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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임신 초 임산부석에 대한 글을 썼었는데
중기가 된 지금...
도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임산부석에 쫙벌한 할아버지가 앉아있는 걸 보았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라면 이젠 임산부석에 아무런 기대가 없다는 것
나는 조용히 옆칸으로 넘어갔다.
예전엔 임산부석 앞에서 우물쭈물했다.
배지 봐주었으면 좋겠고 비켜주었으면 좋겠고 원망스럽기도 했다.
빈정만 상할 뿐 내가 아무리 서있어도 사람들은 나를 보지 않았다.
양보받은 경험이 거의 없다. 꽤나 속상했다.
지금은 상당한 경력직(?)이 되어 애초에 누가 임산부석에 앉아있으면 가지 않는다.
그래 저 사람도 힘든가 보다. 하고 만다.
"배려석이잖아! 오면 일어나면 되는 거지!"
라는 생각으로 앉는 사람 중 일어나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앞에 누가 오든지 말든지 신경 안 쓰고 자거나(혹은 자는 척) 핸드폰을 하거나 봐도 뭐?라는 느낌의 못 본 척을 했다.
적어도 자발적으로 비킬 의지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
여전히 만석 지하철에 비워두신 시민분들께는
맘 속으로 꾸벅 감사 인사를 전하며 앉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누가 앉아있으면 난 옆칸 임산부석 없으면 또 옆칸 임산부석 혹은 비어있는 노약자석에 가서 앉는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주위 임산부들이
"아 노약자석은 좀... 엄청 뭐라고 하잖아"라고 한다.
나도 당연히 이런 생각을 해서 꺼렸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한 나에게 누가 그런 말을 했다.
왜? 노약자석은 말 그대로 '노인석'이 아니다.
붙어있는 그림을 봐라
(임산부/노인/어린이동반/부상자)
이 사람들 다 앉아도 되는 자리가 맞다.
그리고 넌 돈도 내고 타고 무려 넌 두 명인데 왜?
왜 안되는데?
듣고 보니 틀린 말이 없었다.
처음에 내가 노약자석에 앉으니 꽂히는 시선이 어마어마했다.
근데 노약자석에 앉아보니 중장년도 있었고 등산장비 풀셋인 분들도 많았다.
적어도 내가 더 힘든 사람은 맞는 거 같았다.
그리고 임산부 배려석엔 노인들이 상당히 많이 앉는다.
그럼 노인분들이 안 앉은 그 노약자석엔 제가 앉을게요~
노약자석에 임산부도 앉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