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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네살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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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ma Apr 04. 2024

성격차이

"너네는 어떻게 결혼한 거야?"

라는 질문을 종종 듣곤 한다.

그 정도로 나랑 남편은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다.


나는 운전을 할 때 

내 앞차도 옆차도 뒤차도 잠재적 사이코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무리 운전을 잘해도 언제 어디서 

도라이가 튀어나와 내게 사고를 일으킬지 모른다. 

신경이 바짝 곤두서서, 극도로 경계한다.

그래서 운전을 하는 게 스트레스, 되도록 안 하고 싶다.

이게 내 성격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고방식이다.


나는 좀 야생동물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비협조적, 독립적, 나 외의 사람에게 의심도 많고, 

신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고 

신뢰가 깨지면 돌이키지 않는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계획, 통제를 좋아한다.

나는 돌다리가 있으면 그 앞에서 많은 생각을 하고

빠지는 최악의 시뮬레이션까지 해보고 

역시 위험해하고 돌아서는 사람이다.


자기 생각과 다르면 논쟁하지 않고 

그래 네 말이 맞다 하고 아무 말도 안 하지만

속으론 내가 맞다고 생각하고 무시한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대상에만 광적으로 집착할 뿐

나와 상관없는 남에게 오지랖은 없다.

애정도 관심도 없기에 내 작은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나는 주로 혼자 하는 활동과 취미를 갖고 있고

집에서 나가는 걸 안 좋아한다.


남편은 나와 달리 극도의 외향형으로 사람을 맹목적으로 좋아한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사람을 좋아할까 싶을 정도로 

약속도 많고 아는 사람도 많다.


너무나 사람을 좋아하고, 오지랖 떨고 믿고

논쟁도 좋아해서 자기와 다른 의견의 사람에게도

굳이 굳이 자기주장을 펼치고 주고받는다.


그래서 나와 달리 주변에 사람도 많다.

취미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술 마시고 놀러 가고

남편은 등 따시고 배부르고 잘 자고 배변 잘되면 

기분이 좋고 근심걱정이 많지 않은 성격이다.


그의 표현은 언제나 단순하고 심플하다.

그는 즉흥적인 일을 매우 많이 한다.

돌다리가 있으면 일단 빠져보고 끝까지 건너려고 하는 사람이다.


딱 봐도 우리는 성격이 다르다.

성격차이로 결혼하고도 많이 싸웠다.

그에게 내가 요구하는 깊은 대화는 불가하다.


그런데 난 내 남편의 성격이 너무 좋다.

단순하고 심플하고 투명해서 꿍꿍이가 없다.

좋게 말하면 투명하고 나쁘게 말하면 얕다.

배고파는 배고파고 졸려는 졸려이다.

그의 말과 행동에 의미 부여하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걱정이 많고 스트레스가 많은 나에게

걱정이 바보같이 느껴지게 만들어준다.


남편 덕에 나는 많은 부분을 놓게 되고

조금 더 평온해진 거 같다.

그리고 나 혼자는 영영 해보지 않을 것들을 경험한다.


조금 삐딱하고 냉소적인 내가

남편이랑 있으면 둥글어지고 따뜻해지는 거

그게 내가 좋아하는 점이다.

너무나 세상 살기 피곤한 성격인 내가

남편 옆에 있을 때 쉰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가 너무 정 반대라 연애할 때 끌렸지만

이러한 점 때문에 살다 보니 안 맞고, 

서로 이해할 수가 없어서

결혼하고 매우 많이 싸웠다.

오래 만난 지금도 서로를 알아가고 있다.


사실 정답을 알고 있다.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서로 보완해 주며

다른 점을 메꿔주며 사는 것

그게 제일 바람직한데

달라서 미운점이 먼저 부각되니

'성격차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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