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늘아~"
"......... 네?........... 저요?"
명절에 저렇게 불리는 것도 생소하고
나 부르는지 모르는 나는 결혼 햇병아리이다.
결혼 자체에 긍정적이지 않았던 나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결혼과 걸맞지 않은 사람 같았다.
미디어로 접한 부정적 시댁 프레임으로 인해
'시'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다.
'시'댁 '시'엄마 '시'누이
'시'월드 모두 무시무시한 단어로 느껴졌다.
결혼 전 남자친구는 말했다.
"우리 엄마는 안 그래!"
난 물론 콧방귀를 뀌었다.
남자들 다 그 소리 한다더라...
긴 연애를 하며 같이 미래 얘기를 자주 해서
제사 주제로 싸운 적도 있다.
우리 집은 제사를 안지낸다.
내가 기억하는 사랑하는 사람 돌아가신 날에 추모하거나 추억하며 모여서 식사를 할 수 있다곤 생각하지만 대대손손 모르는 사람 기일을 밥상 차리며 챙기고 싶지는 않았다.
조상덕을 안 믿는 사람이고 모르는 죽은 사람 기일을 고생하며 챙기는 게 내 기준에선 비합리적 샤머니즘 같았다. (가끔 이런 나의 '정 떨어진다는' 사고방식으로 남편이랑 많이 싸우긴 한다.)
당시에 이 말을 남자친구(현남편)에게 한 건 실수였다.
그는 자신의 집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다며 화를 엄청 냈다. 연애 때 처음으로 진짜 큰소리 내며 싸운 듯...
당시에는 같이 화가 나서 화내며 싸웠는데 현재 나는 '그래 외국 나가서 이슬람 아니어도 모스크 사원 가면 히잡 쓰고 존중해 주는 거 같은 거지 뭐'라고 생각하며 제사에 참여한다. 이해를 하는 게 아니다.
그저 그 집안 '문화존중' 차원에서...
그리고 남편이 결혼 전에 말한 대로 본인 집 제사 준비는 정말 아버지와 작은아버지가 하시기 때문에 내가 뭔가 요리를 하는 일은 없고 정말 참석에 의의를 두고 있다.
결혼 전에 남자 친구에게 "너희 부모님 성격이 정말 이상하지 않는 한, 나는 얼굴 모르고 돌아가신 조부모님 제사에는 큰 의의를 둘 수 없지만 평생 봬야 하는 살아계신 부모님께 잘해드리겠다."라고 했고 걱정과 달리 실제로 겪어본 시부모님은 인품이 따뜻하신 분이었다.
(단호하게 '시'스러운 게 전혀 없다라고는 할 수 없다.)
잘해 드리... 는 건 모르겠지만 남편도 기대치 전혀 없다가 생각보다 내가 연락도 자발적으로 하고 공손해서 그도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다.
내가 막 살갑고 딸 같고 다정하지 않다.
어머님에게는 진짜 딸이 있으시고 사이도 좋으시니 다행이다.
딸은 딸로 며느리는 며느리로
기대치를 채워드리지 못해 송구하지만
진짜 딸이랑 내가 어떻게 같겠어
딸이 계셔서 충족되는 데가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함
난 적어도 으 시댁 싫어! 는 아니고
결혼 전 겁먹은 거보다는 괜찮다.
그렇다고 딱히 없는 친화력을 발휘해서 친해지고 싶진 않다...
모든 관계는 시간이 걸리는 게 당연한데 오늘부터 결혼! 오늘부터 이분들도 내 부모님! 이게 되는 게 더 이상하다.
난 시부모님을 친한 친구 부모님 대하듯이 하고 있다.
오랜 친구들은 부모님까지 내가 아는데
어른 대하듯 하고 가끔 안부와 감사를 전하고 찾아뵙는 정도....
우리 엄마는 나에게 관심이 지대한데
나랑 자주 통화하고 나랑 연락하고
여하튼 나에게 아직도 관심이 많다.
거기에 내 배우자가 스스로 마음이 동해서 함께해 주면 좋은 거고 아님 말아야지 뭐
내 부모인데 나랑만이라도 연락해야지
어머님도 그렇지 않을까...?
라는 마음에 남편에게
집에 자주 가라 연락드려라 밥도 먹고 와라 시킨다.
어머님의 아들은 당신이고 어머님의 사랑도 당신 아닌가
같이 갈 수 있을 때 혼자 보내는 건 좀 못된 거 같지만
남편만 시간이 있고 내가 출근을 하면 본인 집 가는 거 독려해 주고 뭐 갖다 드리라고 챙겨준다.
요즘 시어머니들은 예전과 달리 며느리 눈치를 본다는데 실제로도 어머님이 너무 많은 관심은 참아주고
최대한 잘해주려 노력하고 계신 게 느껴진다.
아들을 너무 사랑하니까, 나에게도 잘해주심을 안다.
가령 내가 남편에게 화나는 일이 있어도 어머님이 먼저 예끼 이 녀석! 하며 작게 혼내시며 나에게 덜 혼나도록 해주시는 게 눈에 보인다.
우리 엄마, 내 친구 엄마
그렇게 생각하면 시어머니의 행동 중 대부분은 이해가 된다.
나만 내향형이고 시댁식구 다 외향형이라
나는 참말로 그 앞에서 말을 많이 못 한다.
기대를 드리면 실망도 큰 법이라 모든 거에 호응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내 딴에는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