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하코다테의 정어리 고등어 1,200톤 뗴죽음이 남긴 바다의 비명
2023년 겨울, 일본 홋카이도 하코다테의 해변이 온통 은빛으로 뒤덮였다. 얼핏 반짝이는 파도의 물결인 줄 알았지만 그건 정어리와 고등어 약 1,200톤이 한꺼번에 떼죽음이 되어 해안선을 따라 밀려온 장면이었다. 바다가 비명을 내뱉는 순간이었다.
바다는 지구의 체온계다
기후위기의 첫 징후는 불타는 산도, 말라버린 강도 아니다. 가장 먼저 아파오는 곳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다다. 우리가 체감하는 폭염이나 이상난동은 사실 바다의 고열이 육지로 새어 나온 결과일 뿐이다. 지구가 받은 태양열의 93%는 바다가 흡수한다. 문제는 이 열이 한 번 쌓이면 수백 년 동안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기는 열을 몇 달 품지만, 바다는 세기를 단위로 기억한다. 그래서 오늘 바다의 미열은 다음 세대의 무서운 열병으로 남는다.
달아날 수 없는 바다의 생명들
육지의 동물들은 기온이 오르면 그늘을 찾거나 산으로 올라간다. 하지만 바다의 생물들은 달아날 수 없다.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가면 산소가 부족하고, 위로 올라가면 열기가 덮친다. 해수 온도가 평균보다 1~2도만 높아져도,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해류의 흐름이 뒤틀린다. 조개껍질은 산성화로 녹기 시작하고, 심해어는 압력의 변화에 먼저 무너진다. 하코다테의 정어리들은 산소가 부족하고,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바다에서 집단으로 질식한 것이다. 바다는 이렇게 작은 변화에도 크게 흔들린다. 그 거대한 몸은 둔해 보이지만, 사실은 섬세한 신경망처럼 반응한다.
바다의 3중 스트레스!
1. 온난화 — 수온이 오르고,
2. 산성화 — 이산화탄소가 녹아 껍질과 산호를 녹이며,
3. 탈산소화 — 산소가 줄어 생명이 숨을 쉴 수 없게 된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용하면 플랑크톤이 줄고, 물고기가 사라지며, 결국 인간의 식탁도 비게 된다.
육지는 바다의 거울이다.
바다의 고통은 곧 육지의 이상기후로 되돌아온다. 바다가 열을 앓을 때 폭염을 견디기 힘들고, 바다가 숨을 잃을 때 하늘은 미세먼지로 탁해진다. 태풍의 경로가 바뀌고, 비의 양이 미쳐버린다. 바다는 이미 인간의 일상을 흔들며 “나는 병들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바다가 혈액이고, 육지가 피부와 근육이다
지구를 사람의 몸에 비유한다면 바다는 혈액이고, 육지는 그 위에 놓인 피부와 근육이다. 혈액이 탁해지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피부가 거칠어지고 두드러기가 올라온다. 혈액의 순환이 막히면 손끝이 차가워진다. 지금의 지구도 그렇다. 바다라는 혈액이 과열되고 탁해지자 육지라는 몸이 폭염으로 붉게 달아오르고, 비정상적 기후로 떨고 있다. 지구는 지금 열병을 앓는 생명체다. 우리의 몸이 회복하려면 혈액이 먼저 정화되어야 하듯,
지구가 회복되려면 바다의 숨을 먼저 돌려야 한다.
이대로 바다가 우리를 얼마나 더 견뎌줄 수 있을까? 이대로 당신의 몸은 얼마나 견뎌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