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모유수유 하는 엄마

by Hima

여자들의 군대 얘기라는 모유수유

힘들고 임팩트가 크고 에피소드도 많다.

그래서 나도 할 말이 참 많다.


이전 산후조리원 편에서 잠시 썼는데 초유를 못줘서 조리원을 나오고부터 점점 모유 양을 늘리다가

현재는 9개월이 넘도록 모유수유를 하고 있다.

완모해야지! 가 아니라 귀여운데 조금만 더 줘볼까?

하다 돌아보니 이만큼 지났다.


조리원에서 나왔을 땐 분유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양을 최대한 늘리며 모유를 먹였는데 그러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어느 날 아침 자고 일어났는데 뼈에 금이 간 거처럼 명치가 뻐근하고 아팠다.

일어나고 숙이고 숨쉬기가 힘들고 온몸에 오한이 들고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져 몸살 같았다.

산후도우미가 있던 시기었는데 열을 재더니 너무 높으니 병원에 가보라고 하셨다.

산부인과에 갔지만 출산 후 딱히 문제 요소가 없어서 진통제를 주며 위치가 심장 쪽이라 자세히 모르겠다는 답변을 했다.


그때 산후도우미가 “혹시 젖몸살은 아닐까요?”라며 여기저기 가슴 풀어주는 마사지를 찾아봐주셨다.

(돌이켜보니 이분이 정말 은인이었다.)

다행히 당일에 출장마사지를 불렀다.

오셔서 내 가슴을 진찰하고 조금 짜본 결과

그냥 젖몸살이 아니라 유선염이라고 했다.

유선염은 젖몸살과 달리 노란 고름 같은 모유가 나온다.

내버려 두면 점점 더 굳어서 배출이 안되고 아기도 먹을 수가 없고 더 아파진다고 했다.


운이 좋았다고, 초기에 이렇게 빨리 아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했다.

유선염이나 젖몸살은 흔히 생각하는 가슴통증이 아니라 나처럼 뜬금없는 부위(명치)가 제일 아프고 전신이 다 아픈데 생각해 보니 가슴까지 아픈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 후 마사지는 상상이상의 고통이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출산 이후 더 이상 고통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거의 진통에 버금가게 눈물과 비명이 절로 나왔다.

염증이기 때문에 길고 마사지는 하루 더 받아야 한다고 초기 발견이라 그나마 이 정도라고 했다.

그리고 아기에게 올바르게 젖 물리는 법도 배웠다.

갑자기 늘린 모유양에 비해 분유를 많이 먹다보니

남는 모유가 원활히 배출되지 못해서 통로가 막혀

잘 배출 안된 명치 쪽 유선에 염증이 생긴 모양이었다.


그 이후 유선염까진 안 갔지만 두어 번 더 젖몸살에 걸렸다.

해결책은 타이레놀을 먹으며 더 많이 자주 아기에게 물리는 수밖에 없다.

결국 막힌 걸 뚫어줘야 낫기 때문이었다.


흔히들 모유수유가 편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마냥 편하진 않다.

분유수유가 압도적으로 많고, 아무렇지도 않게 어디서나 모유수유를 하는 문화가 아니다.

공항 줄 서며 대기할 때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져서 밥시간이 지난 아기가 미친 듯이 울어재낄때도 바깥에서 꺼내서 먹여줄 수가 없었다.

분유였다면 어디서나 줄 수 있었을 텐데 나는 수유실을 찾아다녀야 했다.

어린이집에서도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는 없어서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


또 내가 아플 때가 가장 큰 문제였다.

모유수유에 대해 아는 의사들이 적었다.

그래서 수유부에게 처방해도 되는 약에 대해 몰랐고 심지어 “언제까지 먹일 건데요? 이제 끊어도 되지 않아요? (병) 낫고 싶으면 단유 해서 약 쓰는 게 좋아요”라는 말도 들었다.

결국 내가 먹어도 되는 약 성분을 직접 찾아야 했고

아니면 자연치유를 기다리며 참았다.

지병이 있어서 약을 복용해야 하는 사람이나 면역력이 약해서 병이 잘 걸리는 사람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모유수유는 아기와의 합이 중요하다.

내가 하고 싶다고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양을 맞추기 전까지 계속 젖몸살, 유두백반 같은 게

걸렸고 맞추는데 5개월 정도 걸렸다.


‘젖 먹던 힘’이란 말처럼 아기도 빠는 게 꽤나 힘들다.

젖을 먹는 아기는 얼굴이 씨뻘개지고 콧등에 땀도 삐질삐질 나고 끙끙거린다.

젖병에 익숙해지면 분유가 쉽게 나오는 젖병이 좋아서 더 이상 모유를 먹고 싶어 하지 않기도 한다.

내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분유만 먹었으나 본인이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먹으려 모유를 찾다가

지금은 젖병을 아예 안 문다.


모유수유의 진가는 5개월이 지나면서 발휘된다.

(근데 아기들이 크면서 스스로 우유병 잡고 마셔서 사실 분유도 이땐 편해짐)

어느 정도 모유량 합이 맞게 되고 아기가 스스로 뒤집기를 할 수 있을 즘엔 누워서 자면서도 줄 수 있다.

분유처럼 물 온도를 맞추고 타고 젖병을 씻고 단계를 바꾸는 일도 없다.

수유실을 찾는 게 일이지만 간단히 기저귀만 들고 외출도 가능하다.(6개월 이후엔 이유식 들고 다녀야 해서 안 간단함)


쓰고 보니 모유수유 장점 없냐 별로잖아…싶게 썼다.

모유수유는 엄마가 고생을 많이 해야 한다.

몸도 마음도 그렇다.

주변의 이해나 도움을 바라는 건 무리고(한 사람이 적어서 대부분 잘 모른다.) 많은 부분 내가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


수유 3시간 텀엔 외출도 숨 가빴다.

외출 후 귀갓길에 달리는 게 꼭 신데렐라 같았다.

수유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 가슴이 딱딱해지고 나중에는 삐질 넘친다.(초반에만 그렇다.)

나는 술 담배 카페인 다 안 좋아해서 다행이었지만

이 또한 모유수유 지속에 어려운 점으로 꼽힌다.

고난을 알고도 기꺼이 할 의지가 있다면 추천한다.


그럼에도 내가 계속하는 이유가 뭐냐

내 품에 안겨 젖을 먹는 귀여운 아기를 볼 수 있다.

동그란 눈으로 날 올려다보는데 가끔 눈이 마주치면 최고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사실 모유수유가 길어봤자 1-2년이라 그 순간에 볼 수 있는 귀여움을 놓치기 싫었다.


모유는 아기에게 단순 배 채우는 용도 이상이다.

밀착 스킨십으로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이게 꽤나 만능이다.

여행을 가거나 낯선 환경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아플 때 칭얼거릴 때도 잘 달래진다.

아기뿐 아니라 엄마도 정서적으로 좋다.

수유를 하는 시간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심신의 안정을 찾게 된다.


모유의 성능이 더 우수해요! 면역력에 좋아요!

이런 건 솔직히 체감 안되어서 잘 모르겠고 내 사심 채우기 겸 자기만족이다.

아기를 낳고 나는 홀가분하다는 기분보다 뭔가 섭섭함이 컸는데 모유수유를 하면서 아기랑 더 오랫동안 이어져있다는 특별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모유수유는 통잠 자기 전까지 새벽수유도 계속 내 몫이다.

오래 지속된 새벽수유가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모두가 잠든 고요한 새벽 모유수유를 하다 잠든 아기를 바라보며 이 세상에 너와 나 둘 뿐인 거 같던 그 시간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거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7. 육아의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