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버려둠의 소중함

지금은 필요없어요

by Hima

오랜만에 아는 동생을 만났다.

힘들어도 애써서 밝은 모습을 보여주던 동생이었는데 취준을 하면서 나름 속상한 일도 많이 겪고 면접을 보면서 상처를 많이 받은 모습이었다.

면접을 보기가 무서워서 직장 알아보기가 힘들다고 말하는 그 모습은 나와 너무 닮아서 공감이 가고 더 마음이 아팠다. 몇개월 전 얘기를 했지만 표정에서 아직도 상처가 나아지지 않은거 같았다.

그러면서 "빨리 또 면접 보고 알아봐야죠"라고 하는 모습이 정말 짠했다.

"그래 열심히 해!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그냥 조금 더 아프면 쉬어도 된다고 사실은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나는 원래 성격이 좀 꼬여있고 냉소적이고 별로 착하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 흔한 힐링, 자신감 심어주는 수많은 콘텐츠에 거부감이 있었다.

취업 관련 글 보면 대다수가 힘내 넌 할 수 있어 넌 돼 포기하지마 이다.


물론 필요할 때도 있지만 가끔 이런것들을 사회에서 너무 강요받는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면접에서 떨어져서 자신감이 없고, 너무 상처받아서 지쳐있는 사람에겐 울 시간이 필요하다.

괜찮아 너는 소중하니까. 일어나! 더 좋은 곳이 있을거야

이런식의 위로로 일으켜주는건 사양하고 싶다.

그렇다고 난 힘드니까 계속 힘들거야!하고 평생 어둠속에 잠겨있으란 얘기는 아니다.


달리기를 하다 나만 뒤쳐지고 넘어졌을때, 그래서 상처 받았을때 주위에서 달려와서 억지로 일으켜세워서 다시 달리라고 하는건 내 기준에서 폭력이다.

그걸 원하는 사람도 있다. 목표로 갈때까지 내가 넘어지면 일으켜줘. 게을러지지 않게 채찍질해줘

그런데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괜찮다 할수있다 힐링하렴 하고 곧바로 트랙에 세우는건 싫다.


내가 넘어졌을때 조금은 아파하고 슬퍼하고 엉엉 울 시간이 필요하다.

평생 넘어져서 아무것도 못하고 주저앉는 사람은 없다.

사람마다 필요한 시간이 다르지만 조금 앉아서 한탄도 하고 아파하다가 손을 털고 일어나서

다시 절뚝절뚝 걷기 시작한다.


너무 아플 때는 필요없고 조금 나아진 그 다음 단계에서

내가 필요하면 그 때 요청해서 다가와서 응원도 해주고 힐링도 해주고 그런게 좋다.


"할수있어!"라는 말이 고마울 때가 있고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적어도 나한테 있어서는 넘어진 직후에 필요한 말은 아니다. 슬퍼할 시간을 달라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대할 때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고 동의를 얻어서 도와주라는 말이있다.

나는 그말에 깊이 공감한다.


내가 지금 힘들다고해서 나 혼자 일어날 수 없단 뜻은 아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는 일어날 수 있다.

당연히 나를 무시하는 싸늘한 외면보다는 관심주고 따뜻한 시선이 훨씬 고맙지만

정말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고 부담스럽고 싫을 때도 있다.


적어도 내가 원하기 전에는 나를 좀 내버려둘 수 있는 그런 참을성을 가진 사회가 되기를

무조건적인 힐링과 자신감을 강요하지 말아주기를

멈춰있는 시간을 인생 낭비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조금은 바뀌기를

뒤쳐진다고 무조건 응원하고 날 달리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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