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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는 사람 Aug 07. 2021

정직하게 지는 건 직무유기다

미스 슬로운


정직하게 지는 건 직무유기다


「미스 슬로운」


  한국에서 '로비'라는 말은 이익을 취득하기 위해 불법적 뇌물을 주는 음성적 관행으로 주로 쓰거나 이해. 재판에 연루된 자가 자기 형량을 결정할 판검사들에게, 기업에서 자신의 손익과 관련된 법안을 만드는 정부 부처 관련자나 그 단체에 바치는 거금의 뇌물만 로비 하지 않고, 관례적으로 행해지는 비교적 가벼운 식사나 음주 접대도 내가 그놈한테 '로비'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로비 그저 음성적으로 개인 몇몇이 은밀하게 하는 불법적 거래로 막연 알다가 그게 정식 직업으로 존재한다는 것,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고도의 '전문직'이란 것을 안 것은 '린다 김'이 뉴스를 장식하면서였을 거다. 미국이 '로비스트'란 직업을 전문직으로 정착, 격상시킨 주요국인지 여러 사전들이 대체로 미국 의회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었다. 옮기면 대충 다음과 같다.


'로비스트- 특수한 이익집단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하여 직ㆍ간접적으로 일정한 대상의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기술과 자원을 포함한 일체의 행위.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의 하나(청원권)로 존중하며 '등록제'로 로비스트의 활동 내용을 통제하고 공개화할 수 있게 한다. 정책과 입법의 영향력 행사에 활동하는 정책

로비스트는 '정가'에서만 그 활동이 제한되며 고객이나 기업에 뇌물을 제공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뇌물방지협약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



 현실이 사전적 설명대로 굴러가는 곳도 아니고 가장 불법적인 암암리에 행해지는 곳이 입법기관 아닌가 싶은 사건들이 쉽게 상기되지만, 사전적 의미의 로비스트는 입법과 정책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합법적 직업이며 그 영향력이 부정적으로 행사되지 않도록 나름 투명성 있는 제도로 그들의 권한을 제한하고 공개시킨다는 요지다.


  위에 인용한 몇 줄의 사전적 설명은 영화 <미스 슬로운>의 내용이기도 하다. 그간 드라마나 영화에선 주로 권력의 부정적 이미지의 배경로만 그려지거나 외적 화려함의 표피로 소모하던 '로비, 로비스트'란 직업을 프로페셔널한 직업성과 선명한 캐릭터로 표현해 낸다. 영화적 재미의 50%는 각본, 40%는 주인공 '제시카 차스테인'의 연기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로비스트란 직업이나 그 존재 가치, 의도와 결과의 어긋남에 대해 영화를 보기 전과는 다른 생각을 하게 한다.  뛰어난 로비스트 한 명이 무능한 의원 몇보다 낫다, 선의와 능력이 불일치할 때 어느 쪽을 지지해야 하는가? 같은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의도와 결과가 무참히 어긋나는데도 그저 '정직'한 과정만을 고집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인가? 짧은 시간에 많은 피를 보는 혁명과 긴 시간에 보이지 않는 더 많은 피를 봐야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영화는 답을 섣불리 내리지 않고 계속 묻는다. '무엇을 굳게 믿는다'는 신념은 믿음의 방향이어야 할까? 목적이어야 할까? 같은 신념으로 모였지만 그 방법이 다르다면? 선한 목적, 다수의 공익, 좋은 결과를 위해서라면 개인 인권은 무시돼도 되는가? 영화는 주인공의 심리묘사 대신 사실 묘사해 주력해 관객들이 주인공의 심리가 아닌 상황에 몰입하게 한다. 슬로운의 신념이 '총기규제법'인지 그저 자신의 '승리' 자체인지도 모호해진다. 선한 의도가 무기력한 결과를 낳고 불순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낳는 상황에서의 선택과 선택에 대한 여러 비용(희생)을 보여준다. 어느 쪽이든 상처와 책임은 남는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주변인은 물론 자신을 인질 삼는 것도 서슴지 않는 슬로운에겐 신념의 순수성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 자신의 성취욕을 채색하지 않으며 '피해자를 최소화해 이기는 게 내 임무다, 과정의 수단에 머뭇거리다 지는 건 직무유기다'라는 그녀의 말은 직업윤리에 대한 고민도 함께 던진다.


  어떤 영화는 처음부터 선악을 정해 놓고 정해진 답을 따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면 이 영화는 계속 '묻는' 영화다. 의도냐 결과냐? 과정이냐 결과냐? 당신의 답은 뭐냐? 묻다가 영화는 끝나고 관객은 끝나고 나서도 계속 질문하고 답을 찾는다. 양심이나 윤리에 대해 질문만 하고 대답은 내리지 않던 영화가 유일하게 확실한 논조로 이야기하는 것은 '투표'다. '좋은 유권자가 좋은 법을 만든다'


근래 반전 강박증에 사로잡혀 의미 없는 반전의 반전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일부 감독들은 이 영화를 통해 반전이란 이런 것임, 이래야 됨을 좀 느꼈으면. 진정한 반전이란 그 횟수가 아니라 반전의 의미와 강도 일 것!


영화 속 대사


-신념 있는 로비스트는 이길 수 있는 자신을 믿는다.

-신념 있는 로비스트는 자신의 승리만을 믿지 않는다.

-부주의하고 조심성이 없어요. 정치일이 딱이죠.

-의원들의 최우선 관심사는 국민을 위하는 게 아니라 국회에서 버티는 거야.

-시니컬은 낙천주의자들이 쓰던 말로 그들이 보여주려고 애쓰는 순진함을 의미하지.

-은행계좌와 진보주의자의 양심이 차를 허락하지 않아요.

-인공 성기를 사는 건 힘들어도 흉기는 쉽게 살 수 있다

-승자는 상대보다 한 발자국 앞서서 회심의 한방을 상대보다 먼저 날려야 해요. 상대를 놀라게 만들되 상대에게 놀라선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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