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소피는 말보다 총이 먼저 나가는 스웨덴 형사다. 오늘도 열 일을 제치고 범인 잡는 일에 매진하던 소피는 팔메 암살범으로 의심되는 용의자를 추적하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접경지에서 각 나라의 형사와 마주쳐 용의자를 놓칠 위기에 처하자 그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다.
톰은 신중하지만 직감이 떨어지는 영국 형사다. 용의자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범인을 콕 집어내는 포와로처럼 매의 눈으로 범인을 잡아내고 싶었으나 멋지게 헛다리를 짚고만다.
이 둘이 만났다.
스웨덴 노르바카라는 소도시에서 시신을 기괴한 형태로 연출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각자의 근무지에서 좌천당한 소피와 톰은 클라스 서장이 이끄는 노르바카 경찰서의 팀원이 되어 서장의 의붓아들이자 경찰 보조 빌, 과학수사요원 소냐와 함께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살해당한 피해자는 종교를 암시하는 기묘한 형태로 발견되었고 영국인이다. 이 피해자의 주변인물들을 추적해 나가다 30여년 전 영국의 세인트아이브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6명의 노르바카 출신 학생들이 관련있음이 드러나고 그들 혹은 그 주변 인물들이 차례로 용의선상에 오르게 된다.
이 드라마의 백미는 수사팀원 각각의 캐릭터다.
소피와 톰을 중심으로 클라스와 빌, 소냐의 보조적인 캐릭터들이 활약하게 되는데, 모두 유능하거나 매력적인 수사원과는 거리가 멀다.
노르바카 경찰서장인 클라스는 형사 영화와 범죄 소설을 좋아해서 수사에 들어가기 전 유사한 영화를 먼저 보자고 제안할 정도다. 오랫동안 경찰일을 한 데 대해 영국 형사 톰이 "쿠르트 발란더 같은 분이군요" 라고 말하자 겸손한 척 으쓱해 하고, 위험한 잠입 수사에 들어가는 대원에게 위험시 '헨닝 만켈'을 신호로 하도록 한다. 한 저널리스트의 꼬임에 빠져 집필 작업에 들어갈 때는 헨닝 만켈의 사진을 보고 자신의 머리를 만지고 음악과 와인을 배경으로 수사기밀을 소설처럼 빼곡이 타이핑 해서 보낼 정도로 어리숙하다. 지역 유지나 상사의 편의를 봐줘서 해고당하지 않아야 하는 한편 대쪽같은 팀원 소피의 닥달도 견뎌내야 하는 고단한 인물이지만 그 상황에서도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의붓아버지 클라스의 배려로 아마도 경찰서에서 보조 임무를 맡게 되었을 빌은 경찰은 아니지만 수사원이라는 역할 놀이에 푹 빠졌다. 초반에는 역할에 너무 몰두해서 오히려 수사팀을 곤경에 빠뜨리고 은근히 왕따를 당하기도 하지만(그래도 그 사실을 모를만큼 눈치가 없는 인물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만의 방법으로 알짜배기 정보를 알아내고 각종 영화를 참고한 자신만의 무기로 상황을 헤쳐나간다.
사건 현장의 증거 수집, 시신 검안, 시신 부검까지 도맡아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소냐는 핀란드 출신이어서 수시로 알아들을 수 없는 핀란드어를 지껄이고는 해석해주는데 오히려 상황을 더 썰렁하게 만드는 말들이다. 자신의 오랜 경험에서 얻은 박식함을 시시때때로 분출하지만 현재 진행중인 사건이나 대화와는 아무 상관없는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하곤 한다.
소피와 톰의 캐릭터도 매우 흥미진진하고 극을 이끌어가는 데 중추 역할을 하지만 이 보조적인 캐릭터들의 감초 역할이 있어 드라마의 재미가 배가 된다.
거의 모든 장면에서 소소한 유머가 있는데 마치 BBC 방송의 코미디극을 보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 드라마는 스웨덴 드라마라고 한다. 스웨덴 느와르 하면 발란데르 시리즈나 밀레니엄 시리즈, 좀 더 올라가면 마르틴 베크 시리즈처럼 주인공의 고독과 황량한 자연, 어둡고 가라앉은 사회 분위기에 대한 묘사가 많아 대체로 음울한 분위기를 띠는데 이 드라마는 그런 느와르에 대한 약간의 헌정심 같은 건 있어 보이나 전반적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각각의 수사원들의 동선이나 동정을 빠른 속도로 교차 편집해서 그런지 지루한 느낌이 없고 용의선상에 오르는 인물들이 떠올랐다가 배제되는 과정도 비교적 빠른 편이다. 줄거리 자체는 크게 짜임새 있거나 복잡하지 않지만 줄거리를 끌어 나가는 동안 꼼꼼히 배치되는 유머를 즐기다 보면 수사 과정보다는 유머코드에 꽂혀 내용을 못 쫓아가는 나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스웨덴 드라마지만 마치 영국인 톰의 시선으로 스웨덴을 보는듯한 자학적 개그들도 쏠쏠하다.
우울할 때 심각한 범죄소설이나 느와르물을 보기 힘들다면 이 드라마가 딱이다.
단점은 유럽식 코미디라 조금 낯설을 수도 있다는 점과 스웨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 푹 빠지기는 어렵다는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