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없고 젊으니까 아직 새댁이네"
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옆에서 듣던 다른 사람이 말했다.
"그런 게 어딨어. 결혼하면 아줌마지!"
헉스러운 말이지만
현재 나는 아줌마가 됐다.
엄마도, 남편도, 심지어 나도 몰랐던 나
결혼 전에 나는 상상도 못할 내가 되고 말았다.
생각보다 나는 빠르게 주부가 되었다.
깨끗한 걸 좋아해서 열심히 청소하고
(물론 어지럽히는 것도 나만 한다...)
음식 만드는 것도 레시피 요즘 잘 나와있어서
인스타 같은 데서 쉬운 레시피 찾아서 잘해 먹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심 없던 식재료, 주방용품, 청소용품 이런 걸 무척 좋아한다.
남편이 나보다 근무강도가 훨씬 높고 교대근무라 집에 안 올 때도 종종 있어서 나는 자취 같은 느낌으로 신혼 생활을 하고 있다.
남편 밥 차릴 일이 0에 가까운 생활을 해서 나는 내 한 몸만 먹여 살리면 된다.
남편은 귀찮으면 밥 차리지 말라고 하고
청소는 왜 이렇게 자주 하냐고 한다.
(차라리 어지르지 말고 정리를 잘 하라며...)
혼자 주어진 자유가 처음에는 막막했다.
나 홀로 집에서 할 게 없어 재미없고 쓸쓸했다.
기숙사 생활할 때도 귀찮아서 편의점에서 때우거나 빵만 먹어서 영양실조에 걸리던 나였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배달 음식은 물리고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오고 돈이 아까웠다.
건강한 게 먹고 싶다!는 마음에 제철 채소, 과일을 사다가 해 먹고 고기도 굽고... 점점 하다 보니 많은 걸 해보게 됐다.
집에 정을 붙이면서 깨끗이 청소하고 나름의 루틴이 생기다 보니 혼자서 집에서 할 일이 엄청 많다.
그리고 지금은 혼자 집에 있어도 너무 바쁘고 재밌다.
예전엔 장 볼 때 과자랑 아이스크림만 딱 골랐다면
이젠 식재료를 고민하고 메뉴를 고민한다.
가령 시금치가 싼데 이걸 사면 이번주에 뭐랑 뭘 해 먹을까 집에 있는 재료로 같이 뭘 하면 효율적인가...
물가에 대해서도 체감한다.
정말 비싸다....
과일 같은 건 내 돈 주고 사 먹을 엄두가 안 나고 채소도 그렇다.
버릴 때 음식에 대한 아까움이라는 걸 처음으로 느껴본 거 같다.
재활용 쓰레기 자주 버리러 가기 귀찮아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정말 지저분해서 하기 싫은 집안일도
별생각 없이 매주 해내는 나를 보면
완전 신기하고 대견하다.
우리 엄마는 여태 귀하게 키웠는데 조금 안타까워하고 불쌍해하기도 하는데
사실 이 나이까지 아무것도 모르게 키워준 것에 감사한다. 엄마의 배려로 오랫동안 편하게 살았다.
하지만 남은 날들은 계속 내 손으로 해야만 할 테니
이제 척척 할 수 있는 내 모습도 나는 만족스럽다.
그래도 퇴보하는 인간은 되고 싶지 않은데
결혼 후에 달라지고 성장한 거 같아서
뭐라도 더 잘할 수 있게 되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