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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장금 Mar 20. 2020

브런치 작가 거절 후 체득한 승인 법

거절 메일을 받고 내가 보낸 글을 다시 읽어 봤다. 왜 떨어졌는지 알겠다

짬이 나면 브런치의 일상을 즐겼다. 브런치 속의 재잘거림, 빠르게 변해 가는 시대상, 구석구석의 흔한 이야기도, 특별한 일상도, 우연한 경험과 다채로운 시선도 모두가 흥미롭고 즐거웠다. 평소 즐겨 구독하는 작가님께는 메일을 보내 출간하신 책을 선물 받기도 했다. 그러다 나도 브런치에 글을 한번 써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때 처음 알았다. 브런치는 작가 승인을 받은 사람만 글을 올릴 수 있다는 걸. 아 ~ 그래서 브런치 글들이 그렇게 하나같이 매끄럽고 고왔던 게로 군. 




작가 신청 절차는 간단한 자기소개서, 브런치에서 내가 쓰고 싶은 글의 주제와 방향성을 간추려 샘플글 3편과 함께 브런치팀으로 메일을 보내면 된다. 첫 번째 글을 보내고 다음날 작가 거절 메일을 받았다. 무엇이 부족한지에 대한 그 어떤 설명도 없었다. 작가 신청 후 브런치팀이 결과 통보를 보내오는 딱 2가지의 폼이 있다. 한 가지는 "이번에는 안타깝게 모시지 못합니다."이고 한 가지는 "작가 승인을 축하합니다."이다. 아주 깔끔하다. 거절당했다면 왜 떨어졌는지 분석은 스스로 해야 한다. 좋은 방법이다. 나도 학교에서 아이들을 교육할 때 이런 방법을 자주 쓴다.


다시 내 글을 읽어봤다. 왜 떨어졌는지 알겠다. 탁월한 문장력 따윈 애초에 없었다. 문장력에 대한 욕심이나 필요성도 못 느낀다. 작가로 살아보진 못해도 독자는 해 봤으니 안다. 문장력이 너무 뛰어난 글은 문장에 감탄해서 그곳에만 머물기 때문에 정작 문맥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그렇기에 문장력은 글쓰기의 필수 요건이 아니다. 그건 뛰고 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내가 절대 공감하는 글의 필수 요건은 "첫 번째 줄을 쓰는 목적은 두 번째 줄이 읽히기 위함이고, 두 번째 줄을 쓰는 목적은 세 번째 줄이 읽히기 위함이다"라는 거. 글쓰기의 목적에 이보다 더 명쾌한 설명은 없다. 


브런치에 내가 처음 써 보낸 샘플글 3편은 이론만 잔뜩 모은 글이었다. 아주 유용한 글이었지만 재미는 1도 없었다. 읽히는 글을 썼어야 했는데 아마 브런치팀은 내 글을 읽다가 지루해서 완독을 포기하고 중도에 거절 메일을 회신했을 것이다.


나름 거절에 대한 분석을 한 후에 이번엔 학교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며 경험했던 에피소드를 적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해하고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로. 그렇게 브런치팀의 작가 승인을 메일을 받았다.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단번에 승인이었다면 또 우쭐한 건방짐이 한 꺼풀 입혀졌을지 모른다. 


작가 승인을 받은 날, 서랍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던 글들을 몇 개 발행했다. 작가로 승인받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적인 기능이라 그 과정들이 흐뭇했다. 그런데 다음날 통계라는 기능이 있어서 클릭해보니 내 글의 조회수가 1만이 넘게 찍혔다.'와 ~ 뭐야? 브런치 위력이 이 정도야?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었다고?'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유독 한 개의 글만 조회수가 엄청나다. '뭐야? 혹시 내 브런치 첫 글이 바로 메인에 노출된 거야?' 그랬다. 다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내 글이 메인 화면에서 방글방글 웃고 있었다. "아이 더러, 급식 주는 꼬라지 봐라"는 첫날에 1만 명이 넘게 읽고 다음날 또 1만 명이 읽어서 3일 차인 오늘 조회수가 2만을 넘어 달려가고 있다. 그야말로 서프라이즈다.  



https://brunch.co.kr/@himneyoo1/13




브런치의 문을 두드릴 때는 멋진 글, 훌륭한 글, 따뜻하기만 한 글이 아닌 읽히는 글을 적어야 한다. 첫 번째 줄을 읽었을 때 두 번째 줄이 궁금한 그런 글을 적어 보내야 한다. 그래야 브런치팀이 끝까지 읽어줄 테니. 그래야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작가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테니. 그렇게 당신도 브런치 작가의 문을 열고 들어 오기를. 그렇게 더불어 글로 소통하고 도란거리며 지낼 수 있기를 바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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