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결혼하고 매일 싸웠다.
이유는 참 다양하고 사소했다.
나의 남편은 교대근무를 하고, 당직도 있고
평일을 쉴 때도 있고 주말을 쉴 때도 있다.
그는 업무강도가 나보다 세다.
이직 후 나는 출퇴근 시간은 늘었지만
업무강도가 낮고 업무시간이 칼 같다.
우리가 싸울 때는 이런 식이었다.
나도 맞벌이고 똑같이 2일 쉬는데
왜 쉬는 날 나만 열심히 청소하고 집안일하고
음식물 재활용 쓰레기도 내가 더 많이 버리고
그런 것들에 화가 났다.
그래서 사소한 거로 엄청 박 터지게 싸웠다.
남편이 말했다.
자긴 집에 잘 없고 집에서 먹는 것도 적다고
그럼 그 음식물 쓰레기 다 내가 먹은 거 아니냐고
집 어지르는 것도 계속 있는 나 아니냐고
밤새 일하고 들어왔는데 집안 꼴이 어지러우면
얼마나 화가 나는 줄 아냐고
집안꼴이 이게 뭐냐고
그럼 나는 집에서 논 것도 아닌데
그게 그렇게 화가 나고 억울해서 더 싸웠다.
지금 덜 싸우는 시기에 생각해 보니
시시비비가 중요하지 않은 싸움을
쓸데없이 많이 했다.
이제는 내가 업무강도도 더 낮고
집에 있는 시간과 소비하는 것들도 많으니
집안일을 내가 더 많이 해도 된다고
그 시간에 남편이 쉬는 게 좋겠다 생각하고 한다.
그렇다고 남편이 아예 안 하는 건 아니었다.
그도 쉬는 날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가끔 쓰레기를 비우고, 가끔 청소를 하지만
여튼 자기 딴에는 집에 무심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집에 뭔가 고장 나거나 없으면
나는 쪼르르 남편에게 말했는데
그러면 그는 말없이 고쳐놓거나,
밤을 새우고 와서도 장을 봐서 사 오거나
자기 딴에는 노력하고 있었다.
나보다 먼저 결혼 한 친구가 말했다.
남편을 가여워하며 살라고
나 억울한 거, 내가 더 하는 거 생각 말고
얘도 돈 버느라 얼마나 힘들고 고단할까
위하면서 안쓰러워해 주라고
당시엔 내가 더 가여워서 안 들렸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참 현명한 말이었다.
현재 우리는 싸움이 많이 줄었다.
싸움을 줄이는 팁이 하나 더 있다.
"즉각적인 반응"이다.
결혼하고 우리는 너무 다른 생활습관으로도
불평불만이 서로에게 있었다.
남편이 나에게 택배는 바로 뜯어서 버려라
상자 쌓아두지 말아라라고 말했다.
내 습관이었기 때문에 고칠 생각이 없었고
싫다고 넘어갔는데 그 이후 싸움마다
그 택배상자 얘기가 나왔다.
그게 사소하지만 되게 기분 나쁘다.
내가 남편에게 "여보 당신 옷 좀 치워줘."라고 말하고
넘어갔는데 그게 하루 이틀 삼일
계속 있으면 나중에는 날 무시하나?
화가 나 있다가 다른 사소한 잘못과 함께
눈덩이처럼 불어서 같이 폭발한다.
최근에 비슷한 일이 있었다.
남편이 냉장고에 반찬을 사놨는데
좀처럼 집에 없어서 먹을 날이 없어
반찬이 상한 거 같았다.
"냉장고 반찬 보고 쉬는 날에 정리해서 버려줘요"
한동안은 그대로 있었지만 별 말 하지 않았다.
얼마 후 냉장고를 보니 반찬이 싹 정리되어 있었다.
'아 내 말 듣고 시간 날 때 해줬구나'
깨끗해진 냉장고를 보니 뭔지 모를 고마움과 기분이 좋았다.
부부사이지만 생각보다 소통이 쉽지 않다.
오해하고 넘어가면 또다시 같은 문제가 불러와진다.
그래서 작은 문제일 때 즉각 즉각 반응해 주기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적어도 당신 말을 듣고 있다 존중한다는 걸
빠르게 수용해서 보여주기로 했다.
나도 이젠 남편이 밤새고 오는 날엔
집안을 더 깨끗이 정리해 두고 출근한다.
생각해 보니 별로 어렵지 않은데
내 오랜 습관이라고 고집하던 것들이
우리 관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창 싸울 때 우리는 서로에게 소리 질렀다.
그렇게 나를 이기고 싶냐고
이겨서 남는 게 뭐냐고
부부싸움에 이겨서 남는 건 없다.
명예도 권력도 성취도 아니다.
그냥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관계에
균열만 만들 뿐이다.
결국은 상대방을 위해 주는 게
나와 내 가정을 위해서도 좋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거 같다.
그리고 힘들게 찾아낸 이 평화의 소중함도 배웠다.
분명히 살면서 또 다른 무언가로 싸우는 날이
오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를 생각하며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