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완벽주의자로 살아본 적이 없다.
그런데 왜인지 글을 쓰려고만 하면 '이것도 실패야.' '저것도 실패야.' 하며 만든 실험물마다 망쳤다고
여기는 완벽주의에 빠진 박사 꼴이 되어 버린다.
글 주제와 문맥이 맞는지, 맞춤법이 틀리지는 않았는지, 목차는 과연 이렇게 쓰는 게 맞을 것인지 등등...
여러 고민을 하다 보면 어느 새 중천에 떠 있던 해는 이미 저 멀리 지고 있었다.
다른 브런치 작가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려니 하고 별로 문제삼고 싶지 않았지만, 글 하나조차 겨우
발행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자니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런 나에게 터닝포인트가 된 사람은 다름 아닌 내가 구독하고 있는 한 브런치 작가였다.
매일 오전 11시만 되면 자신의 매거진에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올리는 그 사람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그렇게 꾸준하게 글을 발행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의 글들은 매우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다양한 주제로 가득 차 있었고, 원하는 주제를 골라서
볼 수 있는 것이 마치 장터에 놓여 있는 신선하고 맛있는 재료들을 고르는 느낌이었다.
그의 글들을 읽고나서야 나는 내가 추구한 것이 완벽함이 아니라 그저 글의 발행을 늦추는 고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브런치는 글을 쓰는 유저들에게 '작가'라는 타이틀을 부여해주고, 원하는 주제와 형태로 자유롭게 글을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나는 어쩌면 그 '작가'라는 타이틀에 부합하기 위해 독자들에게 질 좋은 콘텐츠를 선사해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이 글을 쓰면 과연 독자들이 좋아할까?' 하며 고민하다가 발행 시기를 놓친 글들을 트럭에 쌓아둔다면 아마 열 몇대는 될 것이다.
처음부터 내가 브런치에서 글을 쓰려고 했던 목적은 글 쓰는 실력을 늘리기 위함이었고, 이제 더 이상 발행을 망설일 필요가 없어졌다.
실제로 브런치에서 꾸준하게 글을 발행하는 사람들의 구독자 수는 글의 수와 비례한다.
이는 유튜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오랫동안 구독하고 좋아했던 계정이라도 영상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지 않는다거나 이유모를 잠적이라도 한다면 구독자들은 더 이상 그들을 기다려주지 않고 구독 취소 버튼을 누르거나 다른 영상 콘텐츠를 시청할 것이다.
만일 나처럼 작가의 서랍에 숙성하는 김치마냥 묵혀두고 있는 글들이 있다면 하나씩 꺼내어 보자.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 글들이 모여서 비로소 나라는 형태를 만들 것이다.