로 우리는 단순한 고용 관계가 아닙니다. MiriBook의 가치가 0원이 되면 우리 모두의 노력이 0원이 되고, 유니콘이 되면 우리 모두의 인생이 바뀝니다. 사적인 인연은 없었지만, 이제 자본으로 맺어진 진짜 팀입니다."
팀원들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열정이라기보다, 자신의 '재산'을 지키겠다는 주인의 마음이었다.
창업 초기 팀 빌딩에서 지분을 나누는 것은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과정입니다.
ㅇ스톡옵션: 미래에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입니다. 당장 주주 명부에 오르지는 않지만, 세금 혜택과 동기 부여 측면에서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활용합니다.
ㅇ구주 양도: 창업자가 가진 주식을 직접 넘겨주는 것입니다. 초기 팀원에게 '진짜 내 것'이라는 확신을 주기에 좋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세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ㅇ베스팅(Vesting) : "3년 근무 시 권리 발생" 같은 조건이 베스팅입니다. 만약 베스팅 없이 지분을 줬는데 팀원이 한 달 만에 퇴사한다면, 창업자는 남남이 된 사람에게 회사의 주식을 공짜로 준 셈이 됩니다. 이는 추후 투자 유치 시 '지분 구조 결함'으로 이어져 투자가 무산되는 원인이 됩니다.
Sunny 씨의 요구처럼, 지분을 가진 팀원은 '권리'뿐만 아니라 '정보'를 원합니다. 경영자가 자금 상황을 숨기면 지분을 가진 팀원은 배신감을 느끼게 됩니다. 지분 배분은 곧 '투명 경영'의 시작입니다.
강팀장의 관점: "지분은 권력이 아니라 부채다"
강진우 대표는 오늘 세 명의 동료를 세 명의 '주주'로 변경했습니다. 이제 그들에게 월급 이상의 것을 갚아야 합니다. 지분을 나눠준다는 것은 "내가 당신의 인생 3년을 빌리는 대신, 이 회사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무거운 부채를 지는 행위입니다.
박 대표님의 조언대로 사람은 돈 앞에서 변합니다. 하지만 그 변화를 '탐욕'이 아닌 '주인의식'으로 치환하는 것이 경영자의 실력입니다. 싫은 소리도 할수 있어야 하기에, 훗날 8월의 데스밸리에서 자기 월급을 미뤄가며 나서는 사람도 있었던 것입니다. 지분은 종이에 적힌 숫자가 아니라, 위기 때 나타나는 팀워크의 총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